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젊은 치과개원의

2013.04.29 09:32:22 제540호

신동렬 논설위원

구회 회장을 맡은 지 1년이 지났고, 1년의 임기가 남았다.1년 동안 구회무의 업무파악을 다한 이사들이라 이젠 별 무리 없이 잘 돌아가겠거니 했지만, 한 주무이사가 좀 더 나은 개업을 위해서 이전하겠다고 이사직을 그만뒀다. 작년에 이어서 벌써 두 번째다. 

10년 이상 구회무를 하는 동안 병원을 이전한 이사는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내 임기 동안에 벌써 두 번째다. 내가 인복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지금 치과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그만둔 이사는, 서로 많은 대화를 한 아끼는 후배여서 더 안타깝다. 또한 그가 남겨둔 숙제 같은 얘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그 얘기의 요점은 이랬다.

개업 5년차! 성심성의껏 환자를 보았고, 내원하는 환자들과의 소통도 좋았다. 

보험진료가 대부분이어서 놓친 보험청구가 없나 살펴보다 보니까, 자연히 보험청구의 달인이 되었다. 이것으로 먹고살기에 지장이 없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불행히도 그렇지가 못했다. 비보험 진료를 위해서 이곳저곳 세미나를 쫓아다니며, 고도의 진료능력을 익혔지만, 환자가 없었다. 치과계의 유례없는 불황에다가, 불법네트워크의 덤핑에 이어서 주위 치과들의 덤핑으로 임플란트, 보철을 하려는 환자들은 가격 때문에 등을 돌릴 뿐만 아니라, 그간에 쌓았던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10년 이상의 신용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마당에 개업연수가 짧은 어린 개업의들은 오죽하였을까!

같이 덤핑을 하려니 치과의사로서의 자존감이 허락하지 않았다. 먹고 살 순 있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없으리라 판단하고, 치과를 넘기고 떠났다. 환자를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좋다고 하면서, 식구들을 서울에 둔 채 지방으로 떠났다. 그는 본인 같은 젊은 치과의사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협회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치과의사로서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치과의사들이 강력하게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협회장선거를 직선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까지 봐야 한다고 했다.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동네 구멍가게들은 문을 닫게 되었다. 대형마트들의 덤핑에 가까운 가격파괴로 구멍가게를 찾지 않는다. 이렇게 불법네트워크 치과들은 덤핑이라는 무기로 쓰나미처럼 치과계를 휩쓸었다. 동네 치과들은 생존을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다. 이제 와서 불법네트워크 치과들은 무늬를 바꾸면서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고 있다면서 아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치과계의 불구대천의 원수들과는 같이 살 수 없다 한들 그들이 죽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공존할 방법은 있는가? 그 옛날 친일파들이 처단되지 못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잘 살아왔다. 과연 우리는 불법네트워크 치과들을 처단할 수 있겠는가? 

빈대를 잡기 위해서 초가삼간을 태우기보다는 매일매일 꾸준하게 방역시스템을 작동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우리는 현행 의료법이 가진 한계를 명확하게 보았다. 치과계를 바라보는 여론도 어떻게 움직여가는지 안타깝게 지켜보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치과계를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은 치과의사들 자신밖엔 없다. 전문지식인으로서의 치과의사보다는 인문학적인 교양을 지닌 도덕적 윤리적 직업관을 가진 전문지성인이 되길 바란다. 더 많이 벌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불행까지 초래하면서, 또한 자신의 양심을 가리면서까지 온갖 마케팅을 하면서 마음을 병들게 하지 말고, 지출의 규모를 줄이고, 절약하는 쪽이 더 현명하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에 초점을 맞추자. ‘꾸뻬씨의 행복여행’에서 보면,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23번째 배움이,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위해서 구회 일을 계속적으로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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