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를 위해 사법부가 변해야 한다

2023.06.15 14:00:20 제1020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17)

30년 전 구강외과 수련의 시절이었다. 성인 남성이 응급실에 하악이 아프다는 이유로 내원했다. 방사선 상에서 하악 우각부 골절이 보였다. 상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다치게 된 원인을 물으니 참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2살 난 아들을 누워서 배 위에 올리고 놀다가 아이의 발길질에 턱을 맞았고 이후로 아프고 밥을 먹기 힘들어 내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아이 발길질로도 턱이 파절될 수 있을 정도로 약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제 뉴스 기사를 보다가 30년 전 응급실 일화가 생각났다. 기사 내용인즉, 얼마 전 원주에서 길을 걷다 40대 후반 여성과 20대 남성이 서로 부딪히며 시비가 붙었다. 남성은 여성을 넘어뜨리고 넘어진 여성을 폭행했다. 여기까지는 최근 인성과 도덕성이 무너진 뉴스 내용들로 필자의 생각을 잡아두지는 못한다. 문제는 다음 글귀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얼굴을 축구공처럼 걷어차 기절하게 만들었다. 가해자는 2년 4개월 격투기를 수련한…”이라며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넘어진 사람 얼굴을 축구공 차듯이 걷어찼는데 고작 징역 6개월이라는 내용은 악안면외과 전문의로서 인정되지 않았고 30년 전 응급실 기억을 불러내었다. 격투기를 2년 정도 수련한 20대 남자가 얼굴을 찼다면, 경추 골절로 사망하거나 전신마비가 올 수도 있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안면 출혈은 기도를 막아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다. 단순 폭행이 아니라 살인미수나 중대한 상해를 위한 폭력이라 판단해야 하건만, 재판부는 그저 단순 폭행이 좀 심했다고 인식한 모양새다.

 

2살 아이 발길질에도 턱뼈가 부서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최근 재판부 무지어린 판결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 의학에 기초해 판결을 한다면 최소한 넘어져 있는 사람의 머리나 배를 발로 차는 경우에는 살인미수나 중대한 상해를 가하기 위한 폭력으로 판단해 중형을 선고해야만 한다. 그래야 그런 폭력이 방지되고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넘어진 사람 배나 머리를 발로 차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고, 맞은 사람도 멀쩡하게 일어나니 일반인들은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영화처럼 넘어진 사람 배를 발로 차면 장기파열로 사망하기 쉽다. 최소한 넘어진 사람 머리와 배를 발로 차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형량은 살인미수에 준해야 한다. 머리를 축구공 차듯이 찬 경우에 고작 징역 6개월이라면 재판부가 너무 무지한 것이다. 물론 이런 판결이 여기 뿐은 아니다.

 

최근 삼성반도체 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다 잡힌 일당이 6년형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이면 30년 형이고 대만이면 사형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계도하고 방향을 정해야 하는 사법부가 과거와 안일함에 묻혀서 무지하고 타성에 젖은 판결을 하는 것은 심히 안타깝다. 촉법소년들이 자신들이 촉법소년이라서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맘 놓고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 이미 그들은 촉법소년이 아니다. 과거 후진국과 개발도상국 시절에 정한 나이를 현재까지 유지하면서 처벌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방치하는 것이고 미래범죄자를 양성하는 것으로 사법부가 직무 유기하는 행위다.

 

과거에 촉법소년 나이를 정할 때와 현재는 완전히 시대가 다르다. 사법부도 바뀐 현실을 반영하고 변해야 한다. 90년대까지도 길을 걷다 부딪쳤다고 20대 남자가 연장자인 40대 여성에게 시비 걸고 폭력을 행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요즘은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를 깨워서 아동학대로 선생님이 고소당했고, 서로 싸움을 한 아이를 화해시켰다고 맞은 아이 부모가 선생님을 고소하는 시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고소를 받아주고 결론이 날 때까지 2~3년을 허비하는 사법부로 인해 학교에서 교육과 교권은 고사되었다.

 

사법부 판사들은 자신들 판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6~70년대 아이들과 다르다. 최근 학폭이 문제가 된 것도 소송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사법이 악용당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사라져간 인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사법부의 진정어린 각성이 심각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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