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에도 종자를 먹지 않았다

2023.02.02 16:44:42 제1002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99)

최근 가스요금이 급격히 오르며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공공요금이 오르는 것은 앞으로 전반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비용이 오를 것을 시사한다. 음식값은 이미 1만원 이하를 찾아보기 어렵다. 서민음식의 대명사인 자장면 값이 전국평균 6,500원이 되었다. 택시요금도 1,000원이 올랐다. 모든 가격이 오르고 있다. 치과계에서도 환율이 오르면서 치과재료비가 많이 올랐다. 그런 중에도 유일하게 내려가는 것이 하나 있다. 치과수가다. 임플란트 가격은 바닥을 모르게 내려가고 교정수가 역시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치과수가도 올라야 한다. 그런데 경제원칙과 반대로 치과수가는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치과의사 수가 증가되어 경쟁이 유발된 것을 원인으로 말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의사 수가 많아지며 환자 수가 분산되어 수익이 감소된 것을 수가를 올려 보상받는 방법도 있어 꼭 수가가 낮아질 이유는 아니다. 수익창출을 미국처럼 수가상승으로 이루지 않고 후진국성 박리다매로 잡으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게다가 70~80년대는 치과수가를 균일하게 고정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가격담합으로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니 불가하다. 정부의 끊임없이 수가하향 정책과 일부 상업위주 개념의 병원들과 이해타산이 맞으며 현재의 경쟁적 저수가 시대가 초래되었다. 거기에 소통방법 변화가 급속히 가속시켰다.

 

과거와 지금은 소통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과거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말로 하거나 전화를 하고 편지를 보내는 아날로그였다. 환자가 치과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도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아날로그인 소문이었다. 반면 현대에서 소통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했다. 음성으로 전화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상호 간의 의사표현도 문자를 선호하는 시대다. 환자가 치과를 선택하는 방법도 소문보다 SNS나 포털 검색으로 바뀌었다. 소문을 통해 환자가 오던 시대에는 환자가 많아지면 수가를 조금 올리면서 적절히 환자 수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했다. 환자가 적은 곳은 수가를 조금 낮추어 환자 수를 늘리는 것이 가능해 환자가 많은 곳과 적은 곳 상호 간에 형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와 포털에서 낮은 수가를 제시한 곳으로 환자가 대거 몰리다 보니 환자가 증가한다고 수가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가를 올리는 순간 환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all or none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수가가 낮을수록 환자는 많아지고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의료의 질이 하락한다.

 

두 번째 문제는 양질의 진료를 추구하며 정상수가를 사수하던 치과는 고사되거나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어떤 상황도 의료의 질적 하락을 피할 수 없다. 내용은 다르지만 이런 현상은 치과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학계에서 흉부외과는 외면당해서 수년간 수련의를 뽑지 못하고 과장 혼자서 수술부터 케어까지 혼자서 다 하는 병원이 많다. 향후 10년 내로 그분들이 은퇴하고 그 이후 흉부외과수술이 불가한 병원이 속출할 것이다. 인천 모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가 입원중단이 된 것도 같은 현상이다. 다만 의학계가 전공에 따라 발생하는 국소 문제라면 치과계는 전체에 해당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치과계는 채산성 악화와 의료의 질적 하락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당면했다. 여기에 세대 간의 소통마저 두절돼 간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증가했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는 이들도 문제가 보이지만, 그들이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기성세대들에게도 책임이 크다. 협회에 가입을 해야 할 이유와 이슈를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수가 경쟁을 누구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차라리 정부가 치과의사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단지 지금 같은 저수가 경쟁은 회복하기 어려운 공멸로 간다. 일시적으로 저수가 경쟁 승리자도 비록 금전적인 이득을 얻겠지만, 크게 두 가지를 잃는다. 장기적 수익성 악화와 의료인만이 느낄 수 있는 고유한 자부심은 얻을 수 없다. 보릿고개에도 종자를 먹지 않던 농부의 지혜가 부럽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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