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보험 세미나는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르고 있다. 보험 그 자체로 하나의 영역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갈수록 악화되는 경기침체에 보험청구로 활력을 찾자는 방향으로 개원의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보험은 힘들고 까다로운 영역이 아니라 공부해볼 가치가 있는 분야로 거듭나고 있다. 경영난 극복, 보험에서 해법을 찾아보자.
# 개원 후 1년 간 1억여원의 빚을 쌓아가며 지내던 개원의가 있었다. 인기있다는 경영세미나도 들어보고 온갖 임상강연도 쫓아다녔지만 환자는 좀처럼 늘지 않았고, 시름은 깊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값비싼 임플란트보다 환자 동의율이 높을 것 같은 보험진료를 권하기 시작했고, 치과를 꾸준히 찾는 환자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경기악화로 환자가 급감했다는 주변 치과에 비하면 내원환자 수는 크게 줄지 않는, 나름 탄탄한 치과를 갖게 됐다.
# 공동개원으로 힘을 모아 시작한 개원이었지만, 규모가 큰 치과를 운영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보험. 보험진료는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가져다주진 못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초창기 월 550만원에 불과하던 보험수입은 5년여가 지난 지금 1,80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환자 관리가 녹록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동료들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수입원이 되고 있다. 그리고 기본진료에 충실하면서 환자의 신뢰가 쌓여가는 것은 치과의사로서 느끼는또 하나의 보람이 되고 있다.
지금은 보험 고수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어느 개원의들의 경험담을 시작으로 ‘보험으로 경영해법 찾기’에 나서본다.
돈 안되는 치료? NO~ 단골환자 만들기 최적
임플란트 환자는 임플란트 환자를 데려오고, 보험환자는 보험환자만 소개시켜준다?
개원가가 호황이던 시절, 이런 이야기는 흔히 오가는 농담 중 하나였다. 수가도 낮고 청구방법도 까다로운 보험환자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임플란트나 교정 등 비급여 진료를 하는 편이 수월하다는 이야기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고가의 진료를 꺼려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저수가를 내세운 기업형 사무장병원이 득세하면서 임플란트는 일찌감치 레드오션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경쟁적으로 사후관리 기간을 늘리며 환자의 치료동의율을 끌어올리는 데 애쓰면서 실제 수가는 더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눈에 띄게 줄어든 내원환자 수는 개원의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개원가에도 이러한 불황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 치과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꾸준한 진료예약과 적극적인 환자 상담으로 활력이 넘치는 치과들. 이들 치과의 공통점은 화려한 인테리어도, 마케팅도 아닌 보험진료에 충실하다는 데 있다.
보험연자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진상배 원장(메디덴트치과)은 “비급여에 집중된 진료를 하는 치과의 경우 불황기에 환자 수가 60%까지 줄어든다고 한다면, 보험진료를 충실히 하는 치과는 80%선은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가 악화될수록 지갑을 꽁꽁 닫는 환자들이지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치료에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치료하는 항목을 많이 제안하는 치과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보험연자 최희수 원장(부천 21세기치과)은 “보험진료는 불편하고 힘든 부분이 있지만, 치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환자층을 두텁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진료의 특성 상 정기적인 내원이 필요하고, 치료에 있어 보험에 적용되는 항목과 비보험으로 가능한 항목에 대해 설명하고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복잡한 보험청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그만큼 환자와의 대화가 많아져 환자도 부담없이 치과를 자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때문에 불황기에도 단골환자들의 내원은 크게 줄지 않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그리고 보험진료를 충실히 해본 개원의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것. 그건 바로 보험진료로 시작한 환자의 경우 이후 높은 수가의 비보험 진료에 대한 동의율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장점이다. 환자와 치과의사 간 신뢰가 낳은 결과물인 셈이다.
보험진료, 원가분석 해보면 비급여에 결코 뒤지지 않아
치과에서 보험진료는 원가 이하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원가대비 62% 수준이라는 것도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험진료를 하면 무조건 손해가 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희수 원장은 “고가의 비보험진료는 대부분 일시적인 수입은 높은 반면, 장기간의 사후관리가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보험진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진료와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도 익히 보험진료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재치료를 하고 다시 진료비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 불만 또한 크게 줄어든다.
진상배 원장은 “보험=링크”라고 표현했다. 보험진료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진료항목이 늘어나고 내원일수가 늘어나면서 환자와 친해지고, 그러다 보면 진료에 있어서는 결국 환자가 원하는 것만 남는다는 것이다. 보험과 비보험 항목을 제시했지만 진료를 거듭하다 보면 환자 스스로 비보험을 선택하기도 하고 그 제안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태도를 갖게 돼 치과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진 원장의 설명이다. 더욱이 지난해 스케일링 급여확대가 이뤄진 만큼 이러한 운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진료의 숨겨진 수익은 하나 더 있다. 현재 부분틀니의 경우 지대치 제외 약 121만원 선으로 확정됐다. 물론 지역에 따른 편차는 있겠지만 관행수가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 하지만 “환자 눈치 보느라 보철수가가 5년 넘게 제자리”라고 말하는 개원의들이 많다는 것도 되새겨봄직하다. 비급여의 경우 치과마다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지만, 정부 정책만큼이나 팍팍한 환자들의 ‘비교’잣대 앞에서는 스스로 움츠려들기 마련이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9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적용하고 있는 임플란트 수가를 과거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증가 혹은 감소했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62%가 20~50%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20% 미만 감소(18.7%) △50% 이상 감소(16.7%) 순으로 나타났고, 증가했다는 답은 2.4%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본다면 매년 3% 안팎의 낮은 인상률이지만 해마다 조금씩 올라가는 인상률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완충작용이 될 수도 있다.
“보험은 링크다” 환자 관리-치료에 효율성 더해라
보험진료를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실제로 내원일수에 비해 진료비 수입은 턱없이 낮다 보니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좀 더 장기적으로 환자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매개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희수 원장이 내놓은 첫 번째 제안은 효율적인 진료다. 보험진료는 연계되는 치료가 많다. 하나의 진료를 시작하다 보면 파생되는 치료가 뒤따르기 마련. 이러한 경우 환자가 한번 내원했을 때 가능한 진료를 모아서 함으로써 환자는 불편을 덜고, 치과운영에도 효율을 기할 수 있다.
보험의 시작과 끝은 ‘치주’에 있다고 설명한 진상배 원장은 스케일링을 통해 진단하고, 이를 통해 인접면 우식이나 치경부 마모증 등을 발견, 치료할 수 있고, 자연치아살리기에 충실한 치과라는 이미지는 큰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주낭검사 등을 통해 환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간혹 본 진료에 들어가기 전 2년이 걸린 환자도 있을 정도로 보험진료 영역은 무한하다. 특히 스케일링 급여확대가 이뤄진 지금, 치과는 어찌 보면 환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적기를 맞은 셈이다.
보험진료는 환자의 정기적인 내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데스크의 환자 관리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환자 내원 시 치과의사의 적절한 치료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스탭의 보험청구와 상담. 그리고 원장의 관리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보험진료가 완성된다 할 수 있다.
보험 환자 관리가 주는 장점은 또 있다. 송윤헌 원장(아림치과병원)은 “건강보험과 관련된 제도나 규정에 대비하다보면 치과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부분을 체크하게 된다”면서 “장비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구입, 등록 사용을 하고, 의무기록의 원칙 등에 충실하게 기록하고 등의 원칙에 충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법률과 규정에 충실하게 되면 법률, 세무, 의료분쟁 등에 있어서도 좋은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원장은 “그렇게 체계화하고 습관화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보험의 관리를 하는 것도 하나의 긍정적인 부분이 된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원장-스탭, ‘보험’으로 소통하라…보험청구도 ‘원칙’이 중요
보험청구에 일정 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는 자격증 시험에 많은 스탭들이 응시하고 있고, 이미 1만여명이 자격을 취득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자격증이 생겨나 첫 회 자격시험에만 1,000여명이 몰렸다는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실제 개원가에서는 “보험청구는 스탭의 기본적인 업무”라는 인식이 강하고, “자격이 있다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거부감이 있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다.
서울시치과의사회 함동선 보험이사는 “청구는 스탭이 하더라도 그 책임은 법적으로 오롯이 원장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원장이 직접 청구하지 않더라도 청구의 방향을 잡아주고 잘잘못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차팅을 기본으로, 최적의 청구방향은 가이드해줄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있는 것이 원장이 갖춰야 할 요건인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치과의사 대상, 혹은 원장과 스탭이 함께 들을 수 있는 강연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치과에서 스탭이 청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인기있다는 보험연자들 또한 직접 청구프로그램에서 클릭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보험청구의 흐름을 알고, 스탭에 이끌려가기보다 원장이 방향을 잡아간다는 것이 차이일 뿐이다. 그만큼 중요한 건 보험청구를 사이에 둔 원장과 스탭의 소통인 셈이다.
그렇다면 뒤늦게 시작하는 보험공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심평원에서 발표하는 변경된 급여기준을 분기별로 찾아보는 등 관심을 갖는 것이 첫 번째, 부족하다면 다양한 보험강연을 접하며 큰 틀을 그려나가는 것이 두 번째다. 적어도 세 번 이상 보험강연을 듣고 관심을 쌓아갔다면, 내가 자신있는 영역부터 진료와 청구를 접목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얼마 전 모 보험세미나에서 심평원 관계자는 “최근 보험강연을 듣고 청구가 늘었다는 한 원장의 경우 600만원이던 것이 2,400만원으로 급증해 자료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한번쯤은 거쳐야 하는 부분이 바로 청구액 급증에 따른 심평원의 실사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심평원에서는 “월별 청구액을 비교해보면 어느 지역에서 어떤 보험강연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실사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기도 한다.
이 경우를 대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칙대로 진료하고 청구하는 것이다.
송윤헌 원장은 “최근 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고 많은 연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며, 특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경우 일률적으로 모든 경우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교과서적이고 학술적인 진료를 하고서 의무기록에 맞는 차팅을 하고, 그 의무기록에 근거해 상병명을 결정하고 보험청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팅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김영삼 원장(사람사랑치과)은 “청구뿐 아니라 의료법적으로 제한받는 법적인 강제성이 있는 것이 바로 진료기록부만 충실히 해도 청구는 늘고, 만일의 경우 발생할 삭감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부당한 삭감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이의신청을 하고 재심사청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과정이 보험진료의 완성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급여항목, 제대로 활용해 새로운 활력 찾자
건강보험, 치과에서도 이제는 놓칠 수 없는 한 영역이 되고 있다. 전문과목 구분이 명확한 의과와는 달리 모든 분야에 두루 걸쳐져 있는 치과보험은 처음 다가가기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치과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4~5시간 내외의 이론강연을 듣고 나오는 것이 전부인 치과계 현실에서 개원과 함께 들이닥치는 보험청구는 피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보험항목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재정 여건 상 급여확대와는 거리가 멀 것 같았던 치과건강보험이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완전틀니와 부분틀니에 이어 올 7월에는 어르신 임플란트 급여화를 예고하고 있으니,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국민의 구강건강을 최우선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따른 급여확대를 이뤄가는 것, 그리고 적정 수가 등 합리적인 수가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책적으로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험정책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달라진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해가는 치과계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굵직굵직한 보장성 확대를 이뤄가면서 치과계 내부에서도 인식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스케일링 급여확대의 경우 치과문턱을 낮추고, 스케일링을 통한 제2, 제3의 진료가 이어진다는 데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컸다. 7월 1일 시행 이후 약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스케일링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급여청구액이 10%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에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우리 치과계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과 관련해 우리치과에 대해 전체적으로 리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위기를 기회로, 기본 진료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정책, 국민들의 요구로 건강보험은 점차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 이제는 치과계가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수익구조로 만들어야 할 시기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