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치과의사회 김필성 회장, 그를 통해 본 한국과 미국 치과계

2019.03.22 13:52:24 2019 SS

전영선 기자

 

Q. 아시다시피 한국 치과계는 대한치과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국에 18개의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에도 비슷한 형태의 치과계 조직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미국 치과계 및 LA치과의사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특히 LA치과의사회의 회원 수 등 규모와 이중 한인 회원의 비율 등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미국 전체 치과의사 수는 20만명 정도입니다. 그중 17만명 정도가 미국치과의사협회(ADA) 회원입니다. 미국치과의사협회에는 50여개 주에 걸쳐 각주를 대표하는 회가 있고, 주는 또 다시 각 시도 지부로 갈라집니다. LA치과의사회는 캘리포니아치과의사회(CDA) 산하 지부입니다. 캘리포니아에는 총 3만여명의 치과의사가 있습니다. 미국치과의사협회 산하 가장 큰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치과의사회의 임원을 비롯한 모든 이사들은 무보수 자원 봉사직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부분 회장단의 임기는 1년이며, 회장은 선거를 통해 뽑지 않고 사다리 시스템이라고 해서 총무(Secretary) 지원자 중 인터뷰 및 심사를 통해 뽑으면, 그 후에는 4~5년 과정의 재무, 부회장, 차기회장, 그리고 회장의 자리로 사다리 타듯이 1년에 한 단계씩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이 과정 중에 어느 회원이라도 회장을 하고 싶다던지 부회장을 하고 싶다고 할 때 정해진 수의 선거인단(대의원)의 위임을 받으면, 각 회의 대의원 회의를 통해 선거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LA치과의사회는 1,800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한인 치과의사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회비가 1년에 약 1,600불 정도하는데, 여기에 부담을 느끼는 한인 치과의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LA치과의사회는 자체적으로 2명의 상근직원을 두고 있어, 회무 자체가 어렵지는 않으나, 그래도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또한 회무는 지난 4~5년간 LA치과의사회에 몸담으면서부터 장기적으로 추진해왔던 것이 대부분이라 특별히 다를 것은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장에 취임했다는 걸 실감한 것은 취임식 전후의 며칠 빼고는 없는 것 같네요.

 

 

Q. LA치과의사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책임도 막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LA치과의사회와 미국 치과계의 최대 관심사 및 이슈는 무엇이며, LA치과의사회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현재 미국 치과계의 가장 큰 이슈는 새로운 밀레니엄 세대 치과의사에게 협회가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현재 미국 치과대학의 학비는 연평균 1억원에서 1억7,000만원 선입니다. 때문에 치과의사 자격을 취득하고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약 6~7억원의 학자금 대출을 떠앉게 됩니다. 이와 같은 막대한 빚을 지고 사회에 뛰어든 새내기 치과의사가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협회 차원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전개하고는 있으나,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임기 중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도 이 부분입니다. 현재 치과대학생과 개원의를 연결하는 멘토쉽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치과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치과대학생과 개원의의 멘토쉽은 미주한인치과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하던 지난 2014년, LA치과의사회에 제안해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또 치과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생 및 고등학생을 위한 치과 인턴쉽 프로그램도 미주한인치과의사협회는 10년째, LA치과의사회는 4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계속 범위를 넓혀 많은 학생이 참여하고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미국치과의사협회에 지원도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도 치과 인턴쉽 프로그램을 수료한 많은 졸업생들이 미국 전역의 치과대학에 지원해 합격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LA치과의사회가 서울시치과의사회의 SIDEX와 공동협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향후에는 미국치과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캘리포니아치과의사회, SIDEX 등 한국과 미국 치과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Q. 미국 치주과 전문의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주로 어떤 치료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한국은 임플란트 시술이 상당히 보편화돼 있는데, 미국에서는 어떤가요? 임플란트 수가와 시술 빈도 등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미국 전문의로서 한국의 임상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치과대학(UCSF)을 졸업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개원하며 임플란트 시술을 시작했습니다. 한 7년 정도가 되니, 일반의로서 한계에 부딪치게 되더군요. 그래서 치주과 전문의를 취득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건너온 게 2000년입니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에서 개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치주과 전문의다 보니, 치주 관련 수술과 임플란트 수술을 주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미국 얼바인(Irvine)에 자리를 잡고, 미국 치과의사들로부터 리퍼를 받아 진료를 했습니다. 이후 LA 한인타운으로 옮기면서 리퍼가 끊기게 됐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치과홍보를 하면서 치주과 전문의 뿐 아니라 일반의 역할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임플란트 시술은 매일 거의 한 두 번 정도 진행하고 있으며, 수가는 한국에 비하면 높은 편입니다.

 

현재는 일주일에 3일하고 반나절 정도 진료를 하고 있으며, 하루는 시간을 내 UCLA 치과대학에서 임상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노벨바이오케어의 멘토로 치과의사에게 임상코스를 가르치다가, 약 3년 전부터 우리나라 회사인 Hiossen(오스템임플란트의 미국법인)의 AIC를 비롯한 몇몇 업체에서 임상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치과의사의 임상수준을 평가한다는 것은 주제넘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열심히 배우려 노력하고 정진하기 위해 애쓰는 한국 치과의사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Q. 한국에서도 개원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양국 치과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에서 한 7년 정도 개원을 했었습니다. 양국의 차이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 치과의사들이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은 듭니다. 한국 환자들도 외국에 나와 봐야만 한국 치과의사의 고마움을 느낀다던데, 정말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저만 도망 나온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우리는 왜 모든 게 극과 극으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료인이 불친절하다는 여론에 휘말려, 의료인 스스로 친절을 다짐하려고 노력하더니, 이제는 환자의 갑질이 도를 넘는 지경이 돼가는 것 같습니다. 의료인에 대한 폭행, 폭언은 물론이고, 보통의 직원들조차 견디기 힘들 정도의 환자 행패는 이미 수준을 넘은 것 같아 안타깝네요. 물론 우리 치과의사의 잘못도 있겠으나,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래도 미국에서 치과의사는 최고의 직업으로 항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존경받는 직업에서도 항상 상위 5위 안에 듭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겠지요. 미국치과의사협회가 1859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부단한 노력을 해온 결과라고 봅니다. 그 결과 현재는 미국치과의사협회가 미국 치과대학의 설립존폐 문제까지 관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보건정책에 있어서는 신뢰받을 수 있는 전문단체가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자 믿음입니다.

 

 

Q. 과거부터 미주한인치과의사협회장을 지내시면서 한국과 미국 치과계의 가교역할을 해오셨습니다.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의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이에 대한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미국치과의사협회는 미국 전역 50개 주 치과의사회의 차기회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매년 주관하고 있습니다. 제가 미주한인치과의사협회장을 역임하던 시절, 미주 한인 치과의사의 대표 자격으로 이 회의에 참석할 것을 처음으로 제안한 이후, 현재까지 매년 초청받고 있습니다. 3일간 진행되는 이 회의에서는 미국 치과계의 모든 현안이 논의되는데, 여기서 다뤄지는 수많은 정보를 미주 한인 치과의사 뿐 아니라 한국 치과계에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한국 치과의사에게 치과의사의 자긍심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힘들게 어려운 공부를 했고, 또 아픈 환자를 치료한다는 치과의사의 자긍심이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영유할 수 있는 커다란 버팀목이 되길 바랍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한국의 치과계를 이끌어 간다고 믿습니다.

 

또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의 치과의사는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 환자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국 치과의사만큼 정성을 다해 진료에 임하는 치과의사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주신다면,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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