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면허취소법’은 폐기해야 한다

2023.03.09 11:35:37 제1007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04)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대전광역시치과의사회(이하 대전지부) 조영진 회장께서 ‘의료인 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직회부에 반대하는 삭발을 단행했다. 당일 전국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여의도에 모여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었다. 일명 ‘의료인 면허취소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의 심각성은 치과신문에 실린 삭발 사진 한 장으로 대전지부 회장의 결의가 느껴진다.

 

필자가 한 모임에서 형사법 전문가에게 이번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 물었는데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법 상식적이지 않고 뭔가 필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사를 보여주면서 겨우 현재 실정을 파악했지만 상식적이지 않는 개정이란 답변을 들었다. 지금 국회에서는 형사법 전문가도 납득하기 어려운 법이 만들어지기 직전이다.

 

일반적으로 상식이나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때 그 보이지 않는 주체를 찾는 첫 번째 방법은 경제적으로 이익을 보는 자다. 사건 발생으로 이익을 보는 자나 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사건을 기획하고 주도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두 번째는 이익을 보는 자가 아무도 없는 경우로 이익과 무관한 감정적인 문제이며 원한이나 복수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이익도 복수도 아닌 경우로 소위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사건’이다.

 

이번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어디에 해당되는 것일까. 우선 의료인들은 손해를 보고 이익을 보는 집단이 아니다. 환자나 국가도 의료인이 줄어드는 정책은 국익이나 진료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아니다. 이익을 보는 자가 하나도 없으니 첫 번째에 해당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감정적으로 의료인들에게 감정을 지닌 자들이 있는가. 한국사회에서 의료계는 그동안 칭찬받기보다는 비난을 받는 사건이 더 많았고, 그때마다 사회적 공감을 받기보다는 철밥통을 고수하려는 집단 이기주의로 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가 없던 집단인 의료계는 1999년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00년에 시작된 의약분업으로 의사들은 정치권과의 투쟁을 시작했다. 그 후 2014년에 원격의료 반대 파업이 있었고, 최근 2020년에 지방 의대 신설을 반대하는 의대생 국가시험거부와 교수들의 채점거부가 있었다. 이때 정부와 정치인은 코로나19로 국민보건 위기상태에서 국민건강을 볼모로 당하며 안건을 철회했지만, 당시 많은 국민들 공감도 얻지 못하고 집단이기주의라는 인식을 깊이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전까지는 국민들과 무관하고 의료계와 정부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의대생 국가시험거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건강을 저버리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직접 심어준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의료인 길들이기의 한 방법으로 탄생한 것이 ‘의료인 면허취소법’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필자도 국민건강을 인질로 행한 의대생 국시 거부를 동의하지 않았다. 의사협회가 해야 할 일을 아직 의사도 아닌 학생들이 정치적·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의료정책에 단순한 생각으로 뛰어든 사건으로 4·19가 발생하던 후진국 시절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시대에 국민건강이 볼모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승리는 했지만, 결코 이긴 것이 이긴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인질극도 성공은 없다. 인질극에는 반드시 비난과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계 전체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법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것과 통과 시 대통령 거부권이 남았지만 공감을 얻기에는 턱없어 보인다. 정치인들은 오로지 유권자의 표만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이제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이해와 납득을 시키는 노력과 성추행 같은 파렴치한 범법행위를 한 의료인들을 스스로 철저하게 잘라내야 한다. 국회는 비상식적인 의료법 개정안을 철회해야 하고, 의료계는 파렴치한 범법자와 교통사고와 같은 피치 못한 범법자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국회와 상의해야 할 때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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