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밖에 있는 이들

2013.04.08 15:15:23 제537호

이시혁 논설위원

분주한 상춘 행렬과 더불어 불사춘(不似春)마저 봄볕으로 녹여 버리고 초여름으로 무섭게 내달리는 이 계절은 우리에게 세월의 힘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안으로 번지고 파고드는 햇살의 정적은 성급한 마음에 밖으로 우리의 눈을 자꾸 돌리게 한다. 그런데 이 모든 봄날의 호사마저 지루한 겨울을 통과한 한량 같은 인생들에게 주는 꿈같은 당근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뜨거운 여름의 채찍을 떠올려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 우리는 내부를 지향한다. 그래서 조직의 심장부인 ‘이너써클’에 들어가기 위해 심지어 영혼을 팔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까발려 볼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내부와 안쪽은 동경과 경외의 밀실로 통하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종교 역시 인간의 구원은 반드시 종교의 테두리와 가르침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교리로 진리의 토대를 쌓아온 것도 사실이다. 세상의 수많은 울타리 밖은 보호받지 못하는 외진 곳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원들의 이해관계는 안이기도 하면서 또한 밖도 되는 모순의 상생으로 존재한다. 게다가 권태와 위기에 봉착한 조직은 원안에 또 작은 원들을 그려 새로운 보호 본능을 자극하며 일시적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아마 오래 전부터 우리의 유전자 속에 보호받지 못하는 울타리 밖이나 동굴 밖의 두려움이 숨겨진 채 지금껏 이어져 온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자연이라는 두려움의 울타리는 걷혔음에도 내부로 좁아지는 작고 큰 세력들의 존재감은 더 많은 아웃사이더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원은 자연의 선택으로 그려진 것이 아닌 소수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기에 그 폐해의 심각성만큼 도피할 곳마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가장 큰 나비효과는 가장 깊숙한 곳의 사소한 것으로부터 도래될 수 있는 것이고 그 절대적 피해는 무방비로 노출된 국외자들임은 자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비참한 밖의 역설은 아이러니하게 진리의 중심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예수의 비유처럼 천국에 들어간 자는 부잣집 밖에 버려져 헤진 거지였고 천국의 잔치에 참여한 이들은 떠돌이와 버려진 자들이었다. 그리고 종교에서도 배척당한 이들이 도리어 진정한 정통성을 잇게 되리라는 역설의 패러다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지만 내부의 유복한 자들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절대 악이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성인들이 실천의 삶으로 생을 마감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원래 이런 구분이란 것은 있을 수 없기에 인위적인 울타리 안에 있건 밖에 있건 그것으로 사람이 차별될 수 없다는 존재의 진리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안에 있는 자들은 이런 구분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반드시 밖을 제대로 보아야 하고 밖의 존재들도 안에 있는 기름진 자들과 같은 존재들임을 깨닫고 그들을 부러워하지 말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나아가 안에 있는 자들도 본래 너희와 같은 자들인데 실은 안에서 살기 위해 더 나쁜 짓을 많이 한다는 것을 성인들이 삶으로 보여준 것이다. 어쩌면 천국은 이러한 비유를 빨리 깨닫게 하기 위해 몹시 충격적인 묘사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요즘 치과계를 보면 어려워진 여건 탓에 점점 더 안으로 파고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여기저기 돈을 중심으로 덧없는 원들이 기생화산처럼 동심원을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병원 수익증대 세미나들의 중심엔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학문적 탐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만을 좇는 결과에 대한 언급이다. 자칫 사회성 없는 고립의 원 안에 갇힐 수 있음을 우려해야 한다.

 

우리 역시 밖을 보아야 한다. 악성(樂聖)이 후학들에게 오선지 안에 갇히지 말라고 했다는 부탁처럼 만약 갇힌다면 우리는 환자의 입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어야 할 것이다. 춘풍에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옮겨지듯 우리의 개원 역시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따뜻한 봄빛을 받는 바깥이어야 할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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