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2013년 이후, 판은 누가 짤 것인가?

2012.05.14 14:19:18 제494호

박준호 논설위원

늘 움찔거리고, 늘 당황하고, 늘 허둥댄다.

 

보건정책이 바뀔 때마다 우리 치과계의 반응은 늘 그러하다.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얘기가 ‘진작 준비를 했어야 했다’이고, ‘연구가 필요하다’이며, ‘왜 우리는 여태껏 대안을 준비하지 못했나’이다.

 

이번 노인틀니 급여화와 관련해서도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담아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나 돌이켜보면 노인틀니 급여화가 그렇게 갑작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우리가 갑작스럽다고 여기는 정책들은 실상 오래 전부터 기획되고 논의되고 준비되어 오던 것들이다. 적어도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2009~2013년)’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시에는 분명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의 계획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은 사실상 5년간 치과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예견서라 해도 다름이 없었다.

 

2009년 치아홈메우기, 2012년 노인틀니 급여화, 2013년 치석제거 보험급여 범위 확대까지, 치과분야에서는 3가지 주요 사업이 이미 계획되어 있었으며, 현재 그 계획은 부지런히 실행되고 있는 중이다.

 

한번 세워지고 발표된 계획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우리는 빼도 박도 못하고 정부 계획에 따라 이를 진행해나갈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 계획이 발표된 후에는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친다 해도 큰 줄기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하다는 얘기다.

 

우리가 정말 안타까워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판이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 판 내에서 말을 움직여 최대한 옳다고 판단되는 쪽으로 이끌어나가는 것밖에는 없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계획이 발표되기 전에, 아니 그 계획이 세워지기 전에 네모나게 혹은 세모나게, 아니면 동그랗게 그 판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깊게 관여하여, 방향과 계획을 제시하여왔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물론, 주어진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음 판을 어떻게 짤지에 대해서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놓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2013년 이후, 아니면 2014년, 혹은 2015년 그 이후에 대해 우리 치과계 스스로 치과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 미리 구상하고 계획하고, 그림을 그려놓아야만 할 것이다.

 

자, 이제 스스로에게 자문해볼 시간이다.
2013년 그 이후에 대한 준비가 우리는 되어있는가? 만약 대답에 자신이 없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또다시 어떻게 손 써볼 틈도 없이 이미 세워진 그들의 계획안에 내던져지게 될 테니 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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