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무엇이 변하였을까

2023.07.03 09:52:04 제1022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19)

전통적으로 우리사회는 한 사람의 사회 건강도를 체크하는 3요소가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가’를 농담 삼아 물어보곤 한다. 사실상 이 3요소는 의사가 환자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항목이며, 아마도 전통적으로 한방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해지면 잠을 못자거나 혹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하여 과수면을 한다. 혹은 밥맛을 잃거나 스트레스성 과식을 하게 된다. 배설에서 대변은 소화계에 소변은 순환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3요소에 문제가 생기면 삶의 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현명한 건강체크 방법이었다.

 

최근 10년간의 우울증과 수면특성 간의 관계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2009년(4.6%)에 비해 2018년에 우울증 유병율(8.4%)이 2배 증가했다. 또 5시간 미만 수면자가 7~8시간 정상 수면자에 비해 우울증이 3.7배 높았다. 이 연구는 잘 자지 못하면 우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했다. 10년 전에 비해 우울증이 2배나 증가했다는 보고는 사람이 변했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사회 환경이 더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각자가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면 힘든 상황이나 우울증에 놓였을 가능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수면에 도달하는 시간인 수면잠복기가 길어지면서 잠들기 어려운 사람들 또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의심된다.

 

한 개인에게 수면의 질은 행복한 삶에 대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예전부터 아침인사가 “잘 주무셨나요?”이었던 것도 심리적인 안정성과 건강상태를 물으며 행복의 기본 여건 상태에 대한 체크였다. 마음이 편하면 잘 자고 고민이 있거나 불안하면 잠들지 못하는 것은 상식이다. 잠을 설치거나 자지 못하면 하루가 불편한 것도 상식이다. 수면이 질이 나빠지면 그것만으로도 우울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현대와 같은 복잡한 여건에서는 스트레스나 고민으로 수면의 질이 하락하고 동시에 우울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어떤 요인이 되었든 간에 지난 10년간 잠자기 힘들어진 여건과 우울해질 이유가 더 많이 증가됐음을 의미한다.

 

그럼 과연 지난 10년간 무엇이 변했을까. 무엇이 변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발표된 토픽을 검색해봤다. 2살 때 버리고 떠난 생모가 54년 만에 나타나 숨진 아들 보상금을 요구했다. 소년원에 가고 싶다는 이유로 10대가 KTX 선로 위에 돌덩이를 올려놓았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성실한 역무원 점검으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쇼크로 쓰러진 환자를 도와준 옆 편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건 소송이 무죄로 판명됐다. 부모 학력이 높을수록 자녀가 독립을 못하고 일을 단념하는 니트족이 될 확률이 높다. 학교에서 싸움을 말린 선생님을 학부모가 고소하여 기각됐다. 20대가 코인이나 주식 실패로 파산하고 회생 후 또 파산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뉴스 검토 후에 한 가지 공통적인 맥락이 보였다. 양심을 기반으로 한 상식의 부재다. 2살 때 버리고 간 엄마가 길러준 친척들을 배제하고 법적으로 우선순위란 이유로 54년 만에 아들 사망금을 달라고 나타난 것은 양심과 상식의 문제다. 또 법이 사회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며 만들어진 문제다. 봉침 맞고 쓰러진 환자를 선의로 도와준 의사에게 감사는 고사하고 고소를 한 것도 ‘아니면 말고’ 식인 양심과 상식의 문제다. 학생 싸움을 말린 선생님을 고소한 것도 상식의 문제다. 코인투자로 파산하여 탕감받고 재차 한탕투기로 파산하는 것도 상식 밖이다. 기차 탈선으로 사람이 얼마가 죽든 자신은 소년원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10대는 양심과 상식을 넘어섰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심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양심을 기본으로 한 상식이 무너졌다. 양심의 가치가 무너지면 윤리와 도덕이 사라진다. 윤리와 도덕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사회불안으로 담이 높지 않으면 잠들 수 없다. 하지만 담이 높으면 이웃과 소통이 끊어지며 외로워져서 잠들기 힘들다. 양심이 무너지면 스스로 편하게 잠들기 어렵다.

 

양심이 존중받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가 되어야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편히 잠들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모두가 노력해야만 우리사회에 미래가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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