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딧불’의 위로가 지닌 의미

2025.07.05 08:20:40 제1119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716)

얼마 전 진료실 라디오에서 잔잔한 노래 하나가 들렸다. 얼핏 처음 가사가 들렸을 때 스스로 빛나는 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반딧불이라고 들렸다. 그래서 슬프다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 다음 가사가 알고 보니 자신은 개똥벌레였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빛나는 별이 아닌 줄 알았고 반딧불인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그것도 아닌 개똥벌레였다면 엽기적이고 가학적이고 심한 우울한 가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많은 대중들이 위로를 받는다고 하여 노래를 찾아보았다. 가사는 살다가 어느 날인가 스스로 하늘에 빛나는 별이 아닌 땅에 기어 다니는 개똥벌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개똥벌레도 스스로 조그만 가치의 빛을 낸다면 누군가에겐 비록 작더라도 소중한 빛을 내는 반딧불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내용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해 말부터 우울했던 대중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잔잔한 음률에 남성 가수의 담담하고 고즈넉한 목소리 톤으로 부른 ‘나는 반딧불’이다. 잔잔한 음률에 젖어서 찬찬히 가사 내용을 음미해보면 2·30대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한참 동안 찾았던 내 손톱/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돼 버렸지/주워 담을 수도 없게 너무 멀리 갔죠/누가 저기 걸어놨어 누가 저기 걸어놨어/우주에서 무주로 날아온/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내가 널 만난 것처럼 마치 약속한 것처럼/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다시 태어났지/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란 것을/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후진국에서 태어나 개도국을 겪었던 60·70세대들은 스스로 별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시작이 개똥벌레였다. 필자가 중·고 시절인 70·80년대만 해도 기성회비를 내지 못하여 담임선생님에게 불려가던 아이들이 한 반에 몇 명씩 있던 때였다. 어쩌면 모두가 개똥벌레였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진국 시절에 태어난 20·30대 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한두명 자녀로 태어나는 순간 모든 것을 누리고 스스로 빛나는 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살았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출발을 시작한 현실 사회는 냉혹했을 것이다.

 

몇몇을 제외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상실감과 좌절감 속에서 가사 내용처럼 알게 모르게 하찮은 존재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이 노래가 아무리 작더라도 조그만 노력과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가치가 있고 작더라도 빛을 낸다는 위로와 위안을 주었다.

 

지난 10년 사이 청년(19~39세) 우울증이 225%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치료를 받는 청년 우울증 환자가 2023년에 36만명이다. 치료를 받지 않는 이들을 포함한다면 더 많은 청년들이 마음의 아픔을 겪고 있다. 학교 교육이 무너지며 학동기부터 입시학원 교육에 시달리며 치열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낸 슬픈 결과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빛나는 별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고 크든 작든 늘 사랑스러운,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녔음을 가르쳐 주었다면 별이란 생각도 개똥벌레란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대는 상식을 벗어나 4세·7세 고시 시대가 되었다. 그들이 20·30대가 될 때는 더 큰 아픔을 겪게 될 것이 안타깝다.

 

이 한 편의 가사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듯하여 필자는 위로받기보다는 마음이 아프다. 우리 사회가 상식이 무너지고 소통이 단절되면서 이 시대의 젊은 세대들의 심리적 고립은 더욱 증가되었다. 적절한 시기에 그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 ‘나는 반딧불’이 고맙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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