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필터 버블에 갇힌 환자들

2026.01.23 08:42:14 제1146호

강호덕 논설위원

얼마 전, 검사를 마치고 데스크로 나선 환자의 목소리가 진료실에 있는 필자에게까지 들려왔다. “이 집 비싼 집이구만.” 치아가 파절되어 크라운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용을 안내받던 중이었다. “요즘 임플란트도 38만원이면 한다는데, 크라운이 더 비싸다니 말이 되느냐?”라는 항의에 직원이 한참을 설명했지만, 임플란트 치료비가 38만원이라는 환자의 확고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본인의 스마트폰을 내밀어 보였다. 화면 속 치과의사는 자상한 미소로 저렴한 비용과 안전한 치료를 보장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그 영상은 바로 AI가 생성한 광고물이었다.

 

최근 온라인에는 AI가 만든 영상들이 넘쳐나고 있다. 치과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실존하지 않는 AI 치과의사와 환자가 등장하고, 딥페이크 기술로 가공된 치료 전후 사진을 실제인 것처럼 보여준다. 환자들은 광고 속 이미지를 실제 치료 결과로 오해하고, 임상적 한계를 무시한 비현실적 기대를 하게 된다. 그 기대가 진료실에서 치과의사의 현실적인 진단과 마주하는 순간, 기대는 이내 의심으로 변하고 환자와의 신뢰 관계인 라포(Rapport) 형성은 불가능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AI 알고리즘이 부추기는 ‘저수가·과장 광고’의 굴레다. SNS의 광고 알고리즘은 윤리나 의학적 가치가 아닌 오직 ‘클릭률(CTR)’에만 반응한다.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라는 정직한 문구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반면 ‘임플란트 38만원, 오늘 마감,’ ‘통증 없는 무통 치료’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는 높은 클릭률을 유도하고, 알고리즘은 이를 좋은 콘텐츠로 인식해 더 많은 예비 환자에게 노출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알고리즘은 이러한 광고에 관심을 보인 사람에게 유사한 ‘저수가 광고’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디지털 환경에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과거 검색 이력, 클릭 패턴 등을 분석하고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만 선별하여 제공하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 이라고 한다. 사용자는 마치 ‘거품(Bubble)’에 갇힌 것처럼,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세상만을 보게 되고 그 외의 정보와는 격리된다.

 

환자가 저수가 마케팅의 거품 속에 갇히는 순간, 진짜 치과의사가 전하는 현실적인 치료 계획은 합리적인 제안이 아니라, 거품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불과하다. 필터 버블은 환자와 치과의사 사이의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것이다. 그리고 이 장벽은 환자의 눈을 가리고, 치과계의 수가 체계를 하향 평준화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영화 ‘아바타’의 역설적 성공을 떠올려 보아야 한다. 이 영화는 허구의 스토리와 파란 피부를 가진 가상의 인물들이 주인공이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역설적이게도 그 가상의 존재 안에 ‘실제 사람의 연기’를 최대한 담아내려 집착했다. 배우의 표정과 근육의 떨림까지 그대로 구현한 기술은 허구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라는 본질을 가상 세계에 온전히 이식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기술은 화려했으나 그 핵심은 결국 ‘진실된 실재(實在)’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AI 치과 광고는 어떠한가. AI는 존재하지 않는 치과의사를 창조하고, 실제로는 불가능한 미소를 조작하며 ‘허구’를 ‘진실’인 양 포장하는 데 기술을 남용하고 있다. ‘아바타’가 가상을 통해 진실을 전달하려 했다면, AI 광고는 기술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고 환자의 눈을 가리는 데 급급하다.

 

다행히 최근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적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AI 생성 의료광고 표시 의무화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법적 규제는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은 상업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시의적절한 조치다. 이제는 치과계 내부에서도 전문가적 윤리 회복을 위해 자율적인 심의 규정을 다듬어야 할 때다. 광고 대행사가 만든 자극적인 문구의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우리 치과의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환자의 클릭을 유도할 수는 있어도, 환자의 평생 구강건강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디지털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알고리즘이 만든 거품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일, 이제 우리 치과계가 앞장서야 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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