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엄마

2013.12.05 12:37:25 제570호

심리학이야기-169

요즘은 초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중고생, 심지어는 대학생의 입에서도 “엄마에게 물어보고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필자도 처음에는 이상하였으나 이젠 당연하게 생각하고 대화를 하는 모습에 가끔씩 놀라곤 한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의 교육을 위하여 3번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는 우리나라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해주어야하는 덕목을 넘어서 신앙과 같은 사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맹모가 살아 돌아와서 지금의 세태를 보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는 단지 3번 이사만 했을 뿐인데, 한국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정성을 넘어 극성이라는 것이 이젠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니 말이다.

 

얼마 전 한 학회에서 만난 일본 교수가 일본의 어떤 TV에서 한국의 ‘기러기아빠’ 세태에 대하여 자세히 소개된 것을 보았다고 전해주는 말을 들었다. 또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자주 거론한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국 엄마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대단한 것만은 사실이다. 심지어 요즘은 좋은 대학 입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3가지가 필요하다는 말조차 떠돈다.

 

내용인 즉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다. 일단 교육비가 많이 드니 부모의 수입만으로는 어렵고 할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빠의 원칙적인 논리의 개입은 방해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수시로 변하는 국가의 교육정책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불리하기에 엄마의 개입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결국 잘못된 교육정책과 과도한 교육열이 만들어낸 사회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물론 달리 대안이 없기에  잘못인 줄을 알아도 어쩔 수 없이 편승하여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엄마들의 아이들에 대한 개입이 도를 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하여는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는 있다.심리학의 연구논문 가운데 재미있는 보고들이 보인다. 엄마, 아빠의 학력 정도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가 그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지 잠깐 동안 예측해볼 것을 권해 본다. 어떤 논문에서 학생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정도와 엄마, 아빠의 학력과의 상관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에서 아빠의 학력은 무관하였던 반면, 엄마의 학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이들이 학교가기가 싫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논문들이 엄마의 높은 학력이 학생들의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부관계는 중학생보다 고등학생들에게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역시나 어떤 보고서에도 일관된 것은 아빠의 영향력은 무관하게 나타난다.

 

이 원인을 몇 가지로 추측하여 보면 일단 똑똑한 엄마는, 아니 공부를 잘했던 엄마는 아이들에게 칭찬에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엄마 자신은 항상 1등만을 하였기에 공부를 엄마보다 못하는 아이를 말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잘했다고 칭찬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아이는 칭찬을 받을 기회가 적어지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 예측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잘난 엄마 밑에서는 결국 아이 본인은 항상 잘하는 것이 없는 아이란 생각이 내면에 지니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을 해도 엄마를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원천차단적인 패배의식 말이다. 결국 이런 의식은 아이의 자아존중감 정도에 따라서 무조건적인 순종이나 반항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때 아빠들의 원칙적이고 구시대적인 생각과 답변은 사실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입시성공 3요소’에서의 아빠의 무관심은 결코 농담만은 아니다. 공부를 잘하고 모범생이었던 치과의사를 엄마로 둔 아이들의 심리적 고충을 조금은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 치과의사를 아빠로 둔 아이들의 마음도 생각해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지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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