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28)

2021.01.08 15:42:27 제902호

웹/네트워크 도시

호주는 도시 간 거리가 너무 멀다. 동쪽 시드니(Sydney), 북쪽 케언즈(Cairns)나 다윈(Darwin), 서쪽 퍼스(Perth), 중앙의 울룰루(Uluru), 그리고 남쪽 멜버른(Melbourne). 호주는 시드니를 빼면 도시가 크지도 않아 한 도시만 보러 가기도 뭔가 아쉽다. 그러나 멜버른은 다르다. 자연 속의 도시인데 도시 내부가 잘 연결되어 있다. 도시의 중심을 지나는 공짜 트램을 타고 도시 한 바퀴 돌아보자. 현대건축이 도시 곳곳에 숨겨져 있다.


경계 내의 자유

 


필자를 멜버른으로 가게 만든 현대건축 이안 포터 센터(The Ian Potter Centre)1)는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에 있다. 도시에 비해 상당히 큰 규모로 도심에 위치하고 건축디자인도 남다르다. 멜버른에 머무는 동안 매일 이곳에 내려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냥 가고 싶어지는 건축이다. 가서 30분 정도 주변을 돌아다니고 눈과 몸에 담았다. 복잡한 웹처럼 네트워크로 엮인 입면은 외부보다 내부에서 밖을 바라볼 때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관계의 직설적인 표현일까? 이곳의 건물 외피는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외피가 구조의 역할을 많이 담당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외피 디자인은 놀라울 따름이다. 매일 가서 보는데도 매번 새로운 것이 눈에 띈다. 아마도 너무 복잡한 입면과 디테일 때문일 것이다. 현대건축에 나타난 새로운 장식인 걸까 고민해본다[그림 1].


미사와 그래피티(Graffiti) 골목

 


한국에서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유명한 호지어 레인(Hosier Lane)2)은 작은 골목에 불과하다. 골목을 가득 채운 그래피티는 멜버른의 깨끗한 도시 이미지와는 정반대인데 그래서인지 더 탈출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벽을 배경으로 각자의 포즈를 취해본다. 그런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다 뒤를 돌아보니 골목 사이로 이안 포터 센터가 보인다. 골목의 복잡한 색과 그림들 사이로 복잡한 현대건축의 디자인이 보인다. 서로 다른 복잡함이 동시에 보인다[그림 2].


있는 듯 없는 듯, 보일 듯 말듯

 


멜버른 시내의 서던 크로스 역(Southern Cross Station)을 지나 도크랜스 공원(Docklands Park)으로 가면 엠파빌리온(MPavilion)3) 중 하나인 아만다 레비트(Amanda Levete)의 파빌리온을 지나간다. 삼각 부메랑처럼 생긴 반투명한 것들이 커다란 햇빛우산처럼 모여 있다. 경쾌하면서 도시에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주는 파빌리온은 도시의 공간에 여유를 준다. 모든 것이 꼭 필요한 수요과 공급에 의해 작동하지는 않는다.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비워두는 그 보이드(Void)가 도시에 활력을 줄 것이다[그림 3].


호주의 신고전주의 건축

 


조셉 리드(Joseph Reed)가 설계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State Library Victoria)4)는 멜버른 도심에 위치한다. 도서관 앞쪽은 정원으로 많은 사람이 햇빛을 즐긴다. 내부공간은 중앙에 8각형 돔 아트리움은 라 트로브(La Trobe) 독서실로 사용하는데 층고가 높은 덕에 필자 머릿속의 지식도 높아지는 듯하다. 비워진 공간이 더 쓸모가 있는 법이다. 공간의 효율성은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그림 4].


숲속의 도시

 


멜버른이 아니더라도 호주 전체는 자연이 압도적이다. 자연 속에 도시가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도시는 이제 도시 안에 자연을 일부러 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생태건축, 지속가능성도 도시가 커져서 나온 해결책이다. 멜버른 시내에서 프린세스 브리지(Princess Bridge)를 건너면 퀸 빅토리아 가든(Queen Victoria Gardens)5)이다. 거대한 도심 정원 그 자체도 좋지만, 정원에서 바라보는 멜버른 시내는 자연 속의 도시라는 멜버른이 실감난다[그림 5].

 

*주석

1) https://fedsquare.com/venues/the-ian-potter-centre-ngv-australia
2) https://www.visitmelbourne.com/regions/Melbourne/Things-to-do/Art-theatre-and-culture/Public-art/VV-Hosier-Lane
3) https://mpavilion.org/locations/
4) https://www.slv.vic.gov.au/
5) https://en.wikipedia.org/wiki/Queen_Victoria_Gardens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4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