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athlon
철인 3종 경기
트라이애슬론 또는 철인삼종경기는 일반적으로 세 종목의 스포츠를 함께 하는 경기를 말하며, 보통은 수영과 사이클, 달리기로 이루어진다. 세 가지 종목을 완주하는 시간 경쟁 스포츠로, 이 시간 내에는 각 종목 간의 변경시간 ‘바꿈’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경기로 바다수영, 사이클, 마라톤 등 3개 대회 풀코스를 쉬지 않고 이어서 하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이 철인삼종경기에 푹 빠져 어느새 아이언맨 코스까지 완주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시작은 2013년부터였죠. 그때부터 맘먹고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그렇듯이 처음 치과를 개원해서 몇 년 간은 개원준비에 새롭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얻는 등 수많은 이슈들로 시간가는 것도 몰랐을 정도다. 군의관을 마칠 때쯤 결혼해서 개원준비를 하고 아이가 생기고, 개원한 치과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세미나도 참석하고 환자 진료하면서 병원과 가정을 가꾸어 간다는 재미가 더 많았던 시기였다. 물론 재미만이 전부는 아니었겠지... 그렇게 5, 6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반복적인 일상에 갑갑함을 느끼게 되었고,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구인난이나 환자와의 트러블 등으로 심신이 지쳐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내외적으로 힘든 일들이 겹치면서 자신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 때였다. 문득 2002년 모교에서 레지던트 시절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도전한 것이 떠올랐다. 몸이 힘들어지면 잡념이 사라지는 게 당연지사.
당시 젊은 혈기 하나만 믿고 두 달 정도 준비해서 참가했었는데,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5시간 가까이 달려서 간신히 완주를 했었다. 그 대회가 첫 공식 마라톤 경기였다. 인턴후배들이 꼭 완주하라고 전날 초콜릿도 사주면서 완주를 기원해 줬는데... 지금도 경기하는 중에 포기하고 싶을 때 가끔 그때를 떠올린다. 마라톤 첫 경기 이후 트라이애슬론 경기(올림픽 코스: 수영 1.5km, 사이클 40km, 런 10km)에 관한 기사를 접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길지 않고 어렵지 않아 보였다. 제한시간도 3시간 30분이면, ‘마라톤도 뛰어봤는데 이정도야’하는 생각? 수영은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예전부터 조금씩 해오긴 했지만 오픈워터(수영장이 아닌 강이나 바다) 수영은 처음이라, 일단 한강에서 열리는 아쿠아슬론(수영 + 달리기) 경기에 참가했다. 물위에 동동 떠있는 부표를 돌아와야 하는데, 많은 인원이 함께 출발하다 보니 서로 누르고 발잡고... 물이 탁해서 앞도 안보이고 호흡은 흐트러지고, 게다가 앞사람 발에 한대 퍽 맞으니... 정말 이러다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물에 떠있는 줄을 잡고 쉬고, 조금 가다 또 쉬고, 사람들 다 보낸 다음에 간신히 나올 수 있었다. 지금에야 그때 이야기를 편하게 하지만, 처음 닥치는 상황에 많이 당황했었다. 물에 빠져도 정신만 차리면 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후 꾸준히 경험을 키워 1년 후에는 같은 대회에 참가해서 입상도 했다.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바다에서 수영할 때면 여전히 긴장을 많이 한다. 그게 시작이었고, 사실 거기에서 끝냈어야 했는데 결국 아이언맨(수영 3.8km, 사이클 180km, 런 42.2km)까지 오게 되어버렸다.
“속초와 구례는 잊을 수 없죠.”
아는 형님들과 함께 작은 음악밴드 활동을 하던 어느 날 속초에서 열리는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고 밴드 멤버들이 호기심 반 응원 반으로 플랜카드까지 만들어서 단체 응원을 왔었다. 멤버들의 응원 덕분이었을까? 첫 출전치고는 기록도 좋았다. 수영하면서 들이마신 속초 바닷물과 차가운 물살의 느낌이 아직까지 생생한 나의 첫 트라이애슬론 입문 대회였다. 구례에서 하는 아이언맨 대회는 가족들과 함께 갔다. 첫 대회이다보니 긴장감과 걱정이 컸던 탓에 전날 잠도 잘 못 잔 상태로 경기 당일 긴장 반 설렘 반으로 혼자 셔틀에 올라타고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아이언맨 대회는 17시간이 제한 시간이다. 아침 7시에 출발하면서 저녁 9시 뉴스 끝나기 전에만 들어오자고 생각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1시간 반 가까이 수영하고 나오니까 아이들이 보였다. 대부분 지방에서 주로 열리는 삼종 경기의 특성상 별일 없으면 전날 가족들이랑 함께 움직인다. 평소에는 같이 와도 쿨쿨 자다가 결승선에서만 봐도 다행인데, 그날은 이른 시간에 아이들이 세수도 안하고 와서 응원하고 있던 기억이 각별하다. 갑자기 진짜 아이언맨이 된 것처럼 힘이 쑥쑥! 14시간 동안 결승선만 생각하고 달렸다. 물론 결승선에서 만난 가족들의 환한 웃음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뤄내는 성취감이 철인삼종경기의 매력이죠.”
철인삼종경기를 개최하려면 그 지역의 경찰, 공무원, 주민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그 덕에 안전하게 강이나 바다에서 수영하고, 자동차가 다니는 반듯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양옆으로 늘어선 가족들의 화이팅을 받으며 달릴 수 있다. 그리고 결승선 테이프를 끊을 때의 기쁨은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무언가를 하나 해냈구나하는 성취감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또 열심히 노력해왔음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라고 볼 수 있다. 철인삼종경기를 준비하는 마음 자체가 생활하면서 나쁜 습관들을 지적해주는 코치가 될 수도 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이 스포츠는 참 정직하다. 경기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경기 전 모임도 많고 회식자리로 인해서 준비가 부족하면 아무리 짧은 코스여도 레이스 내내 후회하면서 힘들기만 하고,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생각지 못한 여유 시간이 생기면 조깅을 한다던지 자전거를 타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TV 앞에서 치맥을 즐기는 시간이 좀 줄었다고 할까?
“도전하고 싶다면 철저한 준비 과정과 계획을 세워야 해요.”
전세계 철인들중에서 상위권 선수들이 각국의 대회중에 입상을 하게 되면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있다.
매년 전세계 철인 만명 정도가 하와이 코나에 모여서 경기를 하는 정말 꿈의 대회다. 여기에 참가해보고 싶긴 하지만 현재의 실력으로는 터무니없다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운동하면서 도전하고자 한다. 연초가 되면 한 해의 경기 스케줄이 나온다. 보통 철인삼종경기는 4월에서 10월까지 다양한 대회가 열리는데, 초반에는 짧은 코스로 시작해서 9월이나 10월 아이언맨 코스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잡는다. 중간중간 마라톤 대회도 나가고 자전거 대회도 나가고...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보통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새벽에 운동한다. 평소에 주중 3~4번 새벽수영을 다니고, 2~3번 자전거를 탄다. 퇴근길에 별일 없으면 집까지 뛰어오기도 한다. 운동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승용차를 멀리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출퇴근은 거의 자전거나 러닝으로 하는 편이다. 경기가 가까워지면 더욱더 금주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제일 어렵다. 아직은 운동보다 사람들이 더 좋은 것 같다.
Challenge the limit, Iron Dentist
“철인삼종경기를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삼종경기 한다고 하면 다들 강철 체력에 밤새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고도 다음 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거친 파도에도 망망대해 무인도까지 헤엄쳐 갈 수 있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고, 수영, 자전거, 마라톤 각 종목별로 따로따로 하면 할 만한데 합쳐 놓으니까 부담되어 보이는 것뿐이다. 근데 막상 해보면 훨씬 더 다이나믹하고 즐거운 스포츠다. 철인삼종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운동하려는 의지와 평소의 체력적인 부분이 물론 제일 중요하다. 다치지 않고 조금 편하게 경기하기 위해서 달리는 주법이나 자전거를 타는 자세, 오픈 워터에서하는 수영요령 등에 대한 것들은 잘 알아두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 지역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이다. 요즘은 지역 중심의 철인 클럽이나 동호회가 많고, 인터넷으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한철인3종협회(www. triathlon.or.kr), 아이언(http://asia.ironman.com), 네이버카페(http://cafe. naver.com/ktriathlonservice) 등등.
주변에서는 다들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조심해서 하라고들 이야기한다. 사실 경기결과기록에 신경쓰게 되면 무리해서 부상을 입게 되거나 갑자기 몸에 큰 무리가 올 수도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 운동에 빠진 이유는 어찌보면 단순하다. 완주 목표로 평소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다. 주변에 의외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스갯소리마냥 “철인삼종경기 첫 번째 참가비는 지원해 드릴게요~ 시작하세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왜 막상 하는 사람은 아직 없는지?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철인삼종경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제일 먼저 가까운 수영장으로 달려가 새벽반 첫 타임으로 등록하길 권한다. 어느새 ‘오늘 하루도 잘 시작하고 있구나~ 오늘 하루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하는 긍정의 힘을 얻게 될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