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인술! 그를 이야기할 때 새삼스러울 것 없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가 계속 회자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의 행보를 많은 의사들이 따라 걷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과거에 천형으로 불린 나병(한센병)은 이제 의학의 발달로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닙니다. 정상인의 의식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36년간 한센인 환자 등에게 사랑의 인술을 펼쳐 온 장동호 원장이 2020년 7월 15일 정세균 국무총리로부터 행안부 선정 ‘올해의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로 진료봉사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다.
국민추천포상은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희망을 전하는 우리 사회 숨은 이웃을 국민이 직접 추천하면, 정부가 포상하는 국민참여 포상으로 그 어떤 상보다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그의 수상은 지난 1985년부터 이어온 한센인 환자 대상의 사랑의 인술을 비롯해 2007년 부터 전북 익산시 장애인 종합 복지관에 진료실을 개설, 저소득 중증 장애인을 위한 무료 진료를 지속적으로 펼쳐온 것에 대한 포상이다. 아울러 지역 사회에서 청소년 선도위원, 익산경찰서 자문위원, 군산 및 익산시 법원 조정위원과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이사로 활동하는 등 지역 내 선도적 역할로 지역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
장동호 원장의 봉사 활동 시작은 원광대 치과대학 졸업 후 공보의를 하던 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보의 시절 한센인 마을에 들러 진료를 하게 되었는데 이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원하고 있는 치과 소재는 익산이지만, 봉사 활동은 주로 전주에서 했다. 동일 지역에서 하게 되면 자칫 치과 홍보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어 가급적 다른 지역에서 진료 봉사 활동을 했다.
이후 20여 곳이 넘는 보육원, 교도소, 한국어린이재단, 무의탁양로원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다가 2007년 익산시 장애인 종합 복지관에서 진료실을 개설하게 되면서 저소득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36년째 만나고 있는 한센병 환자들이지만 처음에는 그도 꺼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한센병이 전염성이 없다 하지만 선입견이라는 게 있다 보니 그럴 만도 했을 테다.
“한센병 환자 분들이 줄을 서 계시는걸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죠. 피하기보다는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어요. 이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허허.”
그 역시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이제는 가족들 특히 아내가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는 계속 이 활동을 할 생각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이 많고,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치과를 내원하는 대부분의 환자 분들은 손으로 틀니를 입에 넣는 게 어렵지 않지만 한센병 환자 분들은 세포가 점점 괴사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손, 발에 손상이 오면서 손가락을 잃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손이 불편한 분들에게 틀니를 만들어 드려도 직접 넣기가 어렵다 보니 그 점이 항상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울타리에 사는 분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오늘도 그의 진료 봉사 활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가 지난 30여 년의 시간 동안 보여준 솔선수범은 동료 및 후배 의사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는데 그의 이러한 봉사 정신의 배경에는 든든한 스승이었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께서 군산에서 외과의로 도내 섬마을을 돌며 무료 진료를 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으면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부산의 외과의사로 아름다운 선행을 베푸셨던 장기려 선생에 대한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어요. 누구나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남을 도우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는 금전적인 면보다는 치과의사로서 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봉사 활동을 실천하는 동료, 후배 치과의사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더 많은 치과의사들이 자신의 능력과 힘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 동참해 주었으면 바람이라는 그의 소망은 소박했다.
“국민추천포상으로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큰 욕심은 없어요. 치과의사로서 핸드피스를 들 수 있는 건강이 허락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장동호 원장, 그가 진정 초심을 잃지 않고 어려운 이들에게 따스함을 선물하는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