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사상에는 악마가 없다

2025.11.29 10:06:53 제1139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36)

악마의 개념은 종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인도 힌두교는 이원론적인 악으로 선의 신과 대등하게 전쟁을 하는 존재다. 반면 기독교는 하느님의 최고 천사가 반역하며 타락하여 사탄이 되었다. 불교는 신도 악마도 모두 중생으로 연기법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도교는 신도 관료체계가 있어서 가장 높은 옥황상제 밑에 신하 신들이 있고 최하위에 인간 범죄자 같은 하급 저질 영혼인 귀(鬼)와 마(魔)가 있다. 유교는 철저하게 인간 중심개념으로 절대 신도 악마도 없다. 인의예지 안에 있으면 선이고, 벗어나면 악이라기보다는 불선의 개념이다. 악마의 등장은 사후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권선징악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악당이 더 잘사는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사후세계에서 확실하게 징벌하는 개념을 종교가 도입하였다.

 

우리 전통사상에는 절대 악마가 없었다.

 

일본 요괴와 서양 드래곤은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악의 존재다. 우리 전통사상의 도깨비는 장난기는 있으나 권선징악의 존재다. 원래 우리 전통사상에는 선악 개념이 없었다. 인간은 선량하고 행복한 저승 사람이 이승으로 놀러 왔기 때문에 원래 선한 것이다. 원한이 있으면 푸는 것이고, 악한 것은 구미호나 천년 묵은 여우같은 짐승이지 인간이 아닌 존재라 생각했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은 있지만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다. 이 사상 저변에는 종적 관계가 아닌 횡적 관계가 근본을 이루고 있다. 저승과 이승은 천당과 지옥과 같은 상하관계가 아닌 횡적인 관계로 생각했다. 죽어서 꽃상여를 타지 않고 산 사람이 저승으로 가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갈 수도 있는 개념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무속신앙 근본이 된 바리공주 신화다. 바리공주는 아버지 병을 고치기 위해 어렵게 저승길을 걸어서 저승에 도착하였다.

 

이렇듯이 근본적인 우리 전통사상에서 이승과 저승은 연결되어있는 이웃 개념이다. 다만 이승에서 한이 맺히거나 미련이 남아서 저승에 가길 거부하여 몸 없이 이승에 남으면 원혼이 되었다. 가끔 다큐 영화에서 아프리카 어떤 소수 마을에서 사람이 죽으면 잔치를 벌이는 것과 같은 개념을 아주 오래전 우리 조상들도 지녔다. 상갓집 마당에서 고스톱 치고 노는 문화가 그 잔재다. 죽음은 왔던 행복한 곳으로 되돌아갔으니 기쁜 일이라는 개념이다. 다만 어린아이가 죽는 것은 나쁘게 보았다. 아마도 다 놀지도 못하고 갔기 때문인 듯하다. 이런 횡적 개념 구조에 권선징악을 위해 천국(천당)과 지옥인 종적 개념이 유입되며 악당이 갈 지옥이 생겼다.

 

중국 관료 문화적 요소가 강한 도교 사상이 들어오면서 관복을 입은 염라대왕과 시왕이 등장하였다. 염라대왕은 선과 악을 나누어 이승에서 지은 죄를 판결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도교 염라대왕과 함께 지옥 개념이 생겼고, 더불어 짐승만 아니라 사람도 나쁜 짓을 한다는 생각이 생겼다. 더불어 이승과 저승에 경계가 좀 더 분명해졌다. 선인은 인도하고 악당은 포박할 저승사자가 필요해졌다. 거기에 힌두교식 불교가 들어오면서 지옥은 더욱 구체화 되었다. 불교가 도교와 융합되면서 황천을 넘으면 염라대왕 심판을 받는 49일 개념이 만들어졌다. 그 후 일본 문화가 들어오면서 황천에 삼도천이 생겼다. 삼도천은 과보에 따라 저승 가는 3가지 길이 있다. 업보에 따라 건너기 쉬운 잔잔한 물길, 중간 정도인 빠른 물길, 건너기 어려운 급류인 3가지 길이다. 악당은 급류를 건너지 못해서 저승에 못 간다는 논리다.

 

전통사상에서 이승에 상주하는 신들은 저승에서 이승으로 놀러 온 사람들을 보호해주었다. 산에 사는 산신, 마을 입구 큰 나무에 사는 서낭당, 권선징악의 도깨비와 장승이 있었다. 이런 이승 신들은 악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었고, 이승의 주인이 아닌 사람들은 많은 욕심 없이 자연이 주는 대로 받고 선하게 살다가 돌아가면 되었다.

 

이 땅의 선조는 그렇게 욕심 없이 착하게 살았다. 요즘 이 땅에 살고있는 사람들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우리는 원래 선한 민족이었다. 악이란 존재조차 없었다. 그래서 홍익인간이 근본이었다. 요즘처럼 혼란한 때 민족정기의 근본을 생각해 본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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