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을 마무리하며

2022.12.15 13:13:45 제996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93)

이제 올해도 약 2주일을 남기고 있다. 모든 일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올해도 마무리되고 있다. 끝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지만 설렘도 있다. 이맘때면 상투적으로 지나온 한해가 다사다난하였다는 표현을 한다. 하지만 늘 돌아보면 현실에서 언제 다사다난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올해 역시 돌아보면 적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 2년을 끌어오던 코로나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사는 것이 당연해졌다. 올해 초 금방 끝날 것처럼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자재 가격을 급격히 올려놓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세상사가 늘 바뀌는 것과 바꾸지 않는 것이 있는 탓인지 대통령은 바뀌었건만 정치인들 싸움은 변하지 않았다. 필자가 몇 년간 우려와 걱정으로 바라보던 부동산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렸고 이달 15일에 또 올린다고 발표했다.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은 미국금리 인상이 지나봐야 알 듯하다. 나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력으로 월드컵 16강을 진출하는 쾌거도 있었다. 개인적인 일보다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일이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이미 우리 일상 모든 일에 영향을 주고 특히 큰일일수록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음식값은 1만원 이하를 찾기가 어렵다. 시금치 한 단이 3,500원을 넘었다.

 

물가가 상승하면 서민들 실질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급한 일이 아니면 지출을 줄이게 된다. 치과 외래환자가 줄어들고 원장들의 주름살이 증가한다. 예전에는 ‘홍시가 익을 때 치과의사 얼굴도 익는다’는 말이 있었다. 홍시가 익는 시기가 추수기에 한창 바쁠 때여서 환자들이 치과에 갈 시간을 내지 못해 치과마다 환자가 급격히 줄면서 수입이 급감하여 치과원장의 얼굴에 근심이 쌓인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식이 오르면 환자가 증가하고 금리가 싸야 소비가 증가한다. 올해 금리는 지속적으로 올랐고 주식은 지속적으로 내렸다. 영끌로 부동산을 구입한 MZ세대는 이자를 막기에도 급급해 소비를 주도할 동력을 상실했다.

 

서민들 지출능력이 감소하고 물가는 상승하여 실질적인 치과 소득은 이중으로 감소하는 압박을 받았다. 그런다고 음식점처럼 치과 수가를 올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 보험수가는 결정돼 있고 일반 수가는 잘못 올리면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치과계는 역대급으로 어려운 시대를 직면했다. 예전부터 거리 간판이 많이 바뀌는 것은 경기가 나쁜 증거라 했다. 매출이 감소하면 주인들이 먼저 간판 탓이라 생각해 새것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같이 인터넷과 SNS로 홍보하는 시대에는 환자 수가 줄어들면 간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매체 홍보비를 늘린다. 홍보비 증가는 지출 증가로 이어지며 실소득감소를 유발해 채산성은 더욱 나빠진다. 여기에 경쟁적으로 SNS 홍보를 하면 지출은 더욱 많아진다. 최종적으로는 먹튀치과나 파산치과가 많아질 수도 있다.

 

영끌한 세대들이 금리가 낮아질 때까지 버텨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금리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 연준에서 결정하는 일이다. 연준은 세계를 운영하며 복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한두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으로 예측이 가능하지 않다. 임인년을 돌아보면 끝없이 내달리던 것들이 한풀 꺾이며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도 그렇고 미친 듯이 오르던 집값도 그렇다. 하늘에 공을 던지면 가장 높은 곳에서 멈추고 다시 내려오기 시작한다. 내려오는 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진다. 코로나도 조만간 급격히 사라질 것을 예측해본다. 더불어 부동산값 하락도 가속이 붙을 것이다. 속도가 빨라지면 시야가 좁아진다. 시야가 좁아지면 생각과 판단력도 줄어든다. 이때 시야와 생각을 넓히기 위해서는 힘들면서도 버티게 만들던 것이 욕심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욕심과 투기가 성실과 인내를 비웃으며 선을 넘어선 시대 분위기에서 욕심을 버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욕심을 멈추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못 본다고 다른 세상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 생각 바꾸면 다른 세상이다. 이렇게 한해를 돌아본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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