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야누스의 얼굴 '의료생협'

2014.12.31 11:14:12 제619호

[신년기획-1] 덤핑 경쟁 의료생협 마구잡이식 영업…건전한 의료사협까지 도매금으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 또는 생협치과)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 또는 사협치과). 왠지 좋은 일(?)을 하는 시민단체 같은 느낌이 들뿐 명칭만으로는 두 곳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이 중 한 곳은 ‘합법적 사무장병원’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고, 다른 한 곳은 투명한 경영을 바탕으로 조합원과 지역 주민을 위해 애쓰고 있다. 치과신문이 두 곳을 모두 취재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쉽게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이 둘의 차이는 극명했다.

 

잠입취재 1. 성북구 생협치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합원 특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치과. 3층짜리 상가건물의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로 들어서자 치과 입구에는 ‘OOO 임플란트 89만원, 미백 회당 10만원’이라는 광고가 붙어있다. 불법 덤핑 치과에서나 볼법한 저렴한 임플란트 수가이긴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 치과의 이름 또한 평범했다. 겉으로 봐서 여느 치과와 다를 바 없는 이 치과는 다름 아닌 생협치과다.

 

치과에 들어서면 확인할 수 있는 ‘서울특별시 인가 OO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라는 문구만이 이 곳이 생협치과라는 것을 알려준다. 치과에 들어선 시각은 오전 11시. 이른 시간이라 치과는 비교적 한산했다. 치료를 마친 한 환자가 프런트에서 상담 실장으로 보이는 한 스탭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프런트 양쪽으로는 두 개의 통로가 나 있는데, 왼쪽 통로에는 이사장실과 원장실, 그리고 기공실이 위치해 있었다. 오른쪽 통로는 진료실과 연결돼 있었다.

 

 

“구강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한 스탭이 방사선 촬영실로 안내했다. 엑스레이 촬영 후 체어에 누워 의사를 기다렸다. 잠시 후 마스크를 쓴 한 남자가 나타났다. 원장이란다. 원장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가운이 아닌 허리춤까지만 내려오는 재킷 형태의 가운을 입고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가운 그 어느 곳에도 의사의 이름이 적힌 명찰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간단한 구강검진을 마친 후 실장과 상담을 이어갔다. 상담 실장은 “금으로 때울 경우 25만원이다. 온레이를 하면 30만원이고, 완전히 덮어씌울 경우(크라운)는 35만원”이라고 했다. 지르코니아 등 다른 보철물에 대해 묻자, 상담실장은 “지르코니아 크라운은 25만원이지만, 이 케이스는 깨질 위험이 있어 금밖에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의료생협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조합원에 가입하면 할인을 해주는지 묻자 상담실장은 아무렇지 않은 듯 “지금 제시한 금액이 조합원 가격”이라고 답변했다. 조합에 가입도 하지 않았는데, 조합원과 동등한 대우를 해준 셈이다. 의료생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합원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조합에 가입하라는 권유의 말 한마디도 없었다. 이어 “알아보면 알겠지만, 우리 병원은 비용을 싸게 받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기 때문에 할인은 절대 안된다”며 “비용이 저렴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생협치과가 제시한 수가는 개원가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낮은 수준이었다. 저렴한 가격을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이 생협치과의 과거를 돌아보면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생협치과는 지난해 6월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후 왼쪽 눈이 실명되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치과다. 당시 해당 환자는 이 생협치과 앞에서 ‘임플란트 하다가 실명이 웬 말이냐’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걸어놓고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또한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동안 원장만 다섯 번이 바뀌었다는 또 다른 환자의 증언이 이어지는 등 당시 사건은 치과전문지에 소개되며 생협치과의 심각성을 일깨운 바 있다.

 

주변 개원가의 이야기를 더하면 의혹은 더욱 커진다. 성북구치과의사회(회장 윤여은·이하 성북구회) 관계자는 “OO치과는 개원할 때부터 문제가 많았다. 복수의 임플란트 영업사원에 의하면 OO치과의 실제 주인은 치과기공사고, 페이닥터를 고용해 (치과를) 운영한다”며 “구회 이사진과 함께 몇 차례 항의 방문도 했다. 그때마다 페이닥터가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엔 생협치과가 되면서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치과기공사가 환자를 직접 본다는 소문도 있지만, 정확한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잠입 취재 과정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원장 사진을 성북구회 관계자에게 보여주자, 관계자는 “항의 차 방문했을 때 원장이 아니다”라며 “그 사이 또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잠입취재 2. 강동구 생협치과, 1만원이면 조합 가입, 치료 후 탈퇴하면 환불 조치

이번엔 강동구로 자리를 옮겼다. 강동구 중심가에 자리 잡은 이 생협치과는 성북구와는 다르게 생협치과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그 수단은 입간판이었다. 건물 입구에 놓인 입간판에는 ‘개원진료 중 OO치과’라는 문구와 함께 ‘OOOO의료생협’이라고 적혀 있었다. 반전은 내부에 있었다. 치과 내부 그 어디에서도 이 곳이 생협치과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성북구 생협치과와는 정반대였다. 치과의 이름만이 프런트 뒷면에 적혀있었고, 여느 치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장의 이력도 붙어 있지 않았다.

 

치과에 들어선 시각은 오후 1시쯤. 점심시간인 관계로 환자는 아무도 없었다. 구강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한 뒤, 점심시간이 끝나길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한 명의 여자 환자가 찾아왔다. 안면이 있는 듯, “어쩐 일로 왔냐?”는 스탭의 물음에 그 환자는 “얼마 전 치료받은 곳이 빠졌다”고 말했다. 임플란트인지 단순 보철치료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보철물이 빠진 모양이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구강검진을 받았다. 성북구 생협치과와 비슷한 수순을 거쳤다. 구강검진이 끝나자, 한 스탭이 잠깐 기다리라며 상담실로 안내했다. 상담실 책상에는 수가 목록표가 붙어 있었다. 지르코니아 크라운 45만원, 골드 크라운 40만원, PFM 크라운 35만원, 메탈 크라운 25만원. PFM 임플란트와 지르코니아 임플란트는 각각 95만원과 110만원이었다. 수가표 가장 아랫줄에는 ‘조합원 가입 시 10% 할인(교정 제외)’이라고 적혀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한 스탭이 상담실로 들어왔다. 치과위생사 또는 간호조무사로 보이는 스탭은 “(상담) 실장이 오늘 오후부터 휴가”라며 “간단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스탭은 “상태로 봐서는 금으로 씌우는 게 가장 좋다”고 권했다. 이어 “심미적인 것을 고려했을 때는 지르코니아도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밖에 있는 입간판에 OOOO의료생협이라고 적혀 있어 좀 저렴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하자, 조합원 가입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스탭은 “우리 병원은 조합이다. 조합원들을 위해서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며 “가입하면 10%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가입비는 1만원”이라고 말했다. 가입 시 지켜야할 의무가 있냐고 묻자, 스탭은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모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것을 해야 하냐는 식으로 매우 번거롭다는 듯이 말하자, 스탭은 “바쁘면 오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조합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지금 가입했다가 나중에 탈퇴하면 가입비 1만원도 다시 돌려준다”고 말했다. 진료 상담 시 조합 가입을 받고, 진료가 끝나면 자동 탈퇴처리 됨과 동시에 가입비를 돌려주는 행위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대표적인 불법사례에 해당한다.

 

이 치과 역시 치과기공사가 운영하는 사무장치과로 의심되는 곳이다. 강동구치과의사회(회장 윤석채·이하 강동구회)에 따르면 이 생협치과는 치과기공사인 J씨의 아내가 이사장으로 돼 있고, 6명의 치과기공사가 공동출자 형식으로 개원한 생협치과다.

 

강동구회 관계자는 “생협치과에서 근무하는 페이닥터를 아는 이가 있어 만나기도 했었다”며 “당시 실소유자가 치과기공사라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소유주라는 치과기공사는 한의원과 피부과 등 3~4개의 의료생협을 더 개설할 계획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수소문해본 결과 강동구 생협치과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J씨는 이미 기공계에서도 악명 높은 인물이었다. 서울시치과기공사회(회장 주희중·이하 서치기) 관계자는 J씨에 대해 “과거 중구에서 기공소를 운영했던 사람으로, 파산신청을 내고 기공소를 접었다. 당시 일하던 기공사들의 월급도 지급하지 않고, 현재는 잠적 중”이라며 “생협치과가 아내의 이름으로 돼 있는 것도 파산신청을 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생협 설립조건 만족해도, 취지 어긋나면 불법

물론 이와 같은 의료생협은 서류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두 지자체의 승인을 받은 의료생협이다. 하지만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행위가 합법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판결이 지난 15일 청주에서 나왔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합 설립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그 의도가 생협법의 목적, 즉 ‘소비자들의 자주·자립·자치적인 생활협동조합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조합원의 소비생활 향상과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함’에 어긋난다면, 위법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청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도형)는 의료법 및 생협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A씨가 무죄를 주장하며 제기한 항소를 지난 15일 기각했다. 비의료인 A씨는 생협법을 악용해 출자자들의 명의를 빌려 의료생협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S의원 및 한의원을 개설·운영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자신이 조합원에게 돈을 빌려줬을 뿐 조합원이 각자 출자금을 납부했고, S의원 및 한의원은 적법하게 인가를 받아 설립된 의료생협에 의해 개설·운영된 것이므로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은 △최소 조합원수 300명 △출자금 납입총액 3,000만원 △1인당 최고출자금 600만원 이내(총 출자좌수의 20% 이내) 등 생협법이 정한 의료생협 설립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것. 하지만 A씨는 이 조건을 악용했다. A씨는 이전에 근무하던 병원에서 함께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이들에게 출자자 명의를 빌렸고, 출자금 총액 3,043만원 중 2,700만원을 자신이 내는 등 설립절차를 혼자 주도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허위 출자확인증을 작성했고, 이를 충북도청에 제출해 의료생협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사촌동생, 교회 집사 등에게 부탁해 이들을 조합 임원으로 올렸으며, 조합 설립 후 의료기관 개설에 투입된 3억원도 본인이 부담했다. 병원의 의사와 직원들도 자신이 직접 고용했고, 운영에 필요한 지출도 스스로 결정했다. 조합원 역시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1,000원에 불과한 출자금을 받고 조합원이 되게 한 뒤, 이들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3,000여명을 끌어 모았다.

 

재판부는 “생협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처럼 외관을 만든 뒤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인 A씨가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생협 명의를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며 “피고인이 생협법의 본 목적과 취지에 맞게 의료생협을 설립했다거나 조합원들의 건강개선을 위한 보건의료사업으로서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료인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자금을 투자해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신고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할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 위법한 것”이라며 “의료사업을 허용하고 있는 생협법에 의해 설립된 생협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가 된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즉, 생협법 내에서도 사무장병원의 위법성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유사 의료생협 심장부 노린다!

이와 같이 의료생협이 유사 의료생협 또는 사무장병원으로 손쉽게 둔갑하고 있는 데에는 법적인 절차가 지나치게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가 이에 동감하고, 생협법 개정은 물론 현지실사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달 발표된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합동 수사결과는 의료생협 문제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사선상에 오른 61개의 의료생협 중 80%에 해당하는 49개소를 사무장병원으로 적발하고, 1,500억원에 달하는 부당청구금액을 환수했다.

 

또한 의료생협 설립인가 기준을 현재 기획재정부 소관인 협동조합기본법의 의료사협 수준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지난해 9월 이미 합의를 마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의료생협의 설립 기준은 기존 시도지사 신고에서 보건복지부장관 인가로, 최소조합원수 300명에서 500명으로, 최저출자금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격상된다. 또한 의료생협 설립에는 제한이 없던 1인당 최저출자금도 5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며, 경영공시 역시 의무화된다.

 

의료생협 단속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건전한 의료사협을 대표하는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회장 임종한·이하 의료사협연합회) 측은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임종한 회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건전한 의료사협도 있는 만큼, 옥석을 정확하게 가려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유사 의료생협으로 인해 의료사협까지 도매금으로 비판받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의료사협은?

의료생협과 노선을 달리하다!

의료사협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건전한 의료사협이 존재하기는 할까? 의료사협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994년 국내 최초의 의료생협으로 출범해, 현재는 의료사협으로 전환한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기범·이하 안성의료사협)을 직접 찾았다.

 

안성의료사협은 3층짜리 상가 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다. 2층과 3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2층에는 안성의료사협 사무국을 비롯해 안성의료사협이 운영하는 안성농민의원, 건강증진센터, 안성농민한의원이 위치해 있고, 안성생협치과는 3층에 있었다. (안성의료사협의 태동은 의료생협이었다. 때문에 설립 당시의 이름인 안성생협치과라는 이름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최근 생협치과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 악화로 명칭 변경을 심각히 고민 중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2층은 좁은 통로로 연결돼 있었다. 통로 벽면에는 조합원과 지역주민이 동참한 그간의 활동내용이 담긴 다양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무국은 사무실과 응접실로 크게 구분돼 있었다. 응접실에는 의료사협의 허가증이 걸려 있었고,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된 안성의료사협에 대한 기사가 스크랩돼 있었다.

 

3층 안성생협치과에는 관내 초등학생 한 명이 자원봉사를 위해 나와 있었고, 환자 두세 명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 뒤편에는 △안성의료사협은 환자를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소중한 이웃으로 생각합니다 △조합원은 거주지 또는 직장이 경기도인 성인으로, 이웃과 함께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려는 열의가 있는 분이면 출자를 통해 누구나 되실 수 있습니다 등 안성의료사협을 소개하는 다양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기실과 마주보고 있는 프런트에는 △모든 환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모든 환자는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자신의 질병에 관한 현재의 상태, 치료계획 및 예후에 관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으며 검사치료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등 환자의 권리를 총 8가지로 명시한 ‘환자권리장전’이 붙어 있었다.

 

이상이 표면적으로 살펴본 안성의료사협의 모습이다. 앞서 설명한 생협치과와는 모든 게 확연하게 구분됐다. 조합에 대한 설명, 조합원과 환자의 권리를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었고, 다양한 사진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안성의료사협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러 면에서 생협치과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시민사회단체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면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다음은 안성의료사협 김대영 상무이사와의 일문일답.

 

Q. 안성의료사협을 소개한다면?

본점에는 농민의원과 한의원, 건강증진센터, 생협치과가 있고, 지점 형태로 우리생협의원과 재가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총 7개의 의료기관이 안성의료사협에 속해 있다. 직원 수는 의료인과 비의료인을 포함해 총 110명이다. 이 중 절반 가까이를 요양보호사가 차지하고 있다. 조합원은 약 5,000세대다. 1세대를 3~4명으로 계산했을 때 안성 전체 인구의 약 8%가 안성의료사협의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출자한 출자금은 9억3,000만원에 달한다. 기 가입된 조합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추가 출자금은 연평균 2,000여만원을 상회하며, 신규 조합원으로부터 나오는 출자금도 연평균 2,5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 된다. 점차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Q.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면?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성의료사협에 속한 총 7개 의료기관의 연매출은 약 5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순이익은 항상 0원이다. 적자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다. 현재는 3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적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투자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투자는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원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한 번 투자가 결정되면 5년 정도는 적자가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부채를 떠안기도 한다. 올해 같은 경우는 약간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생한 수익금은 그동안의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Q. 구체적인 운영방식을 설명해준다면?

대의원총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매년 두 차례에 걸쳐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대의원 투표를 통해 예결산 등 주요안건을 통과시킨다. 집행부는 이사장과 21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된다. 예결산 등을 제외한 기타 의결사항은 9개의 운영위원회와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통과시킨다. 이사회와 각 운영위원회는 한 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이사장과 이사진의 임기는 모두 3년이다. 이사진의 경우 재임에 제한이 없지만, 선출직인 이사장은 연임까지만 가능하다. 이사장에게는 한 달에 50만원, 이사에게는 4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Q. 대의원은 어떻게 선출되나?

안성시를 총 128개의 선거구로 나눈다. 조합원 36명당 1명의 대의원이 선출될 수 있도록 나눈 것이다. 여기에 사무국 대의원까지 포함해 총 136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모두 조합원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대의원의 임기는 3년으로, 선거 시즌이 되면 모든 사무국 직원이 3개월간 대의원 선출에만 매달린다. 말이 128개의 선거구지, 성원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선거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에 곱절에 가까운 선거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Q. 안성생협치과에서 근무하는 치과의사의 근무조건 및 급여수준 등이 궁금한데.

현재 원장과 부원장, 이렇게 2명의 치과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치과의사가 자주 바뀌면 조합원이 싫어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닥터를 개원의 준비단계로 여기는 의료의 특성상 오래 일할 의사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치과의사의 페이를 언급할 수는 없다. 개원할 때보다는 수익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원장의 경력 등을 고려한 자체적인 임금기준에 따라 지급되고 있다. 매출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사협을 선호하는 원장도 있다.

 

Q. 치과를 찾는 환자 중 조합원의 비율과 조합원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의료기관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치과의 경우 환자의 약 80%가 조합원이다. 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조합원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비보험 진료 시 5%, 임플란트의 경우 10%를 환원해주고 있다. 할인혜택이 주어진다고 해서 지역 개원가의 수가보다 저렴한 것은 아니다. 정확한 수가를 공개하기는 그렇지만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환원 비율 책정도 매년 회의를 거쳐 결정하는 데, 여기에는 사무국, 의사, 조합원이 모두 참여한다. 이 때 지역 개원가와의 수가 형평성을 감안해 환원 비율을 책정한다.

 

Q. 할인 혜택을 노리고, 조합 가입을 원하는 환자는 없나?

더러 있기는 하지만,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실제로 비조합원을 진료할 때, 조합 가입을 절대 권하지 않는다. 할인 혜택만을 누리고, 탈퇴하는 조합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합에 가입하면 의료사협 운영에도 직접 참여해야 하는 등 그 만큼의 책임도 따른다. 하지만 할인 혜택만을 노린 환자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신규 조합원은 이사진과 대의원의 추천으로 이뤄진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최근 들어 의료생협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무장병원의 루트로 활용되는 유사 의료생협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의료생협과 의료사협까지 통째로 비난받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가끔 의료사협을 만들어보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섣불리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의료사협은 지역주민의 공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그러면 그 자리에 이상한 사람이 들어올 수 있다. 결국 또 다른 사무장병원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정부, 의료생협 그리고 치과계

이번 기획기사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악용할 수 있는 생협법의 허술함, 그리고 유사 의료생협 근절을 위해 치과계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생협법의 허술함은 “누구든지 생협치과를 차릴 수 있겠는데”라는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이 활성화되지 않던 시절, 과도한 의료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역민과 의료단체의 자정 노력이 의료생협으로 표출됐다. 당시 의료생협은 말 그대로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는 의료기관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지역 주민의 건강향상에 기여해왔다.

 

그러던 중 ‘100분의 50 범위에서 비조합원에 대해서도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2010년 개정된 법령에 포함되면서 사무장병원의 루트로 본격 활용되기 시작했다. 2009년 전국에 108개에 지나지 않던 의료생협이 2014년 현재 383개로 급증한 것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관련법을 강화하고,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최근 움직임은 조금 늦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유사 의료생협의 효과적인 단속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과계도 의료생협을 빙자한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적극 동참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의료생협은 지자체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서류상 합법적인’ 의료기관이다.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아니면 덜미를 잡기가 매우 어렵다. 전문가에 따르면 의료생협을 가장한 사무장병원을 가장 쉽게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의사결정구조에 있다. 대의원총회나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이사장 독단적으로 주요사안을 처리할 경우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의료사협과 개원가 모두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의료사협의 미묘한 반감을 통해(안성의료사협 외에 몇 곳의 의료사협에 취재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한 곳도 상당하다), 그리고 의료사협을 바라보는 지역 개원가의 의심 섞인 시선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협치과와 태생은 다르지만 여전히 가깝고도 먼 이웃사촌, 2015년 의료사협의 현실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특별기고] 조영탁 법제이사(서울시치과의사회)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비정상화된 ‘의료생협’ 정상화 시급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서류 형식만 맞으면 지자체에서 인가를 해주는 허술한 규정이 결국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을 가장한 사무장병원을 난립하게 만들었다. 가짜가 판을 친 결과 공공의료의 대안으로서의 의료생협은 존재의미가 퇴색되었고,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개원가의 현실은 더욱 피폐해졌으며, 무자격자 진료, 불법 환자유인, 과잉진료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은 궁지에 몰렸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의료생협 61개소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였는데, 59개소에서 불법 행위가 확인되었고, 이들이 허위 부당 청구하여 환수 처리하기로 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진료비가 무려 1,510억 원에 달했다. 놀라운 것은 59개 의료생협 중에 49개가 사무장병원이었으며, 사무장치과도 2곳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61개소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니, 단속이 계속될 경우 적발은 더욱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의료생협의 불법행위가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의원이 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간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생협이 총 93곳에 달했다. 진료비를 허위·부당청구하다 적발된 의료생협도 5년간 54곳이었으며, 이들이 부당 청구한 요양급여비는 12억8,000만원에 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현숙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사무장병원 적발 현황’에서도 2012년을 기준으로 조사 대상 의료생협 285곳 중 22곳, 즉 7.7%가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됐다.

 

의료생협은 의료·복지 서비스를 원하는 지역 내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조합원들 스스로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90년대 초 의료생협은 경기도 안성, 안산과 인천 등지에서 주민 복지에 뜻 있는 의료인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1999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이 제정되면서 300명의 조합원, 조합원 1인당 출자금 1만원 이상, 총 3,000만원의 설립요건을 갖추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얻어 의료·복지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화됐다.

 

문제는 2010년 9월 ‘50% 범위에서 비조합원에 대해서도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도록 생협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9년에 108개였던 의료생협이 2014년 5월 383개로 무려 5년 만에 4배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기존에는 의료법에 의해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비의료인이나 일반인도 설립 조건만 갖추면, 생협형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 되면서 합법적으로 사무장병원을 양산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즉, 의료생협으로 둔갑한 사무장병원이 무자격자 진료, 불법 환자유인, 진료비 허위·부당청구 등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허위 조합원 기재, 설립 총회 정족수 허위보고, 생협법 사업에 포함되지 않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규정, 생협법 상 금지된 이익 배당 등 각종 법과 규정을 위반하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의료생협은 의료를 전적으로 민간 부분에 의지하고 있는 한국 의료의 현실에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2013년 보건복지부가 만든 자료를 보면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은 기관수 기준 5.8%, 병상수 기준으로 10% 지나지 않는다. 병상수를 기준으로 영국 100%, 오스트레일리아 69.5%, 프랑스 62.5%, 독일 40.6%이니 이들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며, 민간 부문이 우세하기로 유명한 일본과 미국조차 26.4%, 24.9%에 이를 정도이니 우리의 공공의료 실정이 매우 열악함을 알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공공병원이라 하더라도 극소수의 국립병원을 빼고는 정부가 운영 주체가 아닌데다가 별도의 직접적인 재정지원도 거의 없어서 사실상 공공이라 할 수 없는 병원이 많지 않다. 한편 민간기관은 공공성의 측면에서 거의 전적으로 국가로부터 배제 또는 소외되어 있다. 외국에서는 민간병원도 어느 정도까지 공공의 역할을 하지만 우리의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거의 모든 의료기관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초과 수익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 의료질 검토 보고서’에서 우리의 동네 의원시스템을 두고 “통탄할 정도로(woefully) 저개발 됐다”며, “한국은 지역에 기반을 둔 1차 의료시스템을 굳건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 의료 시장의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환자들은 좋은 병원을 찾아다닌다. 이런 여건 속에서 의료 공급자들은 환자의 장기적인 건강에 가장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줄 수 있는 서비스만 제공한다”고 지적하였다.

 

OECD 회원국의 국민 1명당 병원 외래 방문 건수에서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인은 1년에 13번 병원을 찾아 OECD 평균(6.4회)보다 2배 이상, 스웨덴 국민(2.9회)에 비해서는 4배가 넘었다. 환자들이 병원을 수시로 드나드니, 국가는 재정 부담으로 인해 저수가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의사는 수익을 유지하려면 환자를 최대한 많이 유치하는 수밖에 없고, 치료의 질보다 ‘양’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나라의 부실한 1차 의료 시스템과 값싼 병원비, 과잉 의료, 짧은 진단 시간,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서로 맞물려 불행한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급여진료보다 비급여진료가 발달하게 되었으며, 병원이 건강검진센터, 장례식장 등과 같은 수익사업에 매진하는 이유이다.

 

19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협동조합에 대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희망을 충족시키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 결사체”라고 하였다. 의료생협의 가장 큰 장점은 국가나 기존 의료시스템의 손이 닿지 않는 세세한 부분들을 지역주민들이나 조합원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지내는 주치의와의 교류를 통해 질병을 치료할 뿐 아니라 평생 동안 질병을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일차의료를 강화해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의료생협에 대한 기대는 조합원의 건강향상과 복지를 앞세우며,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것 때문에 한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인 영리 추구 경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둘째 조합원이 1인 1표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권을 가지므로, 전문가 또는 기관이 정의하는 의료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보건의료를 규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생산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많이 늦었지만 복지부가 유사 의료생협을 근절하고 건전한 의료생협을 육성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할 일이다. 복지부는 지난 9월 의료생협 설립인가 기준을 기획재정부 소관 협동조합기본법의 ‘의료사회적협동조합’ 수준으로 강화키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와 합의하는 등 탈법적 의료생협 정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이란 기존의 협동조합과 달리 공익사업을 40% 이상 수행해야 하고,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받아야 설립이 가능하다. 또한 조합원 배당이 금지돼 수익위주의 운영을 차단하고 경영공시자료를 매년 공개하게 되어 있는 등 더 투명한 의료생협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점차 증가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기재부는 현재 생협법에 의해 300명의 조합원, 출자금 3000만원만 있으면 지방자치단체장 승인으로 의료생협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설립요건을 보건복지부장관 인가, 최소 조합원수 500인, 최저 출자금 1억원, 1인당 최저출자금 5만원, 1인당 최고출자금 총 출자금 10%로 제한, 특수 관계인 출자제한, 자기자본비율 50% 이상, 의무사항 경영공시 등으로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설립조건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유사 의료생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비조합원 이용을 50% 이하로 허용한 조항을 삭제하여 의료생협 이용 범위를 조합원으로 제한해야 하며, 협동조합의 1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의료생협의 관리감독을 보건복지부로 단일화하고 상시적이고 철저한 감독으로 의료생협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사 의료생협에 소속되어 있는 의료인들의 윤리의식 제고가 필요하다. 조합원 회의가 아닌 사무장 개인에 의해 병원의 운영이 결정되거나, 사무장에 의해 불법 환자 유인을 하거나, 병원에 의료생협이라는 표식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거나, 주민 소모임 등 조합원 활동에 대한 공지가 없으면 의료생협이 아니라 불법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

 

유사 의료생협으로 적발될 경우 비의료인에게 면허를 대여해준 의료인은 300만 원 이하의 벌금, 자격정지 3월의 처분과 함께 사무장과 연대책임으로 요양급여비용 환수 조치가 이뤄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불법 면허대여는 의료인 스스로 양심과 윤리를 저버린 행위란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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