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현재, 미국과 이란의 갈등과 정전(停戰) 국면 속에서 국내외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리더십의 위기’를 진단하고 있다. 혼란의 시대일수록 리더의 발자취는 더욱 무거워지는 법이다. 이에 동서양의 명문(名文) 속에 담긴 리더십의 본질을 되짚어보며, 우리 시대 리더들에게 깊은 시사점을 전하고자 한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르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
이 시의 제목은 ‘야설(野雪, 들판에 내린 눈)’이다. 흔히 도산 안창호나 백범 김구 선생의 글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조선 후기 문신 이양연 선생의 작품이다. 백범 선생은 생전에 이 시를 좌우명으로 삼아 1948년 남북협상을 위해 38선을 넘는 순간에도 이를 읊조렸다고 전해진다. 도산 선생 역시 평생을 독립운동 방향을 제시하고 교육에 헌신하며 ‘선구자’의 삶을 살았기에, 대중들은 그분의 삶과 시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해 기억하고 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행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동료와 후배들의 이정표가 된다. 이는 리더란 화려한 수사나 지식보다, 바른 길을 묵묵히 앞서 나가는 ‘실천하는 존재’여야 함을 역설한다. ‘야설’이 겉으로 드러나는 발자취를 다룬다면, 그 걸음을 바로잡는 내면의 힘은 중용(中庸)의 신독(愼獨), 즉 ‘홀로 있을 때에도 스스로를 삼가는 마음’과 맞닿아 있다.
결국, 리더십이란 아무도 보지 않는 눈 덮인 들판을 홀로 걸을 때조차, 내가 역사의 기록자라는 마음으로 흐트러짐 없이 정진하는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자세인 것이다.
서양 리더십의 정수 역시 이와 놀랍도록 궤를 같이한다.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다음과 같은 경구로 개척자 정신을 강조했다.
“Do not go where the path may lead, go instead where there is no path and leave a trail.”
(길이 나 있는 곳으로 가지 마라. 대신 길이 없는 곳으로 가서 발자취를 남겨라.)
당시 유럽의 가치관에 종속되어 있던 미국 지성계에 “미국만의 독자적인 정신을 세우자”고 외친 초월주의(Transcendentalism)의 선구자다운 일갈이다. 이는 그의 핵심 철학인 ‘자기 신뢰(Self-Reliance)’를 단 한 문장으로 응축한 것이기도 하다.
검증된 방식이나 다수가 옳다고 믿는 ‘이미 난 길’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 가리키는 ‘길이 없는 곳’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고, 실패의 위험과 고독이 따르는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는 자만이 추종자(Follower)를 넘어 개척자(Pioneer)가 될 수 있다. 특히 “발자취를 남겨라(Leave a trail)”는 대목은 뒤에 오는 이들에게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라는 의미로, 야설의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야설(野雪)’의 무대가 된 눈 덮인 들판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혼란과 고난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하고, 때로는 길이 없는 곳에서도 홀연히 앞장설 줄 아는 용기 있는 리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