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회원의 피와 땀같은 회비, 법무비용으로 쓰여야 하나

2025.07.10 11:35:00 제1120호

최성호 편집인

미국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주변에는 두 개의 전쟁기념물이 있다.하나는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 또 하나는 ‘한국전쟁 베테랑 메모리얼’이다. 이 두 기념물은 미국이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의 디자인은 당시 스무 살의 중국계 미국인인 예일대 건축과 재학생이었던 ‘마야 린’의 작품이다. 죽은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검은 벽을 따라 더 낮고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다 다시 오르막 경사로로올라와 빠져나오는 단순한 디자인은 마치 죽음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가 삶의길로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9·11 메모리얼파크 공모전에서 파격적인 건축 디자인이 채택되었을 당시 공모전 심사위원이 바로 마야 린이기도하다.

 

링컨기념관 우측에는 한국전쟁 베테랑 메모리얼이 있다. 벽화 담장을 중심으로 V자 형태로 실물 크기보다 조금 큰 19인의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조각상들은 마치 하나의 소대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중 14명은 미 육군, 3명은 해병대, 1명은 해군 위생병, 나머지 1명은 공군 관측장교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백인, 흑인,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인디언계 등 인종도 다양하다. 주변 지형지물도 한국의 논밭을 묘사하고 있다. 모든 병사는판초 우의를 입고 있는데 이는 1·4후퇴 및 장진호 전투 당시 한국의 혹독한추위를 견뎌낸 병사들을 상징한다. 선두에 있는 병사의 바닥에는 “우리는 알지 못하는 나라,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을 지키라는 요청에 응답했던 국가의아들과 딸을 기린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병사들의 모습은 바로 옆 49미터길이의 화강암 벽에 유리처럼 투영된다.

 

화강암 검은 벽에는 한국전쟁 당시 2,500개의 사진과 영상을 새겨놓았다.비문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 부상, 실종, 전쟁포로의 숫자가 기록돼 있으며기념비 남쪽에는 무궁화 3그루가 심겨 있다. 또 다른 화강암 벽에는 은색으로 ‘대가 없는 자유는 없다(Freedom is Not Free)’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한국전쟁 베테랑 메모리얼은 한국전에 참전했던 제25보병사단 출신 인사들이 1985년에 처음 기념비 건립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미국 의회 전쟁기념물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1992년 기공식을 하고, 1993년 4월 건립했다. 이후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과는 달리 한국전쟁 베테랑 메모리얼에는 전사자 명단이 없다는 지적으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미군과 함께 싸우다 숨진 한국 카투사를 기리기 위한 추모의 벽이 건립됐다. 미군3만6,595명과 카투사 7,174명 등 4만 3,769명의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은 미국 내 참전 기념시설에서 미군이 아닌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진 최초의 사례다.

 

한국전쟁은 국군, 유엔군, 미군, 그리고 적군까지 합해서 약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죽거나 다친 단시일 내에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참혹한 전쟁이었다. 수많은 미군과 유엔군이 참전해 피와 땀을 흘렸지만, 한동안 미국에서 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해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국전쟁 베테랑 메모리얼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숭고한 뜻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지금 치과계는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치과계는 지금 소송으로 인한 갈등, 분열 속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것은 이 모든 일은 회원의 권익 보호와 치과계 미래가 우선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나 앞으로 협회 소송에 대한 법무비용을 정당한 절차나 설명 없이 회원이 모두 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치협은 법원의 당선무효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 관련한 법무비용으로 회원이 낸 소중한 회비가 무조건으로 쓰이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만약 회원의 소중한 회비가 부적절하게 사용된 용처가 생긴다면 끝까지 밝혀내고 이에 대해 소상하게 회원에게알려야 한다. 이번 전쟁과 같은 소송전은 시간이 가면 잊혀지는 전쟁이 되지않을 것임을 회원은 이미 알고 있고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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