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자산배분 자산군 전망 (4) - 신용화폐와 대체자산 ‘비트코인’에 대하여

2022.12.08 09:45:22 제995호

최명진 원장의 자산배분 이야기 73

Fed & Bitcoin - 중앙은행의 통제를 벗어난 탈중앙화 금융을 위한 노력

앞서 자산배분에 사용되는 자산군의 전망을 연재하면서 주식, 채권, 금, 달러(현금)에 대해 알아봤다. 위험자산 주식, 안전자산 채권, 그리고 달러 현금은 모두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 Fed)의 기축통화 시스템 영향 속에 있다. 부동산은 실물자산이긴 하지만 금융을 통해 레버리지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주식과 채권처럼 연준(Fed)의 영향을 받는 자산이다.

 

인류 역사상 기축통화의 역사는 극히 일부분이며 대표적으로 ‘금’은 오랫동안 부의 가치저장 수단으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중앙은행이 전 세계 대부분의 금을 소유하고 있고 금선물시장을 통해서 금을 파생상품화시켜 기축통화 달러의 영향권에 두고 좌지우지 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많은 투자자들과 각국의 중앙은행은 달러 기축통화의 시스템 리스크를 헤지(hedge, 보유한 자산가치의 변동성에 의한 위험을 없애려는 시도)하길 원하고 금을 대체자산으로 편입하는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1946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AI까지 세상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을 가속해왔다. 그런데 유독 통화(currency)만은 디지털화 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었다(전자금융은 전산화로 디지털 금융시스템을 이용 가능케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화폐 자체가 디지털화 된 것은 아니다).

 

기축통화국 미국의 명목화폐(fiat money) 달러는 1971년 이후로 50년간 기축통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달러 기축통화의 시스템 위기를 불러왔으나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은 무제한 화폐 발행으로 경제 위기에 대처했다.

 

오늘은 1944년부터 달러 기축통화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고, 중앙은행의 무분별한 화폐 발행에 대한 저항으로 등장한 암호화폐의 등장과 미래에는 기축통화 시스템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다뤄보겠다.

 

통화의 진화 - Digital currency의 등장

달러 기축통화의 역사를 통해 통화의 종류와 앞으로 통화가 진화할 방향에 대해서 알아보자.

 

1. 태환 화폐(~ 1971) 금본위제

​화폐에 따라 가치를 설정해 놓은 화폐다. 태환화폐는 언제나 중앙은행에서 본위화폐(예를 들어 금과 은)로 교환할 수 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에서 1971년까지 달러는 일정량의 금과 교환할 수 있었다. 중앙은행이 무리하게 화폐를 발행해서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일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근로자와 중산층은 근로를 통해 생긴 소득을 달러로 저축하면 인플레이션 우려 없이 자산을 모을 수 있었다. 자본가와 다르게 노동자는 충분히 자산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급여로 받은 화폐를 그대로 저축할 수밖에 없다. 화폐에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이 없다는 것은 그래서 노동자에게 유리했다. 태환화폐 시기에 미국은 중산층의 전성기였고 빈부격차도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2. 불태환 화폐 - Fiat money

불태환 지폐(=불환 지폐는 ‘Fiat money’라고 불린다)는 태환 화폐와는 반대개념으로 화폐가 가치가 있는 금과 같은 상품이나 자산에 고정돼있지 않고 중앙은행의 신용만 가지고 유통되는 화폐다. 중앙은행이 ‘이것이 돈이다’라고 지정하면 교환가치를 가지게 된다. 신용화폐라고 불리기도 한다.

 

1971년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돈이 부족했다. 전쟁과 경제 재건을 위해 달러가 필요한데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다가는 다시 대공황 같은 경기 침체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닉슨 대통령은 1971년에 ‘달러의 불태환 선언’을 하게 되고 더 이상 달러는 금과 연동되지 않는 불태환 화폐(신용화폐)가 됐다.

 

이후로 50년간 현재까지 fiat money -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됐다. 중동전쟁 이후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위상 제고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과 협약을 체결해 석유 거래에 달러만 사용하도록 고정함으로써 ‘페트로 달러’ 시대를 거치게 된다. 미국은 달러가 필요하면 머니프린팅(money printing, 화폐발행)을 해 손쉽게 부를 창출했기 때문에 지난 50년간 우리는 기축통화의 인플레이션(가치 절하)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1970년 이후 1달러의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해 구매력 기준으로 50년만에 95% 이상 폭락했다.

 

현대인은 연간 일정 퍼센트로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지만 과거 영국의 파운드화가 금본위제로 기축통화를 유지할 때는 화폐의 가치가 전혀 떨어지지 않고 100년 가까이 물가가 거의 변동이 없던 시절도 있었다.

 

3. 암호화폐 등장 – Crypto currency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로 기축통화국의 금융 시스템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파산을 막기 위해 기축통화의 발권력을 사용했고 연준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무제한 화폐 발행(money printing)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기존 통화의 뿌리 깊은 문제는

그것이 작동하게 하는데 필요한 모든 신뢰에서 생깁니다.

중앙은행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어야 하지만, 화폐 통화의 역사는 그 신뢰의 위반으로 가득합니다‘

 

- 비트코인을 공개하며,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

 

2009년 전 세계 중앙은행의 무분별한 화폐 발행을 문제 삼으며 비트코인이 등장했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첫 번째 블록에는 그날의 타임지 1면 헤드라인 문구가 새겨져있다. ‘재무장관, 은행에 두 번째 구제금융 제공 임박’

 

비트코인은 트랜잭션(Transaction, 거래)을 암호화해 기록하는 분산 원장으로 은행이나 제3자의 신용보증 없이 개인 대 개인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디지털 자산(화폐)이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암호화폐(crypto currency) 생태계가 처음으로 시작되게 된다.

4. 화폐의 디지털화(미래) – 암호화폐, CBDC​

암호화폐(Crypto currency)가 등장하면서 달러 기축통화 외연에서 새로운 통화 시스템이 발전하게 됐다. 전에는 없었던 선택의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서 미국에서 회사채 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연준은 10년 전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양적완화로 달러를 머니프린팅했다.

 

달러화는 더 이상 경화(hard money)가 아니었고, 화폐발행의 증가량도 정도를 넘어섰다. 거기에 지정학적 위협과 팬데믹 공급망 쇼크가 겹쳐 물가상승에 불을 붙였고, 기축통화 달러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초기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우리가 겪고 있는 40년만의 인플레이션 금리 사이클로의 대전환도 이런 이유로 일어나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나게 했다. 2020년께부터 암호화폐(비트코인)는 헤지펀드, 일부 국부펀드, 보험사, 투자은행, 미국 상장사 등의 지지에 힘입어 하나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연준과 각국의 중앙은행도 디지털 화폐(CBDC)를 연구 중이며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일부 유통 중이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y)가 기존의 fiat money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화폐는 정부가 발행하는 CBDC(cental bank digital currency)와 암호화폐(cryto currency)로 나뉘고 둘의 차이는 트랜잭션의 암호화 여부다.

 

오늘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가치 저장 수단의 한 방법으로 월가와 주류 경제에서 대체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를 화폐의 역사를 통해 간단히 다뤄봤다. 다음 시간에는 자산배분에서 대체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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