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의 금리인상이 쏘아 올린 작은 공 | 1987년 블랙먼데이를 연상시키는 8월 5일 월요일 증시 대폭락

2024.08.08 10:25:31 제1076호

최명진 원장의 자산배분 이야기 145

8월 5일 아시아 시장의 검은월요일(Black Monday)

2024년 8월 5일과 6일, 글로벌 주식시장은 큰 변동을 겪었다. 코스피와 니케이225 지수는 기록적인 하락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8월 5일, 코스피는 8.8% 급락하며 16년 만에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발 경기 침체 우려와 부정적인 경제지표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이 주요 원인이었다. 미국 내 인공지능(AI)에 관련된 반도체 주식들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큰 폭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일본의 니케이225도 같은 날 12% 하락하며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일일 하락을 기록했다. 일본 엔화의 급격한 강세와 일본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발표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는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해 엔화로 자금을 빌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2024년 7월 31일 일본중앙은행이 17년만의 금리인상을 했는데, 일본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로 인해 엔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며 미국 달러 대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엔화의 강세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성을 감소시켜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니케이225 지수의 급락을 가속화시킨 이유로 분석된다.

 

8월 5일 폭락의 뚜렷한 원인이나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 와중에 변동성지수(VIX)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 한가운데처럼 치솟았다. 아시아시장이 끝나고 미국의 와튼 스쿨 금융학 명예교수인 제레미 시겔은 경기침체가 곧 다가올 것이고,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긴급회의를 통해 big cut(0.5% 이상 내림)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필자는 코스피가 12% 하락하고 나스닥 선물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던 5일 오후에 빠르게 시장을 분석해 이번 하락은 미국의 금리사이클에서의 경기침체와는 별개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중동전쟁 리스크에 따른 단기적인 변동성 장세로 판단했다. 따라서 연준이 당장 big cut을 하는 것이 아닌 기존 미국 증시 전망과 같이 9월 FOMC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B)를 할 것으로 봤다. 이 관점은 유튜브 커뮤니티 게시판에 폭락 한가운데서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5일 당일 미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 출발했으나 S&P500 지수 기준 종가에는 5,187포인트로 마감해 종가 기준 고점 대비 -9.8% 하락했다. 10% 내외의 조정으로 기존 전망(하단 5,200)에서 크게 틀리지 않는 저점이었다.

 

8월 6일 한미일 증시는 모두 큰 폭으로 반등해 안도감을 더해줬다. 7월 고용보고서와 미국 ISM 제조업 PMI가 예상보다 저조해서 경기침체 우려를 더했다면, 8월 5일 발표된 미국 ISM 서비스업 PMI가 51.4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상승했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now도 3분기 GDP 성장률을 2.9%로 상향해서 발표했다. 결국 경기침체 우려가 진정되면서 미국 연준은 긴급회의를 하지 않았으며, vix 지수도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8월 7일 일본은행은 금융 환경이 불안정하다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달러 대비 엔화도 빠르게 약세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증시도 1% 이상 추가 반등하며 하락 분을 크게 만회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변수가 아직 남았으나, 이번 급락을 일으킨 원인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하나 씩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주식시장의 급락과 반등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에 따른 투자 심리의 변동을 잘 보여줬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변동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변화와 글로벌 경제 지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첫 번째 금리인하와 big cut

지난 기고에서 연준의 첫 금리인하 전후로 미국 증시가 횡보 조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7월 14일 미리 예측한 방법에 대해 기준금리 사이클과 S&P500 지수의 프랙탈 분석을 통해 풀어봤다.

 

 

기준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을 잘 이해한다면 현재 국면에 유리한 자산과 앞으로 국면에 유리한 자산을 알 수 있게 되고, 각 자산별로 저가 매수 고가 매도(BLASH, Buy Low and Sell High)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분석대로라면 2024년 7월 FOMC에서 연준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했고, 7월에 발표한 고용지표와 ISM 제조업 PMI 가 침체를 가리키므로 9월 첫 금리인하(B)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지난 기고에서 언급한 것처럼 B 구간 전후로 미국 증시는 횡보 조정 구간에 들어선다.

 

조정장(Market Correction)은 주식시장이 최근 고점에서 10% 전후, 20% 미만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시장의 과열상태를 해소하고 가격을 더 적정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하락장(Bear Market)은 주식시장이 최근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할 때다. 경제적 불안정성, 경기 침체 등의 더 심각한 문제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락장은 보통 더 긴 기간 동안 지속되며,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의 경제위기(C, 연준의 big cut)는 하락장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8월 5일 아시아 증시의 예상치 못한 급락으로 하루에 10% 이상 변동성을 보이자, 공포지수가 급등하고, 시장 참여자의 공포가 극대화됐다. 이는 심리적으로 연쇄적인 가격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 필자가 8월 5일 공포의 한가운데서 하락장이 아니라 기존 조정장의 view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달러인덱스와 환율이다.

 

만약 기준금리 사이클 상의 하락장, 즉 경제위기(C)가 시작되는 것이라면, 원 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거나 최소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여야했다. 하지만 코스피가 -8.8% 하락하던 8월 5일 당일에 원 달러 환율의 상승 폭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경제위기(C)가 지금 당장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 기존 view를 유지했다. 연준이 7월 FOMC에서 8월 5일 하락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지 않은 점도 참고했다.

 

아직 증시의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S&P500 지수가 8월 5일 저점 이후 더 하락하지 않는다면, 첫 금리인하(B) 전후 조정장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헤지펀드들도 이번 조정에서 빅테크 주식을 크게 매수했다고 전해진다.

 

최근 레버리지 거래와 개별 종목의 옵션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이번 주 아시아 증시의 폭락에서 보듯이 단기간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경우 레버리지 거래는 청산되거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반면 정상적으로 자산을 배분해 투자한 경우 큰 변동성은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투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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