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을 돌아보며

2023.02.16 18:15:45 제1004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01)

아침 뉴스에 올라온 두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첫 번째 사진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하였다. 더불어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다. 튀르키예 강진으로 무너진 집 잔해 속에서 사망한 15살 막내딸의 조그만 손을 놓지 못하며 하염없이 망연자실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아빠는 기자에게 “딸은 침대에서 천사처럼 자고 있었고 고통 없이 떠났다. 신이 보내준 천사가 다시 신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번째 사진은 모자 달린 점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로 형사들에게 잡혀가는 아빠 모습이다. 친부가 계모와 함께 아동학대로 11살 아들을 죽인 혐의다. 지구 반대편 한 아버지는 막내딸의 사망을 슬퍼하고, 이 땅에서 한 아버지는 11살 아들이 학대로 죽는 것을 방조했다.

 

이 두 사진은 오버랩되어 필자에게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하였다. 왜 인간은 천사의 모습과 악마의 모습으로 양면성을 지녔나. 신은 소돔과 고모라도 아니건만 지진 한 번으로 3만3,000명을 죽이는 양면성을 지녔나. 신이 있다면 왜 악인을 허락하고 신은 왜 분노로 선한 사람들까지 죽게 하는 것일까. 신의 뜻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고 자연현상이라고 하기엔 슬프도록 무력하다. 자연재해가 아닌 신의 뜻이라면 그렇게 가혹한 신에게 다시 기도할 수밖에 없다는 모순으로 더욱 인간은 무력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학대로 사망하는 아동이 연간 38명이고 그중 영유아가 65%라고 발표되었다. 왜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는가. 정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인가. 그녀는 “악마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처한 위치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누구나 악을 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말 부모들이 단순히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해서 행한 짓일까. 아니면 그들의 말처럼 죽을 줄 몰랐고 교육적 차원에서 훈육한 것이 죽음에 이른 것일까. 아니면 죄의식이 없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같이 악한 사람이나 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을까.

 

다양하게 생각해 보아도 결론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던 말처럼 아이들을 때린 것이 잘못이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부모는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의 의무를 하지 않고 가장 간단하고 편리한 수단인 폭력을 행한 폭행 가해자일 뿐이다. 모든 부모가 인내를 지니고 교육을 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인 사랑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아이들이 사망하는 학대가 생길 수는 없다. 사랑을 받아보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부모가 사랑 없이 아이를 만났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모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고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친자식이든 아니든 자신을 엄마·아빠라고 부른 아이를 학대로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다.

 

인류가 생긴 이후로 세상엔 항상 악인이 있었다. 종교와 윤리는 착한 사람이 되라고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늘 악인들이 더 잘살고 선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은 늘 삶에 대한 원천적인 궁금증을 주었다. 두 장의 사진은 필자에게 사상과 철학·종교 그리고 지식의 한계를 넘어 삶에 대한 원천적인 질문을 다시 하게 한다. 신의 분노한 모습과 인간의 악한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죄 없는 아이들이 왜 죽을 수밖에 없었나.

 

그런 중에 최근 기사 하나가 생각을 조금 정리해주었다. 지진피해가 가장 컸던 하타이주의 도시 에르진에서는 건물이 한 채도 부서지지 않아서 사망자가 유일하게 없었다고 한다. 시장이 온갖 비난에도 철저하게 불법 건축물을 용납하지 않은 이유였다. 대량 사상자가 발생한 이유는 만연한 부실 공사가 키운 피해라고 한다. 역시 천재가 아닌 인재였다는 기사다. 신의 뜻이 아닌 인간의 부정부패가 원인이었다.

 

헬렌 켈러는 하루하루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축복이고 감사라고 하였다. 튀르키예 아빠 사진은 진한 인간적인 슬픔을 느끼게 하고 오늘 하루를 맞이함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게 한다. 지진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하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도드린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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