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도가니탕을 좋아하십니까?

2013.01.25 14:49:38 제527호

박창진 논설위원

요즘처럼 날이 추울 때는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 최고다.도가니탕은 그 중에서도 가장 최고로 꼽을 수 있다. 사전을 찾아 보니 도가니라는 말은 소의 무릎뼈와 거기에 붙은 고깃덩이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설렁탕, 곰탕, 도가니탕의 정확한 차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도가니탕에 대해 취재를 한 내용을 봤다. 여러 곳의 식당을 조사한 결과 도가니탕에 도가니는 없으며 도가니 대신 그 것과 유사하게 생긴 힘줄(인대)을 넣어 끓인다고 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있지 않은 것처럼 도가니탕에도 도가니가 없는 것인가? 그 프로그램에서 한우 도가니만을 넣어 끓인 도가니탕을 파는 집을 아주 힘들게 찾았는데 방송국 PD에게 건네는 그 집 주인 할머니의 말씀이 아주 기가 막힌다. “방송에 나가면 손님이 늘고, 그러면 장사하기 어려워진다. 한우 도가니를 구하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닌데 그러면 장사 못한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무릎 뼈는 얼마나 될까? 소 한 마리로 도가니탕을 몇 그릇이나 만들 수 있을까? 전국에 도가니탕을 파는 집은 얼마나 많을까?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해도 우리가 먹는 도가니탕은 모두 가짜인 것이 분명하다. 광고에 나온 집, 유명하다고 하는 집, 모두가 가짜 도가니탕을 파는 집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도가니탕을 사먹는다.

 

환자 한 명을 원칙대로 진료할 때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1급 와동 하나를 하더라도 전 과정을 원칙대로 진료한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까? 과연 우리는 도가니탕을 제대로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환자는 찾아온다.

 

병원은 식당과 닮은 점이 많다. 깨끗해야 하고 우리 몸의 건강과 관련되어 있다. 결과물을 만들어낸 원재료나 과정에 대해서 손님들은 잘 모른다. 주인이 직접 주방에서 요리하는 작은 식당부터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다양한 크기마저도 치과와 비슷한 점이 있다.

 

모든 사람이 좋은 재료로 주인이 직접 손질해 끓여내는 정성스러운 음식을 제공받길 원한다. 하지만 그 음식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줄을 넣어 끓인 도가니탕이 이미 시장에서 일정 가격을 형성해놓았기 때문에 진짜 도가니탕이 그 시장가격을 넘어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격을 싸게 받는 식당에서는 대개 유통과정을 줄이고 대량으로 축산농가에서 직접 사오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거짓말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내 손으로 준비하고 정성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 동안 한정된 수량의 도가니탕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 할머니가 금전적 부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강남 한 복판의 큰 건물에서 직원들을 시켜 힘줄을 넣고 끓인 것을 도가니탕이라고 이름 붙여 파는 음식점 사장들과 같은 사람들이 치과계에도 많은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또 한 편으로 한우 도가니탕 집의 그 할머니 같은 치과의사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할머니의 마음속에 있는 진실과 만족 그리고 행복 등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이 전부가 아닌 사회적으로 또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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