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을 때 찌릿해서 밥 먹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2024.04.18 07:31:35 VOL178/2024봄여름호

글/신수정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치과보존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도곡동에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치과보존과에서 근무를 하는 신수정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균열치에 대해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균열치를 만날 때 제일 안타까운 순간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혹은 ‘환자가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하는 마음이 들 때입니다. 어느 날 제가 15년 이상 치과진료를 하고 검진을 했던 환자분이 예약도 없이 치과에 내원했습니다.

 

“선생님, 어제부터 치아가 너무 아파서 그냥 왔어요."

 

환자가 가리키는 왼쪽 위의 맨 뒤 어금니를 보니 누가 보아도 명확하게 치아가 반으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이 환자분은 6개월 전에도 제게 치과검진을 받았었는데요. 그 당시 아무런 불편함이나 치료를 할만한 것이 없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방사선 사진 상에도 이상소견은 없었습니다.

 

▲40대 중반의 환자가 왼쪽으로 전혀 씹을 수가 없다고 내원했는데 방사선 사진을 보면 우식이나 큰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습니다.

 

▲환자의 구강 내를 들여다보면 왼쪽 맨 뒤 어금니에 금이 가서 벌어져 있고 환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이 환자는 20대 중반에 심미보철을 위해 다수의 치아에 근관치료를 했고 윗 앞니의 뿌리 끝 염증으로 제가 치근단수술을 하고 1~2년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했던 분입니다.

 

▲이 환자는 17년 전 상악전치부의 치근단병소로 처음 저에게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1~2년에 한번씩 상악 전치부의 상태 및 전반적인 우식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환자는 윗 앞니치료를 받은 것을 빼고는 10년 넘게 치아우식(충치)이나 다른 치주질환(잇몸병)이 발견되지 않아서 상악 전치부 위주로 검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흘러 이 환자도 40대가 되고 균열치아가 생기기 쉬운 나이가 되었는데 저는 환자의 치아가 건강하니 늘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고 치아에 이상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021년 태국의 저자들이 Journal of Endodontics에 발표한 ‘Oral Functional Behaviors and Tooth Factors Associated with Cracked teeth in Asymptomatic Patients’라는 논문을 보면 30세에서 61세의 환자 56명의 치아를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135개의 균열치아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최소 한 개 이상의 균열치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들 치아는 모두 평소 증상이 없었고 씹어보라고 해도 불편함이 거의 발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논문을 통해서 저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는데, 첫 번째는 증상이 없는 균열치아가 중년의 치아에서는 매우 흔하다는 점, 그리고 환자는 불편함이 없는데도 균열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균열치아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은 많은 치과의사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질환이 심해도 증상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또 진행속도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래된 금 인레이가 탈락해 다시 붙여달라고 내원한 제 환자입니다. 이렇게 근원심으로 명확하게 균열선이 있는 상태(좌측의 사진은 최근 균열치의 진단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Q-ray라고 하는 장비를 활용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균열이 있어서 틈이 벌어져 있는 부분은 세균이 들어갈 수 있고, 그 부산물이 붉은 형광으로 보입니다. 치아의 중간 부위 가로로 붉은 선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에서 ‘다시 금 인레이를 붙여도 될까?’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환자분께 아프진 않았지만 균열이 진행되고 있으니 금 인레이보다는 치아를 좀 더 보호하는 형태의 크라운을 권유해 드렸습니다.

 

균열치아는 40~50대에서 호발하며 치료를 많이 받은 치아(크라운 등)보다는 의외로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일급와동수복(작은 아말감, 금 인레이)을 받은 경우에서 어금니 부위에 많이 나타납니다. 젊은 시절 충치가 많았거나 잇몸이 안 좋아서 치료를 많이 받은 분들보다는 ‘오복의 하나인 치아 건강을 타고났어’라고 자신했던 분들에게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치아가 건강하셨던 분들은 평소에도 치과에 가지 않았던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치아균열이 심해서 치과에 내원했을 때 이미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치아균열이 있는 경우 70~80% 정도 환자에서는 씹을 때 , 특히 씹었다 뗄 때 시큰한 증상이 있습니다. 일부는 찬물에 시린 증상을 호소합니다. 좌우측 중 어디가 불편한 지는 알 수 있지만 대부분 그게 윗니인지 아랫니인지 맨 뒤 어금니인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로 수개월 정도 불편함이 지속되면 그때 치과에 내원하게 됩니다.

 

치과에 내원하면 치과의사는 불편한 치아가 어디인지 검사를 통해서 확인하고 그 치아를 자세히 관찰하여 균열선이 있는지 확인을 합니다. 때로는 하나의 치아가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환자의 씹는 힘이나 식습관에 따라서 다수의 치아에 균열선이 발견될 때도 있습니다. 혹은 수년 전 우측 치아에 균열선이 생겨서 치료받았는데 이번엔 왼쪽에 같은 증상이 생겨서 치과를 찾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왼쪽 치아로 음식을 씹다가 깜짝 놀란 적이 몇 번 있어서 무서워서 그쪽으로 밥을 못 먹고 있다는 40대 남자환자의 금 인레이를 제거해보면 그 밑으로 금이 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금이 많이 진행된 치아를 씌우기 위해서 삭제를 해보면 치아가 절반으로 쪼개지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금이 많이 갈수록, 오래될수록 잇몸까지도 나빠지는데요. 이런 경우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오래 사용하기 힘들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균열치아를 치료하는 것은 금이 간 부분을 다 제거해서 완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저작이 힘든 상태의 치아의 증상을 완화시켜서 기능을 회복하고 치아의 수명을 조금 더 연장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진료실에 만나는 많은 환자들이 균열치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이렇게 묻습니다. “뼈는 금이 가면 다시 붙는데 왜 치아는 안되나요?”라고요. 뼈세포는 평생 동안 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금이 가도 다시 붙는 게 가능하지만 치아는 한 번 만들어지면 원래의 치아 조직으로 다시 붙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치과의사들께서 진단, 치료, 그리고 예후 판정이 모두 까다로운 균열치아를 치료하시면서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적게 받길 바랍니다. 또 치과에 내원하는 분들이라면 평소 딱딱한 음식을 조심하고. 씹을 때 시큰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너무 늦지 않게 치과 주치의에게 검사를 받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