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법원이 위탁교육 중인 간호조무사에게 단순업무를 장기간 반복적으로 시키고, 부족인력의 공백을 메우게 한 의료기관에 대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북부지방법원(판사 김관중)은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간호조무사(원고)가 원장(피고)에게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간호조무사는 간호학원에서 이론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 위탁돼 2022년 4월 14일부터 9월 1일까지 780시간의 실습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이 과정에서 간호조무사가 실습 교육과정을 벗어나 실질적으로 원장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했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할 임금을 지급하라고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원장은 실습생으로서 교육훈련을 받은 것일 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 대가인 보수를 수수하기로 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간호조무사를 근로자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다. 다만 교육과정에서 실습교육의 범위를 벗어나 실질적인 근로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부당이익 반환의무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병원에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배치와 출결만 관리하며 별도의 실습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육 담당 직원이 부재한 점 △뇌신경센터에서 환자 안내, 의료폐기물 처리 등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업무의 7주간 반복 수행 △MRI 진료실에서 환자에 대한 비용 안내, 절차 설명, 진료예약 등을 담당했으나 신규직원 채용 후 2022년 7월 18일 센터로 이동 배치된 점 △센터에서 침대 소독, 환자 이동, 소독기구 교환, 약품 수령 등을 맡았으며 2022년 8월 18~19일에는 뇌신경센터 인력 부족으로 급히 배치된 점 등 간호조무사의 실습교육 기간 근무실태를 자세히 살펴봤다.
재판부는 “간접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 실습교육 프로그램과 교육실시 담당자 없이 객관적·실질적으로 실습교육에 요구되는 내용 및 방법과 무관하게 실습생에게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장시간 수행하게 하고 병원 운영상의 필요에 따른 업무를 지시하는 등 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일시 대체하는 방편으로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근로를 제공받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 대한 간호조무사 실습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받고도 그 대가 지급을 면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의 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했다”며 357만2,400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