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그 아픈 이름…

2020.03.09 14:49:20 2020SS

서울리온의원 채송희 대표원장

 

탈모에 대한 글을 부탁받고 한때 탈모로 고통받았던 날들이 떠올랐다. 탈모란 발병 후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알아챈 다음부터는 진행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며, 치료 속도는 너무나 느린 질환이다. 한때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고, 바르고, 이 정도로 충분치 않아서 가발을 써보기도 했던 필자 역시 그 고통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에 교과서적인 탈모의 정의부터 원인 및 치료 방법, 그리고 개인적인 치료 후기까지 다뤄보고자 한다.


탈모증이란?
탈모증이란 정상적으로 모발이 있어야 할 곳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모발은 생명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미용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며, 이외에도 자외선 차단, 머리 보호 등의 기능이 있다.


모발은 모낭이라고 하는 곳에서 만들어지며 각 모낭은 주기적으로 활동과 정지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모발의 경우 26여년의 성장기(생장기)와 2~4주간의 퇴행기를 거쳐 3~4개월 정도 휴식기에 들어간다. 각 모낭은 일생 동안 10~20회의 모낭 성장주기를 갖게 된다.


정상인의 경우 머리카락 수는 약 10만개며, 한 달 평균 약 1cm 성장한다. 보통 머리카락의 85~90%는 성장기에 있고 나이를 먹음에 따라 성장기 모낭의 수가 감소한다. 따라서 10~15%의 모낭이 퇴행기나 휴지기에 있으며, 하루 평균 50~60여개의 머리카락이 정상적으로 빠지는데 하루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탈모의 원인
탈모의 원인은 크게 내부적 요인, 외부적 요인으로 구분한다. 내부적 요인은 유전, 호르몬, 질병 등이다. 유전적으로 상염색체 유전이지만 모계 유전자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호르몬은 갑상선 호르몬의 이상이나 남성호르몬과 관련된 DHT(Dihydrotestosterone) level과 관련이 있다. 그 외 갑상선 기능 저하증 또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심장 질환, 당뇨, 임신, 출산, 항암 치료 등의 원인이 탈모를 유발하기도 한다.


외부적 요인은 물리적, 화학적 요인으로 잦은 드라이나 다이어트, 염색, 펌, 알칼리 세정제 등이다. 또한 대기오염, 환경오염, 자외선, 계절적 요인 등의 환경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으며, 노화로 인한 모낭 축소화로 기능이 정지되거나 모낭의 숫자 감소로 탈모가 유발되기도 한다. 그 외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남성형 탈모
탈모는 교과서적으로 반흔성 탈모, 비반흔성 탈모로 구분된다. 반흔성 탈모는 화상이나 상처 등의 외상에 의해 모낭이 파괴돼서 생기는 영구적인 탈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탈모는 비반흔성 탈모로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휴지기 탈모, 원형 탈모 등이 이에 속한다.

 

남성형 탈모증은 흔한 말로 대머리를 일컫는 의학적 용어이며 안드로겐성 탈모증이라고도 한다. 남성형 탈모는 유전적인 요인 및 호르몬, 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남성 호르몬이 5a-redutase를 만나 생성된 DHT(Dihydrotestosterone)가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과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이라고 하는 남성 호르몬(안드로겐)에 의해 혈액 중에 있는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세포 내 5α-환원제(5α-reductase)라는 효소와 작용해 보다 강력한 남성 호르몬 효과를 나타내는 DHT로 변환되는 기전이다.


탈모 발생 부위의 경계선이 뚜렷하며 피지, 비듬이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수염이나 다리털은 굵어진다. 헤어 라인이 뒤로 후퇴하는 형태로 M형, O형, C형, M+O 복합형 등으로 나타난다. Hamilton Norwood 7단계로 구분하고, 사춘기 전후로 시작돼 30~40대에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탈모의 치료법
역사적으로 행해진 탈모 치료법은 매우 다양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개의 발, 당나귀 발굽, 야자열매의 혼합물을 머리에 바르거나 두피 부위의 혈류 개선을 목적으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기도 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씨저의 대머리 치료를 위해 태운 생쥐, 말 이빨, 곰기름, 사슴 골수 등을 발랐다는 기록도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민간요법과 발모제 등이 알려지고 있으나,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Propecia의 화학명) 경구복용, Minoxidil의 국소도포, 모발이식수술 등 세 가지 치료법뿐이다.


피나스테리드는 제2형 5α-환원효소에 대한 억제제로서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한다. 남성형 탈모증을 가진 남성에게 피나스테리드를 투여하면 두피 및 혈청 중 DHT의 농도가 각각 약 60%~70% 감소한다. 피나스테리드가 두피에서 DHT의 농도를 낮추어주는 데는 두피에서 제2형 5α-환원제에 대한 억제효과뿐 아니라, 두피로 공급되는 혈액 중 DHT 농도가 동시에 낮아지는 것 또한 일조를 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프로페시아 1일 1회 한 알(1mg) 경구투여에 대한 이중맹검 임상시험에 의하면, 프로페시아는 통계학적으로 의의 있는 발모 및 탈모방지 효과가 있으며 치료시작 3개월 무렵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기간 복용 시 문제가 될 만한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고, 이 약 또는 위약을 각각 12개월간 투여했을 때 1% 이상의 빈도로 나타난 부작용 중 약물과의 관련성이 입증됐거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된 것은 성욕 감퇴, 발기 부전, 사정장애(주로 사정액의 감소) 등이 있다. 성기능 관련 부작용으로 인해 투약을 중단한 경우, 모든 환자에서 이러한 부작용이 사라졌으며 투약을 계속한 경우에도 58%의 환자에서 부작용이 사라졌다.


프로페시아와 같은 5α-환원효소 억제제는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하므로 임산부가 이 약을 복용하는 경우 남성태아 외부생식기의 기형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신 중에 이 약을 복용했거나 복용 중에 임신하게 된 경우에는 남성 태아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환자에게 알려줘야 하며, 소아 환자 혹은 여성에게 투여해서는 안 된다. 프로페시아의 효과는 복용 3개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복용을 중단하면 12개월 내에 효과가 소실되므로 꾸준히 복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탈모치료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외용제로 Minoxidil이 있다. Minoxidil을 바르면 2∼4개월 후부터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감소하고 4∼8개월 정도면 모발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뿌리는 제형이 일반적이며, 두피 이외의 부위에 뿌려지면 잔털이 자랄 수 있으므로 얼굴로 흐르지 않도록 병변 부위에 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페시아와 Minoxidil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각각의 치료법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 외 메조주사치료, 탈모용 샴푸, 탈모 영양제 등 다양한 방법의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 시너지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치료법을 충분한 기간 동안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때에는 자가 모발이식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여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는 5aR-DHT, 호르몬, 사이토카인 등에 영향을 받아 발생한다. 남성형 탈모와 기전이 다른 점은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메커니즘은 발견되지 않았다. 여성형 탈모는 가르마 주위로 경계가 불분명하며, aromatase의 영향으로 앞머리 라인은 유지되는 특징을 보인다. 전형적인 여성형 탈모를 Ludwig type이라고 하고, 남성형과 여성형이 복합될 경우 Christmas tree type이라고 한다. 여성형 탈모는 사춘기 때부터 시작되나 30대 또는 40대에 다시 발달하고, 폐경 이후 증가되는 양상을 보인다.


여성형 탈모는 모낭의 파괴보다 축소화에 의해 발생하며, 휴지기에 모발의 비율이 증가하고 생장기에는 줄어든다. 여성형 탈모증은 다양한 발현 양상을 보이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며, 드물게는 유전적 소인이 없이 부신이나 난소에 안드로겐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종양이 생긴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여성형 탈모증의 발생빈도가 증가한다. 안타깝게도 여성형 탈모증의 치료는 남성형 탈모증, 일명 대머리의 치료보다 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낭이 위축되기 전에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 꾸준히 치료하면 탈모가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어느 정도 모발이 다시 나오고 또 굵어질 수 있다. 약물 요법으로는 미녹시딜 용액의 국소 도포가 많이 사용되고 있고, 초기 반응은 6개월, 최대 반응은 1년 정도 지난 후 나타난다. 치료를 중지하면 2개월 후부터 다시 서서히 탈모가 진행된다.

 

안드로겐 과다 생산에 의한 여성형 탈모증에는 안드로겐의 생산이나 이용을 억제하는 경구 피임약이나 전신적 항안드로겐제인 spironolactone, flutamide, cyproterone acetate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머리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경구 투여제인 finasteride나 dutasteride는 남성에게만 투여한다. 하지만 최근 여성형 탈모증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어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 외 메조주사치료, 탈모용 샴푸, 탈모 영양제 등 다양한 방법의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 시너지 효과를 보이며, 여러 가지 약물 요법이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미세이식(micrograft) 방법을 이용한 모발 이식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 외의 탈모
휴지기 탈모는 갑상선 호르몬 저하증이나 스트레스, 약물, 비타민 및 미네랄 영양 불균형, 산후 휴지기 탈모 등의 원인으로 발생한다. 육안으로 여성형 탈모와 구분이 어려우나 분포도를 체크해 진단할 수 있고, 전체두피에 연모와 성모가 혼재하며, 선행원인의 약 3개월 후 갑자기 진행되는 특징을 보인다. 휴지기 탈모는 전 연령에서 발생하며, 원인이 뚜렷하다.


원형 탈모는 그 원인이 아직 불확실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원형탈모는 자각증상이 없는 특징을 보이며, 직경 1~5cm의 경계가 명확한 원형 또는 난원형의 탈모반이 갑자기 발생하고, 두피가 정상부위보다 약간 함몰돼 있다. 단일성 원형 탈모가 아닌 2~3개 이상의 다발성 원형탈모인 경우, 예후가 좋지 않고 전두 탈모, 전신 탈모로 악화될 위험성이 높으며, 소아에게 발생할수록 치료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흔하게 발견되는 지루성 피부염에 의한 지루성 탈모가 있다. 지루성 피부염은 말라세지아균과 개개인의 민감성에 따라 발생하며, 2차적 원인으로 말라세지아균의 대사산물인 불포화지방산(ex. oleic acid)이 두피에 또 다른 자극을 주어 두피 트러블을 유발하는 것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지루성 피부염은 홍반과 인설이 특징이며 염증이 일어나고 가려움증을 호소한다. 표피세포의 과다증식 및 탈락, 각질층이 비정상화되는 특징을 보이며 가렵고 땀이 나면 악화된다. 특히 겨울에 악화되고, 피지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지루성 피부염은 완치보다는 재발의 기간을 늘려주는 관리적 치료가 필요하다.


탈모에 대처하는 자세
탈모가 발생하면 담당 의사는 두피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모발 당김 검사(hair fulling test)를 시행한다. 필요 시 혈액검사나 조직검사가 시행될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탈모예방에 좋은 특별한 음식물은 없으며, 식품으로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다만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균형 잡힌 식단은 도움이 된다.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맥경화와 같은 심장질환과 대머리 증상은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에 지나친 동물성 지방 섭취는 금하는 것이 좋다. 두피의 혈액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 두피 마사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과도한 경우에는 탈모를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단 후에 치료를 진행하길 권장한다.


치료 반응이 느린 탈모 치료 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가발 착용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피를 모두 감싸는 통가발부터 탈모 부위만 커버해주는 부분가발까지 요즘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사용도 편해 미용적인 스트레스를 훨씬 경감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탈모의 종류, 원인, 치료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치료 반응이 느린 탈모에서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 조기치료다. 탈모가 의심된다면 빨리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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