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료계를 대표하는 치협을 정책 파트너로 인정치 않고 무시하는 처사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가 보건복지부를 강력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측은 “치협의 원칙 없는 전공의 정원 책·배정안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치협의 치과의사전문의제도운영위원회(위원장 최남섭·이하 운영위)를 위시한 전문의 관련 업무 전반을 무시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치협은 최근 전공의 배정안 도출을 위한 3차례 회의를 마치고 올해년도 레지던트 311명에서 4명 증원한 315명 배정안을 마련해 복지부 측에 제출한 바 있다. 당초 운영위는 318명 증원안을 마련했지만 삼성서울병원 측이 전공의 신청인원을 수정해 3명이 줄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올해년도보다 20명을 늘린 331명 레지던트 정원을 확정하고, 인턴은 349명으로 올해보다 9명 증원했다.
복지부 구강가족건강과 안영진 사무관은 “치협의 수련기관 실태조사 결과를 검토해 관련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며 “하지만 치협이 올린 전공의 정원 배정안은 어떠한 원칙과 기준도 없었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확정한 전공의 배정은 민원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복지부 스스로가 ‘불필요한 민원발생 상황의 최소화’라는 기본원칙을 밝히고 있어 ‘수련기관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련기관을 위한 전공의 배정이라는 점은 과목별 배정현황을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복지부가 확정한 과목별 전공의 배정현황을 보면 △구강외과는 2명이 줄은 73명 △보철과는 4명이 늘은 50명 △교정과는 4명이 늘은 49명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아치과는 6명이 늘은 36명, 치주과는 7명이 늘은 46명으로 확정됐다.
소위 비인기과목으로 분류되는 구강내과, 방사선과, 구강병리과, 예방치과 등은 각각 1명씩 증원했다.
결국 인기과목의 증원이 전체 정원 확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이는 각 수련기관들의 입맛에 맞는 배정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복지부 안영진 사무관은 “지난 5월 수련기관 실태조사 설명회에서 올해를 기준으로 10% 범위 내에서 정원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수련기관 신청 전공의 수가 총 400여 명이 넘었지만, 나름의 기준을 적용해서 20명 증원으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를 더 늘릴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치협은 복지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위탁 업무 반납’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섰다.
최남섭 운영위원장은 “치협이 마련한 안에 대해 원칙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복지부가 확정한 배정은 결국 인기과목 정원만을 대폭 늘려 놓은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복지부가 치협이 마련한 안을 무시한다면 관련 업무를 지속해 나아갈 수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운영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대의원총회 결의가 필요하지만 전문의제도 운영의 한 업무인 수련기관 실태조사나 전공의 배정 업무에 대해 치협이 지속해서 벌여나갈지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운영위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치협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전해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복지부는 전공의 정원 관련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복지부가 확정한 전공의 배정은 치협안을 완전히 무시하고 진행된 것으로, 이미 복지부가 관련 업무의 이관을 염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도 든다.
안영진 사무관은 “치협이 마련한 배정안은 말 그대로 안일뿐이며, 복지부가 이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수련기관 실태조사 및 배정안 업무를 위탁한 이상 관계 기관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은 모든 관련 업무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치협은 “이번 전공의 과다 책정 사태는 불과 2년 전에 복지부가 범했던 오류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전 치과 의료계 의견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치협은 2만8000여 치과의사를 대표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 같은 일방적인 정책이 재발되지 않도록 복지부가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신종학 기자/sjh@sd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