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의 추억

2022.11.10 13:54:44 제991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88)

지금도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 중에 중학교 시절에 배운 노래 하나가 있다. 미국 민요를 번안한 ‘메기의 추억’이다.

 

한국에서 가사를 번역할 때는 2절에서 메기가 백발이 된 것으로 하였지만 실제와는 다르다. 메기의 추억은 조지 존슨이라는 캐나다 시인의 ‘메이플 립스’ 시집에 실린 시를 가사로, 그의 친구가 곡을 만들어 주어 탄생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미국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고등학교에 마가렛(애칭:메기) 클라크라는 꿈 많은 예쁜 여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새로 부임해온 캐나다 출신 조지 존슨이라는 총각 선생에게 첫눈에 반한다. 메기는 조지와 사랑에 빠지고 졸업을 하고 둘은 결혼을 하지만 메기가 폐결핵으로 투병 생활을 한다. 그때 같이 금잔디 동산이나 물레방아가 도는 언덕 등을 오르며 나누던 이야기를 틈틈이 시로 쓰고 나중에 시집이 되었다.

 

투병하던 메기는 아들을 출산하고 다음 해 24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사망한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기차로 메기 고향으로 운구하던 중에 어린 아들이 칭얼거리며 계속 엄마를 찾으며 울자, 그는 열차 객실에 있는 승객들에게 “이 기차 뒤에는 나의 아내이며 아이의 엄마가 관 속에 누워 고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아기가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으니 제가 달래지만 아기 울음을 조금만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 후 조지는 대학원을 진학하고 대학교수를 지내며 평생을 홀로 지냈다. 그 시의 사연을 아는 친구가 곡을 만들어 준 것이 유명한 ‘메기의 추억’이 되었고, 한국에서 번역할 때 요절한 아내 사연이 애절했는지 메기의 머리가 백발이 되어 회고하는 내용으로 가사를 바꾸었다.

 

필자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 한 편이 있다. 1970년대 “사랑이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라는 명대사를 만들고 수많은 연인들이 눈물을 흘리게 만든 영화 ‘러브스토리’다.

 

러브스토리 OST 시작에 나오는 멘트는 지금도 심금을 울린다. “스물 다섯 살에 죽은 한 여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름답고 총명했으며, 모차르트와 바흐를 사랑했고, 비틀즈를 사랑했고, 저를 사랑했습니다”로 시작하는 ‘Where do I begin’을 들을 때면 메기의 추억을 들을 때와 유사한 감정이 오버랩된다. 영화는 하버드 법대생 부잣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인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하며 시작된다. 남자 집안의 반대에도 결혼을 하지만 시아버지는 학비와 생활비 지원을 끊어버린다. 남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자는 교사를 하며 어렵게 고생하며 남자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유명 로펌에 취직한다. 행복한 인생이 시작될 줄 알았던 부부에게 아내가 백혈병 말기라는 불행이 찾아온다. 결국 사랑하는 아내가 죽으며 이를 학창시절 눈싸움을 하며 놀던 교정 벤치에 앉아 과거를 회상하며 끝난다.

 

실제 생존했던 메기는 24세에 요절했고 영화 속 여주인공 제니는 25세에 사망했다. 살아야 할 날이 너무도 많이 남았고, 하고 싶고 해야 할 것들도 많이 있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애절하고, 짧은 사랑을 남겼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고 마음이 아리다. 영화 속 남주인공 올리버가 조지 존스처럼 끝까지 혼자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시대가 다르니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다르다고 사랑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며 지난 사랑은 과거 추억으로 남겨질 수도 있지만, 사랑했던 그 순간의 진정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영화 ‘러브스토리’가 명화로 남아있는 이유일 게다. 미국 해밀턴에는 아직도 메기와 조지가 처음 만난 학교가 있다. 노래의 사연이 기록된 상패가 오래된 건물 앞에 세워져 있고 지금도 그 사연을 보는 많은 젊은 연인들에게 깊은 여운과 감동을 준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Love story(OST)’를 검색하면 바로 1970년대 제니와 올리버의 사랑을 담은 감동과 감성을 접할 수 있다.

 

사랑하는 젊은 아내가 세상을 먼저 떠나면서 슬픔과 애절함을 남긴 것보다 꽃다운 나이에 젊음과 인생을 펴보지 못하고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크다. 이 두 스토리는 언제 들어도 가슴 깊은 곳에 먹먹함을 준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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