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봉사 실천하는 치과인 탐방] - 17 김건일 회장(인천장애인치과진료봉사회)

2013.06.28 12:55:37 제549호

“장애인 환자,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2003년 인천시 계산동에 위치한 한 장애인 단체에서 시작된 인천장애인치과진료봉사회(이하 봉사회)의 활동이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인천광역시치과의사회(회장 이상호·이하 인천지부) 소속 임원들과 회원들로 구성된 봉사회의 활약은 입에서 입으로 전달돼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6,000여명의 장애인들이 봉사회의 따스한 손길을 거쳐 갔다. 그 중심에는 봉사활동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김건일 회장이 있었다.

 

10년 전 시작된 봉사의 씨앗

“장애인들의 평균 수명은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 원인은 영양결핍입니다. 치아가 좋지 않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거죠. 이런 장애인들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장애인 치과진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봉사회는 현재 인천지부 사무실 한 편에 어엿한 진료센터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은 매우 초라했다. 장애인 치과진료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3년.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산동에 위치한 한 장애인 단체로부터 장소를, 은퇴한 선배로부터 체어 등 진료에 필요한 장비를 기증받아 진료를 시작하게 됐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장애인들을 보살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처음 둥지를 튼 장애인 단체의 관리자가 바뀌면서 더 이상 진료를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처해졌습니다. 진료봉사가 주로 주말에 이뤄지는데, 장애인 단체 직원이 주말에 출근하는 것에 불만이 쌓이게 된 거죠. 그래도 그 단체에서 진료를 하는 동안 자립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도 마련하고, 시로부터 지원도 좀 받고 해서 현재의 위치로 옮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인천지부로 진료센터를 이전하면서 봉사회는 장애인 전용 체어 등 진료에 필요한 장비를 구비함은 물론 장애인들에게 거부감을 덜 주기 위해 인테리어에도 각별한 신경을 쏟았다.

 

“장애인 진료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장애인 당사자의 치료 거부입니다. 흰 가운만 봐도 소리 지르고 도망가기가 일쑤니까요. 때문에 인테리어에도 상당한 신경을 쏟았습니다. 흰 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색으로 진료센터를 꾸몄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봉사회. 이때부터 봉사회의 활동도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봉사회 소속으로 진료봉사에 나서는 20명의 치과의사와 인천지부 임원 그리고 가천대학교 치위생과 학생들로 구성된 봉사회의 활동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현재까지 거쳐 간 장애인 수만도 6,000여명을 넘었다.

 

장애인이라는 특별한 상황, 그로 인한 특별한 보람

대다수의 봉사자들에 따르면 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기쁨과 보람이다. 장애인 진료 봉사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장애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남다른 애잔함이 있다.

“통증을 동반하는 치료에는 마취를 하는데요. 문제는 마취가 됐는지 안됐는지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거죠. 일반인이라면 마취가 됐는지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장애인의 경우는 그게 안됩니다. 치료를 받기 싫어서 마취가 안됐다고 하는 것인지, 진짜 마취가 안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 번은 마취가 안됐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눈 꼭 감고 치료한 적이 있었습니다. 치료를 마치고 나서 ‘너무 무리하게 치료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돌아가는 환자가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는데, 가슴이 정말 뭉클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항상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장애인 진료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남다른 감동과 기쁨은 이것만이 아니다. 바로 장애인들을 보살피는 부모들의 헌신이다.

 

“멀리 지방에서 아이를 데리고 올라오는 부모들을 보면 ‘내리 사랑이 바로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보세요. 멀리서 왔는데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군소리 하나 없이 자신의 차례만 기다립니다. 그렇게 치료가 끝나고 나면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마음을 표시하고 돌아갑니다. 아이들을 보살피는 부모들의 헌신을 볼 때마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부모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더욱 봉사에 매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법인 추진으로 새출발, 새도약!

봉사회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지난 2012년 4월 15일이다. 그 전까지는 인천지부에 소속된 봉사단체로 무료 순회진료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독립된 봉사회로 정식 발족하면서 김건일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봉사회의 법인화다.

 

“봉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추진하게 된 사업이 법인화입니다. 법인 설립이 허가되면 후원자들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더불어 폐금 모으기 운동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지난해까지 인천시에 개원하고 있는 170여개의 치과가 이 운동에 참여해 430만원을 모금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돈의 50%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되고, 나머지 50%는 장애인 진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욱 많은 치과들이 이 운동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애인 치과진료의 체계적인 시스템도 구축될 전망이다.

 

“내년 9월 오픈을 목표로 가천대길병원 치관센터가 장애인치과진료센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진료센터가 완공되면 봉사회와의 협진이 가능해집니다. 장애인에 대한 간단한 치료와 구강관리 교육은 봉사회가 전담해 진행하고, 마취가 필요한 중증장애인 진료는 가천대길병원 치과센터가 일임하게 됩니다.”

 

마음 맞는 의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작된 장애인 치과진료 봉사가 법인 설립 추진을 비롯해 가천대길병원 치과센터와의 협진으로까지 발전했다. 양적인 측면에서 봉사회의 모습은 달려졌을지 몰라도, 장애인을 생각하고 그들의 구강건강에 기여해야 한다는 김건일 회장을 비롯한 봉사회 회원들의 마음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후원 문의: 032-438-2828 

 

전영선 기자/ys@sda.or.kr

전영선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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