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봉사 실천하는 치과의사 탐방]-9 인천 연일학교 치과의사 우광균

2013.04.15 15:43:51 제538호

연수동 슈바이처, 장애아동과 함께 하는 인생 2막

인천에 위치한 장애인 학교인 연일학교. 그곳에는 1999년 치과보건실을 만들고 15년간 매일 출근하는 치과의사가 있다. 개원의로 40년을 보낸 우광균 실장은 연일학교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매일 아이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연수동 슈바이처 우광균 실장을 만나봤다.


장애 아이를 위한 제2 인생
군의관을 예편하고 치과를 개원한 1960년, 치과가 자리를 잡자 우광균 실장은 봉사가 필요한 곳을 찾았다. 치과 하나 없던 덕적도에 1년에 1주일씩 진료봉사를 나가던 우광균 실장은 그곳에서 덕적도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최분도 신부를 만나 봉사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됐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999년 우광균 실장은 40여년 가까이 운영해 오던 ‘우치과’를 정리하고, 보유하고 있던 수억여원의 치과기자재를 연일학교에 기증했다. 

이후 휴일과 방학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15년 넘게 이곳에서 아이들의 치아를 관리해 주고 있다. ‘실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순수 봉사직이다.

우광균 실장은 “처음 이곳에 와서 아이들을 치료할 때 대화라고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며 “진료실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고 앉혀놓아도 마구잡이로 몸부림쳐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르듯 했다”고 회상했다. 

우광균 실장은 치과치료는 자신 있었지만, 다운증후군이나 자폐증을 앓고 있는 장애아동을 치료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했다. 정신지체아들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직접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탐독하고 아동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치료를 시작했다.


환자가 아닌 우리 아이들
치과진료실을 찾아오는 아이들은 환자이기 전에 우광균 실장의 가족이다.

우광균 실장은 아이들의 치아 상태와 치료내용을 진료기록부에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 기록 속에는 한 아이가 넘어져 전치 8개가 다 쓰러지는 사고도 있었다. 우 실장은 “내가 이 치아를 살리지 못하면 이 아이는 먹는 즐거움보다 고통을 평생 느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치료를 하면서 아이는 물론이고 몸부림치는 아이를 잡고 있던 엄마, 선생님 모두와 함께 엉엉 울면서 치료를 했다”며, 그때 “진정한 봉사는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한다. 

우광균 실장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연일학교 아이들의 치아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치과보건실이 개소할 당시 심각한 충치와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절반을 넘었지만 지금은 충치가 있는 아이가 거의 없어 다른 학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우광균 실장은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서도 계속해서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구강보건 교육과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기적으로 전교생에게 불소도포를 해주면서 구강관리에 힘쓰고 있다. 


주변으로 퍼지는 봉사와 나눔
우광균 실장의 나눔과 봉사는 지역사회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연일학교 치과보건실의 장애아동 구강관리 노하우가 인천광역시에 알려지자 관할 보건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형식을 빌어 다른 특수학교 두 곳도 치과진료소가 신설됐다.

우광균 실장은 나이가 들면서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침침한 것이 점점 기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느껴왔다. 기본적인 치료와 치아관리는 문제없지만, 힘과 집중력이 필요한 치료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치료가 필요했고 자식과도 같은 아이들을 외면할 순 없었다. 우 실장은 동창회에 나가 “장비는 다 있으니 매주 연일학교로 와서 치료봉사 좀 해 달라”고 제안을 했다. 대선배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인천에 개원한 후배 치과의사 9명은 ‘선뜻’ 아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기로 약속했다. 

주안서울치과의 김미자·박성원·박준호 원장, 연수서울치과의 전승호·박지현·김우현·우승표 원장, 송도서울S치과의 이상철·김기영 원장은 매주 목요일 돌아가면서 우광균 실장이 하기 힘든 시술을 하고 있다. 
우광균 실장은 “누구나 한 번쯤은 도움을 받게 되고, 그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도리이고, 나는 그 도리를 지킬 뿐이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면서 살고 싶다”고 전했다.

남은 생을 나눔과 봉사로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치과의사 우광균. 그의 황혼은 그 누구보다 더 밝고 아름답게 빛을 내며 어려운 이웃들을 훈훈하게 감싸고 있다.

김희수 기자/G@sda.or.kr
 
김희수 기자 g@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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