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연일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던 중,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예정된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조정을 받으며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최근 S&P500은 큰 폭의 변동 없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추세의 연장이 아니라 시장 사이클이 점차 마지막 국면에 다가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현 구간에서의 대응은 단기적인 매매보다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이클 후반부에 나타나는 위험자산의 랠리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자극하지만, 동시에 향후 조정과 변동성을 예고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번 글은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의 틀 속에서 현재 시장의 위치를 진단하고,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의 균형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 살펴본다.
자산배분 전략의 핵심은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을 통해 시장의 위치를 진단하고, 국면별 유불리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데 있다. 즉, 향후 불리해질 자산은 축소하고, 반대로 유리해질 자산은 확대하는 과정을 통해 고점에서는 매도하고 저점에서는 매수하는 리밸런싱을 주기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을 맞추려는 시도가 아니라, 사이클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은 첫 금리 인하가 이루어진 B 국면에서, 긴급 금리 인하가 나타나는 C 국면으로 향하는 극후반부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구간은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시기로, 실제로 비트코인과 미국 증시가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하며 이러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상승의 속도와 각도가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이 서서히 피날레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의미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위험자산은 일반적으로 B~C 구간에서 마지막 상승세를 기록한 뒤, C 국면에서 큰 폭의 하락을 경험한다. 반대로 안전자산은 A 구간에서 저점을 형성하고, B 구간에서 중간 고점을 기록하며, C 구간에서 최종 고점을 만들어내는 패턴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서는 금, 달러, 미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번 사이클은 인플레이션 국면이라는 점에서 미국채의 방어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2년간 필자는 미국채 신규 편입을 권하지 않았으며, 대신 금과 달러를 핵심적인 안전자산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실제로 2023년 1월 이후 달러는 약 15% 상승했고, 금은 9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안전자산의 선택이 투자 성과에 어떤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증시의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CNN 공포·탐욕 지수는 현재 64를 기록하며 탐욕 구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추세의 흐름이다. 2024년 12월 고점 이후 2025년 4월 저점에 이르는 과정을 돌아보면, 지수가 극단적 탐욕 국면으로 진입할 때는 오히려 상승장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신호로 작용했다. 이후 조정 국면에서는 추세선 지지 여부가 확인될 때마다 상승이 재개되며 랠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은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포·탐욕 지수는 이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하락 다이버전스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상승 탄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장이 점차 피날레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패시브 자산배분 전략의 본질은 시장의 정점을 정확히 맞추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금리 사이클에 맞춰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수행하며, 상승 구간에서는 일정 비중을 줄이고 조정 구간에서는 다시 확대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가령 미국 증시 비중을 30~70% 범위에서 관리한다고 가정할 때, 현재처럼 탐욕이 확산된 구간에서는 비중 축소가 합리적이다. 일부 비중을 줄여도 포트폴리오에 일정 자산은 남아 있기 때문에 최종 랠리의 과실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C 구간에서 발생할 급격한 하락이 지난 1~2년간 쌓아온 성과를 단기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4월의 급락은 그러한 위험이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였다.

현재의 상승장은 과거 어느 시기보다 강하고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8월 상승장이 96일 동안 15% 오르는 데 그쳤던 것과 달리, 2025년 4월 저점 이후 8월 15일까지는 무려 132일간 31% 상승하며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강세장이 아니라 사이클 후반부에서 나타나는 과열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S&P500 지수는 이미 6,009선을 돌파했으며, 다음 피보나치 확장 목표치인 6,559까지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조정이 불가피하게 동반될 수밖에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큰 조정 없이 목표치에 도달한다면 최종 고점까지 신고가 갱신이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정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같은 구간을 ‘어깨 구간’으로 인식하고 계획적으로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는 향후 피날레 이후 구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락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자산배분 전략의 본질은 단기적인 시장 예측이 아니라, 주기적인 비중 조정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데 있다. 탐욕이 극대화되는 구간에서는 일부를 줄여 수익을 실현하고, 공포가 극대화되는 구간에서는 비중을 확대해 기회를 포착하는 과정이 장기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어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등락에 집착하지 않고, 시장 사이클 전체의 흐름 속에서 원칙에 따라 리밸런싱을 실행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자산배분 전략의 본질이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투자 성과를 만
들어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