2013년 계사년의 아침이 밝았다. 뱀은 십이지신 가운데 여섯 번째 동물로 불사와 영생의 존재로 여겨진다. 설화 속에서도 뱀은 은혜를 갚는 선한 존재로 때로는 악인을 물리치는 심판자로 여겨졌으며, 서양의 신화 속에서도 뱀은 지혜와 치유의 상징으로 고대 그리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이 감긴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 의술의 신의 지팡이가 세계보건기구나 의사협회 등의 로고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기대와 희망 그리고 새로운 다짐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그러나 2013년 새해는 우리에게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대외적으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영리의료법인을 부분적으로 찬성하고 있으며, 65세 이상의 어르신 임플란트 보험급여와 같은 보장성강화도 계획돼 있다. 그럼에도 국회는 올해의 의료급여 미지급금 지급 예산 4,919억원 중 2,695억원을 삭감하였고, 의료급여 예산에도 추가로 600억원은 삭감하면서 지역구 민원 예산 5,574억원을 늘렸다. 총선이며, 대선이며 의료복지에 대하여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더니 정작 돈은 자기들 지역구 챙기는 데 더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부족한 예산은 고통분담차원이라는 명분으로 의료계에서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내부적으로는 치협이 불법네트워크와의 전쟁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회원들이 만족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 궁지에 몰린 불법네트워크의 언론플레이는 치과지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진료비에 대한 불신의 벽을 높여 치과를 찾는 환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또, 전문의제도 개선의 진행 과정도 그렇고 일부 젊은 치과의사들의 협회장 직선제 요구도 가뜩이나 복잡하고 힘든 현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4월까지 면허재신고가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치과의사회에 미가입된 치과의사들이 30%를 육박하고 있고, AGD 경과조치는 마무리 되어 가고 있지만 이것이 전문의 제도와 연계가 될지 아니면 한 치협 집행부의 큰 오점으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지금 치과의사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협회에 대한 불만과 요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런 많은 문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 치과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은 환경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다른 수를 내어 문제를 회피하였다. 이런 회피가 누적되어 이제는 더 이상 회피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우리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경험도 필요하고 연륜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혁신적인 생각과 제도권에 맞설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 신구간의 갈등이 크다면 끝장 토론이라도 해야 한다. 협회의 정관에 어긋나더라도 치과의사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면 과감히 그 방법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협회의 리더십은 유연해야 하고 민첩해야 한다.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당하고 통일된 목소리다.
3만명도 못되는 치과의사들이 각자의 작은 집단이익을 위해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정부가 보기에는 잡음에 불과하다. 치협의 리더십 아래 통일된 몸짓으로 우리의 파이를 키우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뱀이 가지는 의미처럼 지혜롭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