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2014.05.08 17:31:40 제589호

낭만의 삼형제섬

2014년 4월 16일, 온 나라가 세월호 침몰사고로 침통해있다. 슬픔과 눈물이 나라를 적시고  있다. 6년 전 3월 필자도 제주도 일주 라이딩을 떠날 때 세월호의 자매선인 오하마나호를 타고 제주도로 간 기억이 있다.

 

웅장하던 그 배가 부실 투성이었다니 머리털이 서는 전율마저 느낀다. 그동안 라이딩을 위해 참으로 많은 섬을 찾았다. 폭풍우 속에 찾은 자월도, 완도, 진도, 느림의 섬 청산도, 장봉도 등 갈 때마다 페리호를 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요행히도 불행의 화살을 빗겨 갔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 필자에게 아름다운 기억과 추억으로 남아 몇번이고 가보고 싶고,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섬이 있다. 바로 삼형제섬이다. 삼형제섬은 신도, 시도, 모도 등 세 개의 섬이 연도교로 연결된 섬이다. 삼형제섬은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삼목항에서 배로 10분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에 있다.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에 위치한 세 개의 섬, 그중에 맏형격인 신도는 6.92㎢의 면적에 660명의 주민이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178m의 자그마한 구봉산과 저수지, 밭이 있는 섬은 마치 동화 속의 미니어처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구봉산 오르막에는 조그마한 약수터도 있고 섬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내 자신이 마치 소인국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신도는 인심이 후하고 정직한 섬사람들이 서로 믿고 산다고 해서 信島로 불리기도 한다. 작은 약수터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낙네가 와서 한 모금을 마시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동쪽 끝 해안절벽에 위치한 드라마 ‘연인’의 세트장에는 아직도 연인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앙증맞은 교회 세트장의 작은 피아노에서는 찬송가가 울려퍼지는 것 같다.

서쪽에 위치한 시도(矢島)는 총 면적이 2.39㎢로 신도보다 작다. 시도는 몽고군이 침략했을 때 쫓겨 간 고려군이 강화도 마니산에서 이 섬을 과녁삼아 활을 쏘았다고 해서 矢島로 불렸다. 시도와 모도를 잇는 연도교 초입에는 화살탑이 세워져 있다. 이 섬에서는 많은 화살촉이 발견됐는데, 일부 화살촉은 신석기시대의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시도 수기산 정상에 있는 신석기시대 적석총은 부산 동삼동 패총적석총과 함께 우리나라에 2개 밖에 없는 소중한 문화유적이다.

 

127가구 218명의 주민과 7.21km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하는 조그만 섬 시도는 파출소, 우체국, 보건소, 농협 등 관공서가 모두 밀집돼 있다. 신도에서 연도교로 연결된 시도는 북쪽에 400m의 고운 모래사장 위에 드넓은 소나무 숲까지 갖춘 수기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아늑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5km 전방에 강화도가 아스라이 보이는 수기 해수욕장은 인기드라마 풀하우스의 세트장으로도 활용됐다. 드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수기 전망대와 환상적인 야경을 자랑하는 신시연도교는 이 섬의 명물이다. 강화도의 1/120 밖에 안 되는 크기지만 없는 것 빼고 다 있을 정도로 알찬 섬이다.

 

자연을 배우는 갯벌 체험장은 물론, 술 빚는 전통이 내려오는 북도양조장은 지나가는 객의 시흥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밖에 없는 양조장에서 제조되는 술은 이 지역의 명물인 괭이갈매기를 로고로 삼았다. 수기전망대에는 드라마 ‘슬픈연가’ 세트장이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하얀 집의 피아노가 있는 방에 들어가면, 연인들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고 밖으로 펼쳐진 섬들과 낭만적인 바다풍경으로 마치 내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서쪽의 막내섬 모도(募島)는 옛날 한 어부가 물고기를 낚기 위해 그물을 쳤는데 고기는 잡히지 않고 풀만 어망에 가득 걸렸다고 해서 풀의 옛 이름 띠(茅)섬, 모도로 불렸다고 한다. 단포도와 굴이 유명하고 천연기념물 노랑부리 백로와 괭이갈매기의 고향이기도 한 모도! 역시 70여 가구가 사는 아주 작은 섬이다. 섬의 남쪽에는 이일호 씨가 조성한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해변에 100여 점 이상 전시된 추상적 에로티시즘 조각들을 보면 야릇한 감정을 제어할 수 없다.

 

2013년 어린이날, 집에 어린이가 없는 우리 나이 또래의 자전거 팀은 운서역에 내려 2km 남짓한 삼목항으로 달린다. 옆의 드림골프레인지의 골퍼들이 핑크색 유니폼의 우리를 멍하니 쳐다본다. 바람처럼 달려 삼목선착장에 다다르니 많은 라이더가 줄을 서 승선을 기다린다.

 

수많은 갈매기가 우리를 환영하는 듯 부둣가에 앉아있다. 사실 갈매기들은 승선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먹으러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배가 출항하자마자 수백 마리의 갈매기 떼가 일시에 비상한다. 하늘을 뒤덮은 갈매기,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으러 급강하 비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갈매기의 환영을 받으며 채 10분도 되지 않아 신도선착장에 오른다.

 

책에서나 봤던 아기자기한 섬 신도, 등산객 틈에서 우리는 분수처럼 튀어나와 섬 동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해변을 달려 마을이 있는 내륙으로 들어선다. 구봉산 밑에 1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작은 저수지를 돌아 동쪽 끝 섬 절벽을 오르는데 15%이상의 언덕이 우리를 압도한다.

섬 끝의 조그만 언덕에 드라마 ‘연인’의 세트장이 있었다.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인지 잡초가 무성하다. 교회당에서는 종소리가 울리는 듯 착각마저 주는데 절벽 아래에는 흰 파도만이 우리를 맞이한다. 섬을 북으로 돌아 시도 쪽으로 향한다. 연도교 부근에는 많은 꽃들이 해변에 피어나 그림 같은 경관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연도교를 넘어 시도에 들어서니 화살탑이 보인다. 우체국, 파출소, 보건소를 지나 북으로 오르니 18%의 수기 해변으로 가는 언덕이 우리를 가로 막는다. 언덕을 넘으니, 멀리 강화도가 보이는 드넓은 수기 해변은 마치 영화 속 이탈리아 해변을 연상하게 한다. 드라마 ‘풀하우스’ 세트장이 있어 마치 내가 주인공이라도 된듯하다. 수기언덕 위에는 ‘슬픈연가’ 세트장도 있다. 스페인 해안 저택을 그대로 갖다 놓은 듯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당장이라도 나타날 것 같다.

 

시도를 떠나 연도교를 지나니 모도! 노랑부리 백로의 고향, 농로를 지나 낮은 동산을 넘으니 동쪽 끝 바닷가다. 그 해변에 배미꾸미 조각공원이 있었다. 에로티시즘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조각상들이, 해변에 널려 전시되고 있어 추상의 세계로 우리는 빠져 들었다. 동화 같은 삼형제 섬. 신도, 시도, 모도는 그렇게 우리를 동화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었다.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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