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때문에, 공동개원 3개월에 포기

2015.06.15 16:03:45 제640호

“마케팅 중지하면 환자 뚝!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어” 한탄도

도를 넘은 마케팅의 폐해를 실감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최근 서울 강남 개원가에 따르면 마케팅에 투입되는 과도한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3개월만에 공동개원을 포기한 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납득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금액이 마케팅 전담 대행사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평소 마케팅 대행사와 손잡고 과도한 마케팅을 일삼던 한 치과. 해당 치과의 A원장은 대학 후배인 B원장에게 공동개원을 권유했다. 단독개원을 생각하고 있던 B원장은 잠시 공동개원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고, 대학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던 A원장의 권유를 별다른 생각없이 받아들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마케팅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가 계속해서 치과를 내원했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환자가 몰린 적도 있었다. 물론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공동개원의 주된 목적은 아니었지만, 환자 진료에 투입되는 정성과 노력에 비하면 B원장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그 원인은 마케팅, 즉 광고 내용에 있었다.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당 치과가 선택한 마케팅 방법은 저수가 정책을 널리 홍보하는 것. 진료하는 환자는 많았지만, 제대로 된 수가를 받지 못했다. 일정 수준의 수익을 올리긴 위해선 그 만큼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소신 진료는 꿈 꿀 수도 없었고, 체어에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앉혀야 했다. 또 수익의 상당부분이 매달 마케팅 대행사로 흘러들어가면서 맥이 빠지기 일쑤였다.

 

주변 지인에 따르면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는 B원장의 설득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A원장은 이를 거절했다. 마케팅을 끊으면 환자의 발길이 뚝 끊긴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A원장은 B원장의 설득을 뿌리쳤고, B원장은 결국 3개월만에 공동개원을 포기하고 말았다.

 

강남의 한 개원의는 “해당 치과의 경우 매달 1,000만원 단위의 금액이 마케팅 비용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정도의 비용이 매달 지출된다는 것은 치과 운영 자체가 이미 원장의 손을 떠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덧붙여 “마케팅 대행사와 관계를 끊었을 때 내원 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지금까지 뜨내기 환자를 진료한 것일 뿐”이라며 “아무리 강남이라 하더라도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소신진료가 밑바탕이 돼야 롱런할 수 있다. 해당 치과의 경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라고 말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마케팅 대행사

“마케팅 대행사와 한 번 잘못된 계약을 체결하면, 쉽게 헤어날 수 없다. 마치 마약과 같아 그 연결고리를 쉽사리 끊을 수 없다.”

 

마케팅과 직원 채용 및 관리까지 대신해주는 대행사들이 늘고있다. 포털사이트에 ‘병원 홍보, 관리’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이런 대행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공중파를 비롯한 방송 출연에서부터 SNS, 바이럴마케팅,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수단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매체를 활용한 광고를 기획한다. 사전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매체를 활용하는 만큼 광고 내용도 매우 자극적이다.

 

특히 방송의 경우 1분이 채 안되는 인터뷰를 내보내고,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의 비용을 받기도 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처럼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일정 정도의 규모를 갖추지 않은 의료기관은 애초에 상대를 하지 않는 대행사도 수두룩하다.

 

대행사의 영업 활동도 도를 지나친지 오래다. 의료기관 종사자의 구인구직이 이뤄지는 채용 전문 사이트를 통해 이메일과 전화번호 등 의료기관의 정보를 입수하고, 무작위로 홍보성 메일과 전화를 돌리는 방식이다. 이런 이들의 홍보 활동에 불만을 나타내는 원장들도 적지 않다.

 

한 개원의는 “개원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대행사를 통해 탈출구를 찾아보려는 의료기관이 점차 늘고 있다”며 “대행사와 손잡고 무리한 마케팅을 펼치는 의료기관도 문제지만, 이들의 달콤한 유혹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전영선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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