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반대편의 그 무언가

2014.03.10 14:10:32 제581호

박창진 논설위원

최근 두 명의 새로운 치과위생사가 함께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 한 시간 가까운 면접을 하고 2차 면접까지 진행했다. 다른 병원보다 급여는 적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3개월 수습기간 중에는 기본급만 지급해 다른 병원에서보다 30~40만원 적은 급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혹시 진료가 늦게 끝나도 연장근무 수당은 없으며 원장의 강의에는 저녁이나 휴일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무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하는 사람은 뜻밖에 많았다. 면접시간 내내 우리 치과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이고 그 동안 근무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새로 함께 할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으면 하는지 그리고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은 우리 치과는 어떤 곳인지를 설명했다. 면접자에게 질문은 거의 하지 않았다.

 

물론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규직이 되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조건을 준수하고 있다. 인생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 반대편에 눈에 좀처럼 잘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숨어있다고 한다. 월급과 근무시간 같은 조건의 반대쪽에는 그것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그것이 어떤 사람들을 움직이는 동기가 된다고 한다. 왜 그들은 치과에서 일을 하는 걸까? 눈에 보이는 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일까? ‘왜’라는 그 질문에 눈에 보이는 것의 반대편에 있는 그 무언가를 답으로 생각한 적이 있는가?

 

이번에는 환자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낯 뜨거운 광고들이 보인다. 치과가 무슨 기획사도 아닌데 매일 이벤트다. 수능 보느라 고생했다고 치료비를 할인하고 결혼을 한다고 치료비를 할인한다. 임플란트에 이어 이제 교정 수가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온갖 교정 장치 상품명들이 광고문구에 등장한다.

 

하지만 어떤 치과는 치료비가 다른 병원보다 비싸고 전통적인 교정장치를 사용하지만 환자들은 그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다. 우리 치과의 치료원칙은 무엇이며 이 치료를 통해 어떤 것들을 결과로 얻으려고 하는지, 여러 가지 치료방법 중 환자에게 가장 최선은 무엇일지 등에 대해 환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치료비와 같은 눈에 보이는 조건의 반대쪽에는 그것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어떤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가 된다고 한다. 왜 그들은 우리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 걸까? 눈에 보이는 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일까? ‘왜’라는 그 질문에 눈에 보이는 것의 반대편에 있는 그 무언가를 답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왜 나는 치과 안에 서 있는 걸까? 왜 진료를 하는 걸까? 왜 직원들은 우리 치과에서 근무하는 걸까? 왜 그 환자는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일까? 나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진료를 어시스트하고 청소를 하고 소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일들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함께 웃고 울고 떠들고 마음을 나누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반대편의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치과를 사랑하는 직원,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 내 마음 같은 직원은 그 반대편의 무언가를 공유하면서 만들어진다.

 

치과 문을 열고 들어온 환자는 그것을 느낀다. 체어에 누워있는 환자도 그것을 느낀다. 그 에너지가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를 마음으로 느낀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전자제품 안에 혼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애플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우리 치과 안에, 내가 하는 치료 안에 그러한 혼이 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자제품 안에도 담길 수 있다는 혼을 사람의 눈빛이 만나는 치과 안에서 만드는 일은 그보다 더 쉬울지 모른다. 환자와 직원이 사랑하는 치과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기를 응원한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저 반대쪽의 그 무언가에 대해 ‘왜’ 라는 질문을 강하게 던져보아야 한다.

기자 g@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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