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전쟁의 여파는 지정학적 위험에서 에너지 위험으로 확산됐다. 중동의 막대한 석유 수출길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막히고, 걸프 산유국들이 불가피하게 원유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다. 원유 생산 과정의 특성상 차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이전의 생산량만큼 다시 끌어올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걸프 산유국의 감축량은 1970년대와 2000년대보다도 더 심각하며, 당시에도 원유 생산과 공급 축소로 인해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급격한 상승을 보였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유가의 급등은 일차적으로 이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이벤트로 발생한 가격 상승이지만, 유가의 장기 차트 구조를 분석하면 금리 사이클과 연계된 진행 과정의 일부에 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TI 크루드 오일(USOIL) 주봉 차트를 기준으로 2019~2020년 금리 인하 사이클과 현재 금리 인하 사이클을 비교해 보면 유가의 흐름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확인된다. 2019년 당시 금리고점(A) 이후 첫 금리인하(B)가 시작되기 전까지 유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첫 금리인하(B)가 시작된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유가는 바닥 구간을 만들고 서서히 반등했다. 긴급 금리인하(C)가 인접해가던 시기 유가는 단기간 급격한 상승을 보였고, 이는 이미 체력이 약화된 상태로 버티고 있던 실물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유가의 움직임 역시 유사한 구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유가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을 계기로 단기간 급격히 상승했으며, 이는 과거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에서 관찰됐던 변동성 확대 구간과 유사한 흐름이다. 특히 이번 사이클에서는 이란 전쟁으로 인해 장기 하락 추세선 아래까지 가격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지난 금리 사이클보다 경기에 미칠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금리 사이클 프랙탈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85~95 구간에서 일정기간 유지될 경우 경기 침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구조는 금리 사이클의 진행 과정과도 맞물린다. 역사적으로 유가 급등은 금융시장 내부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점과 종종 함께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업 비용과 물가 압력을 동시에 높이며, 그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 내부에 잠재해 있던 신용 리스크가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긴급 유동성 대응이 나타나는 구간, 즉 ‘C 이벤트’가 발생하기 직전에는 유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프랙탈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추세 구조 역시 이러한 흐름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 미국 증시는 지난 몇 년 동안 강한 상승을 이어 왔지만 상승장의 후반부에서는 전형적인 고점 분배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수는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상승 동력이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 관찰된다. 일부 대형 기술주와 주요 위험 자산에서는 중기 이동평균선의 방향이 이미 꺾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금리 사이클과 함께 보면 조금 더 명확해진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의 초기에는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위험 자산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금리 사이클이 진행되면서 경기 둔화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금융시장 변동성도 동시에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용시장 내부의 리스크가 드러나는 시점(C)에서는 자산 가격의 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지금 시장이 바로 그러한 경계 구간에 들어서고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 연준의 정책 대응과 금융시장 내부 흐름을 통해 확인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단기 뉴스보다 시장의 구조와 사이클을 이해하는 것이다. 유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금융시장 변동성은 각각 별개의 사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자산 사이클의 순환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 전략 역시 이러한 사이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정확한 고점과 저점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신 사이클의 위치를 판단하고 위험 자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다. 금리 사이클의 후반부에서는 위험 자산의 수익을 일부 실현하고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자산배분 투자에서는 전망과 예측보다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금리 사이클이 전환되는 시기에는 자산 가격의 방향성이 빠르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지금 나타나는 유가 변동성과 자산시장의 반응 역시 이러한 금리 인하 사이클 전환기의 특징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현재 자산배분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경제 뉴스가 아니라 금리 사이클이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다. 앞으로 시장의 흐름을 판단할 때는 단기적인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 금리 사이클의 위치와 변화라는 큰 그림을 이해하고 보유한 자산의 비중 조정과 리밸런싱을 통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에서 다룬 국제 유가(USOIL) 분석은 패시브 자산배분 투자자의 전략적 참고용으로 작성됐으며, 실제 투자 시에는 시장을 충분히 분석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이 분석을 레버리지 투자나 단기적인 트레이딩 매매의 기준으로 삼지 마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