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유명 연예인이 암으로 사망한 건과 관련해, 해당 암의 원인이 근관치료 때문이라고 주장한 황모 원장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서울시치과의사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됐고, 현재는 치협 윤리위원회를 거쳐 복지부에 징계요청이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에는 또 한번 황모 원장의 기고가 실렸다.
‘신경치료 후 세균 침투, 각종 질병 유발 위험’이라는 제목으로, 1900년대 초반 근관치료가 전신질환을 유발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는 내용을 전제로 했다. “일반인들은 치아 치료 한 번 잘못 했다가 온몸이 감염될 수 있다는 말이 다소 과장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치과 진료가 전신 질환과 연관돼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면서 “비록 소수이기는 하나 몇몇 치과 의사들이 메이요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좀 더 안전하고 진보된 치과 치료를 위해 작은 움직임을 시작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전신 질환까지 염두에 둔 예방 치료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근관치료학회(회장 김의성·이하 근관치료학회)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근관치료학회는 지난 2일 조선일보에 공식 공문을 발송하고, “잘못된 구강건강 및 치과 상식을 전파하게 됨을 우려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언론사가 학술적 기반이 없는 개인 주장을 기사 게재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를 반박하는 근관치료학회의 공식 입장도 전달했다. 근관치료학회는 ‘신경치료 후 치아의 근관(신경) 안에 존재하는 세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서 다른 장기의 질병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100년 전 유행했던 학설에 불과하다면서 “이 학설은 당시에도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반박됐고 마침내 1950년대 미국치과의사협회지(JADA)에서 이 학설은 근거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확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 이후 현재까지 치아의 신경(근관)치료가 전신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거나 치아 신경 내의 세균이 혈액을 타고 다른 곳에 질병을 일으킨다는 이론은 증명된 적이 없다”면서 “한마디로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잘못된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구강이나 위장관, 비뇨기관 등은 외부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떤 시술을 받게 되면 세균이 들어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일반적인 치아신경치료에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는 거의 없으며, 미국심장학회(AHA)가 2007년 제시한 가이드라인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고 제시했다.
근관치료학회는 이러한 근거없는 주장은 최근 논란이 된 ‘안아키’ 논쟁을 상기시킨다고도 했다. “근관치료를 적절히 하면 자연치아를 뽑지 않고 충분히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오랜 기간 임상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이라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심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파된다면, 일부 환자들은 손상된 치아를 근관치료를 받아서 오랫동안 잘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포기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구강보건이 저해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