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명암

2014.09.22 09:31:03 제605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04)

요즘 드라마에서 젊은 엄마들이 태블릿 PC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된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치과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가 진료 도중에 아이를 집중시키려고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경우도 자주 접한다. 요즘은 말을 못하는 아이들도 최고의 선물이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만화영화를 스마트폰으로 시청이 가능하다보니 생긴 일이라 한다. 거리에 나가보면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고 지하철을 타면 90% 이상의 사람이 스마트폰을 본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혼자든지 여럿이든지 식사하는 사람들 중에도 한 두 명은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표현하기도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어있지는 않은 현실이다. 이런 일들은 필자의 주변에서도 목격된다. 병원에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선생님들이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조작한 일이 있었다. 근무한지 오래된 직원들은 병원 규정으로 내원과 동시에 탈의실에 두고 나오지만 의사선생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보니 발생한 일이었다. 결국에 의사들도 내원과 동시에 데스크에 스마트폰을 맡겼던 일도 있었다. 물론 촌각을 다투는 급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 그런 일을 병원으로 전화해 데스크 연락을 받고 통화하면 될 일이다. 요즘 대다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끼고 카톡을 하며 식사를 해야 하는데 필자는 식사자리에서 카톡에 집중하는 상대방이 그리 탐탁하지 않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차라리 혼자 식사하는 편이 편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필자와 식사할 때에는 카톡을 보지 못하니 편할 리가 없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혼자 식사하지만 그때마다 작고하신 김일봉 선생님께서 타인과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아까우니 절대로 혼자서 식사하지 말라던 유훈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그러나 같이하고 싶어도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면 피해주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얼마 전 일이다. 스물 두 살 된 딸과 같이 저녁식사를 하는데 딸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에 필자가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하면서 그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절대로 그러지 말라고 말하였다. 더불어 꼭 그래야 할 상황이라면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해야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라고 덧붙였다. 아빠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례한 행동을 해도 된다는 것은 옳지 않음도 피력하였다. 끝으로 대통령을 만나면 집중하여 스마트폰을 안보고 보통사람을 만나면 스마트폰을 본다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는 것이고, 대통령과 같이 식사하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은 두 번 다시 그런 자리는 없을 것이니 사회적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부언하였다. 결국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말하였다. 물론 예외도 있다. 점심시간에는 오전 근무시간 내내 연락이 안 되었으니 그동안 연락을 기다리던 상대에게 답을 주어야한다. 요즘은 오래 기다리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스마트폰을 조작하여야하니 점심시간은 필자도 예외로 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의 집중은 지금 이야기한 상대에 배려와 예의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개인과 사회에 대한 문제도 지니고 있다. 어느 모임에서든지 모든 임원 개개인이 집중하지 않는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공동체의식에 약화를 준다. 두 번째는 개인화이다. 사회 속에서도 동화되지 않고 개인적인 일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셋째는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같은 가상의 세계가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무의식적으로 동일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마지막은 연속성이다. 오프라인은 시작과 끝이 있으나 온라인은 낮과 밤, 시작과 끝이 없다. 스마트폰이 이런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이 외롭다보니 스마트폰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그로 인하여 다시 더 외로워질 것이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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