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고전, 포르노, 선거비용

2024.08.14 11:17:52 제1077호

최유성 논설위원

‘고전, 포르노, 정치자금’이라는 칼럼이 있다.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척하지만 거의가 모르는 것이 ‘고전’이고, 반대로 모든 사람이 다 모르는 척하지만 사실은 거의 알고 있는 것이 ‘포르노’라고 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고전처럼 대하고, 어떤 사람들은 포르노처럼 대하는 것이 ‘정치자금’이라는 내용이다.

 

세상 사람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는 진리와도 같은 사실을 인정해야만, 차라리 우리 주위가 더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치과계에 직선제가 도입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문자와 전화 때문에 단지 귀찮은 행사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공동체에 반드시 필요한 행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한 홍보행위와 조직운영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특별한 것이 아니고, 광고홍보비용과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의 식사비용 등이 그것이다.

 

거액의 사비를 사용하면서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 후보자들의 행태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저 개인의 명예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는 공적 소명의식과 봉사의 정신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으리라고 믿고 있다.

 

한편,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10~15%의 득표를 얻은 후보에게 증빙된 선거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명분이 있겠지만, 선거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구성원들이 함께 감당해야 하는 ‘민주주의의 비용’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대부분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치협의 선거에서는 후보자 등록을 위한 ‘5,000만원 기탁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그 기탁금의 용도로는 홍보 포스터 발송료, 선거인 문자발송, 우편투표 및 모바일투표 이용료, 각종 인쇄비, 텔레마케팅 용역비, 사무국 직원 초과근무수당, 선거관리위원 회의 및 출장 수당, 회의 및 정견발표회 비용 등이다. 선거 이후에 1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에게는 기탁금을 사용하고 남은 잔액을 돌려준다.

 

후보자들은 기탁금 이외에도 더욱 많은 선거비용과 개인적 시간, 그리고 열정을 다해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 선거라는 행사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뜻깊은 행사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특히 기탁금으로 사용되는 용도를 후보자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더욱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치과의사라는 지성인들이 선거라는 행사를 후보자들의 ‘회장놀이’라고 치부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공적 소명 의식으로 선거에 나선 것은 사실이고, 당선되어 그 포부를 펼칠 수 있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이지만, 그 집행과정에서 정말 자신에게도 떳떳한 회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변화하고 있다.

 

재정 집행의 투명화는 당연하고, 회무의 방향성도 예전과는 많은 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치과의사 집단이라고 해서 자신들의 권익만을 주장하는 것은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위하는 ‘공공선’의 방향성을 추구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도 품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주장하는 모든 사안들마다 회원들의 권익과는 반대 방향으로 밀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선자의 개인 횡령 혐의가 사법적으로 어떻게 귀결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미래에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기를 제안하는 바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도 9,000만원 현금인출과 같은 유혹이 재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 터지면, 후진국은 ‘사람’을 바꾸고, 선진국은 ‘제도’를 바꾼다고 한다.

 

우선 치과계 선거의 ‘기탁금으로 사용되는 비용’부터 회원들의 회비로 사용하고, 기준 이상의 득표를 한 후보자에게는 기탁금을 전액 반환하자는 것이다. 비록 공직선거법의 선거비용 보전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나라의 세금으로 대부분의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대의명분을 다시 숙고해보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더욱 큰 불행과 소모비용을 줄이면서 공정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다 아는 척하는 ‘고전’으로 대할 것인지, 다 모르는 척하는 ‘포르노’로 대할 것인지, 그리고 ‘후진국’으로 남을 것인지, ‘선진국’으로 나아갈 것인지 심사숙고해볼 시점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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