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튼도 조현병으로 힘들어했다

2023.08.17 15:14:49 제1028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25)

영화 「뷰티풀 미인드」는 박사 논문으로 기존 게임 이론을 뒤집고 경제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노벨상 수상자 존 내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50년 동안 조현병에 시달렸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노벨상을 수상하는 사랑과 감동의 스토리를 담아 2002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어느 날 조카인 마시가 세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나이먹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마시가 나이를 먹지 않아”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자신에게 보이는 사람들 중에는 실존하지 않은 상상의 인물이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조현병자인 것을 인지하는 장면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뉴튼도 조현병에 시달렸다. 지루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의 강의에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빈 강의실에서 혼자 강의를 하였고, 엉뚱하게 지리학 강의를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뉴튼은 망상형 조현병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두 건의 묻지마 사건이 있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한 건은 사회에 대한 분노 폭발이 이유이고, 다른 한 건은 치료를 중단한 조현병이 원인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가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사회적 편견이 생기는 것을 우려했다. 이런 선입견으로 ‘낙인효과’가 생기며 사회적인 기피가 유발되면 음성적으로 숨어들고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시기를 놓칠 환경이 조성되면, 더 많은 정신질환자를 유발하고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래전에 졸업한 학생이 고등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은 5년 전에 불만이 있었다는 이유로 편의점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사건과 다르지 않다. 이는 단순 폭행사건이 아니다. 오래된 기억을 편집해 왜곡하고 믿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상태는 ‘해리성장애(조현병)’가 의심된다. 왜곡된 상상(환각)을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면 해리성장애(정신분열, 조현병)다. 예전에 20대 여성이 고속버스 안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앞자리에서 잠을 자던 40대 남자를 찌른 일이 있었다. 경찰은 여성이 조울증(양극성장애)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상태였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은 사실과 좀 다를 수 있다. 조울증에 해리성장애를 동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 조울증의 울증 상태는 어떤 사건을 벌일 만한 의욕 자체가 없다. 반대로 조증 상태는 에너지가 넘치며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에 남을 해할 이유가 없다. 그녀는 흉기를 미리 지참한 것으로 보아 충동보다는 계획적으로 판단되어 조현병 혹은 양극성장애의 경계인 조현정동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이유였든지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은 그 시대를 대변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반복될 수도 있다. 묻자마 범죄의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다. 길가는 행인이나 약국, 편의점 혹은 치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런다고 이들을 피하기 위해 집에만 있을 수도 없다. 따라서 이런 황당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우선 그 이유를 알면 도움이 된다. 범인들은 크게 두 가지 형이다. 사회불만 폭발형과 치료되지 않은 망상형이다. 자신이 지닌 불만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는 경우에 대상이 불특정하면 ‘묻지마 범죄’가 되고, 구체화시키면 ‘타깃형 범죄’가 된다. 자신이 힘이 강하다고 생각하면 다수를 대상으로 삼고, 약하거나 소심하다면 아이나 여성 혹은 노인이 된다. 망상형은 불특정적이다. 길거리에서 차량으로 돌진하는 경우를 피할 방법은 없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반드시 조짐이 있다. 이상행동이나 수상하면 조짐으로 파악하고 피해야 한다.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가 되었든 편의점에 온 고객이 되었든 누가 그런 상태에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조짐으로 인지하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이상행동을 하거나 비상식적인 논리를 주장하는 등 조금이라도 이상한 느낌을 받으면 조짐으로 파악하고 분쟁을 피해야 한다. 그들이 왜곡할 기억이나 이벤트성 추억을 만들면 안된다.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그들이 의견을 무시하여 감정을 상하게 하는 모든 일(사건)은 이벤트성 추억거리나 왜곡될 기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논리나 이성으로 누군가의 감정과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