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부 미용 레이저도 정당한 치과영역

2016.09.01 15:45:05 제696호

대법원, 지난달 29일 확정판결…구강악안면 영역 재확인

구강악안면은 치과대학에서도 교육되는 치과 영역이다. 치과의사가 시술한다고 해서 위험성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치과의사의 안면부위 보톡스와 레이저를 이용한 미용시술은 적법하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또 한 번의 의미있는 판결을 내놨다. 안면부 미용목적의 보톡스 시술과 함께 대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치과의사의 프락셀 레이저 사용에 대해서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악안면 미용, 치과의사의 당연한 면허범위


대법원은 “‘치과의사의 안면 레이저 시술은 구강악안면외과의 범위에 속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 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상의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어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무죄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안면부위 보톡스 시술과 관련한 판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은 2009년경부터 2012년 1월 9일까지 치과 환자들의 안면 부위에 치과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목적의 프락셀 레이저 시술, 주름제거, 피부 잡티제거 등 피부 레이저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1심에서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구강악안면 부위를 영역으로 하는 치과의사가 안면부 미용시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힘겨운 법정공방을 이어왔다. 2013년 2심에서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받아들었으나, 또 다시 대법원의 심판대까지 오른 것이다. 그리고 결국 대법원의 명확한 판단으로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는 구강악안면이며, 미용시술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안면부 레이저 시술이라는 개별 사안에 대한 것으로, 이를 기초로 치과의사의 안면부 시술이 전면 허용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단서조항을 달긴 했으나, 2심 판결을 확정한 것으로써 그 의미가 충분하다.


이미 2심 판결에는 “구강악안면외과에서의 구강악안면은 구강 및 턱뿐만 아니라 안면부 전체를 포함하는 의미이고, 그 교과서에 안면피부성형술, 레이저 성형술, 필러 및 보톡스 시술 등 얼굴 부위에 대한 모든 형태의 미용시술이 포함돼 있다”, “피고인이 한 레이저 시술은 박피, 주름제거, 흉터제거 등이 목적으로 고유한 파장의 레이저 광선을 피부에 쏘는 것으로써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어 피부미용분야에서 기본적인 수술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내용이 명확히 포함됐기 때문이다.


‘충격’, ‘멘붕’에 빠진 의과계, 제 발등 찍은 자충수


대법원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의과계는 말 그대로 참담한 모습이다. 의과계 전문지들은 일제히 ‘충격’, ‘멘붕’이라는 표현을 쏟아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이하 의협)는 즉각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의협은 “현행 의료법상 치과의사는 치과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의료법 제2조),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가 분명하고, 관련 교육 및 수련의 정도, 전문지식 및 경험에 있어서의 차이가 명확함에도 불구,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미용 목적 안면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비롯한 피부레이저 시술까지 허용한 것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한다”면서 “의료행위를 전문적 지식 및 경험 여하에 관계없이 누구나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고, 그 선택은 오로지 소비자에게 맡긴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앞으로 의료와 의료인 면허제도에 대해 비전문가인 법관의 판단에 맡기지 않고, 의료전문가단체 스스로 자체적으로 해결해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역시 자가당착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톡스와 레이저 소송 자체가 2011년 10월 경 일부 의사들이 조직적으로 치과에서의 보톡스, 필러, 레이저 시술에 대해 조사하고 고발한 것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의과계는 타 직역에 대한 이해없이 영역수호만을 주장하며 논란을 확산시켰고, 결과적으로 치과의사도 가능하다는 점만 재확인시키며 마무리됐다.


의료인 면허제도에 대해 비전문가인 법관의 판단이 아닌 의료전문가단체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주장 또한 뒤늦은 말 바꾸기에 불과하다. 보톡스 공개변론 당시 “전문적인 진료범위는 복지부, 치협, 의협이 함께 상의하는 것이 맞고 다툼이 있다면 국회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맞을 것”이란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의과 측이 아닌 대법관의 의견이었다.


뺏고 빼앗는 영역다툼, 전문성 강화로 입지굳히기 나서야


대법원의 선고공판 직후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최남섭 회장은 몰려든 취재진 앞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안면이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판결로,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향후 보건의료계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이제 더 이상, 치과 진료영역에 대한 소모적인 법적분쟁 제기나 왜곡된 주장을 멈추고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의료인들이 하나 되어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앞장서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남섭 회장은 “우리 3만여 치과의사들은 치아, 구강, 턱 그리고 얼굴 부위의 전문 의료인으로서 국민의 건강권 수호에 최선을 다 할 것이며,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국민들에게 최상의 진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과진료영역특별위원회 이강운 위원장(치협 법제이사) 또한 “법보다 도덕과 윤리가 우선이다. 협회 차원에서도 도덕적·윤리적으로 의료인의 양심에 따라 진료하고,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회원 대상 보수교육과 홍보를 진행할 것이다. 의협과도 대화하고, 국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의과, 치과, 한의과의 영역다툼은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 의사와 치과의사, 치과의사와 한의사 간 물고 물리는 법정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시점, 치과계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전문성 강화다. 의료인의 윤리를 지키며 전문성을 강화해 가는 것, 그리고 환자들의 신뢰와 선택을 받는 것이 치과계에 남겨진 과제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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