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로마의 노블레스 오블레주의 공동체정신을 생각하며

2014.06.16 14:41:26 제594호

박 인 임 논설위원

선거도 마무리되었고 다시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시작되었다. 선거는 한 때이고 삶은 지속적인 과정이다. 어떤 사람을 선택하였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고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현재도 그렇고 과거도 그랬다. 역사 속에서 현명한 지도자를 선택하였을 때엔 찬란한 문명을 남겼고 후세들은 그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풍요롭게 생활하고 그들의 삶 저변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된다.

 

로마문명은 오늘날까지 후세들이 본받고 있고, 그들이 추구하였던 것을 지금도 지향하고 있다. 서양문명의 원천이 되었고, 그들이 설계하였던 도로, 상하수도 시스템, 경기장, 원로원, 공화정 등은 지금도 감탄을 자아낼 정도이다. 언덕까지 공급되었던 상수도 시스템을 위하여 고지대에 댐을 만들고 송수관을 통해 끌어오고, 수압을 이용하여 물이 솟아오르게 한 것을 2,000년전 도시설계에 반영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광장을 만들고 이곳을 중심으로 원로원, 신전, 제분소, 가축시장 등을 배치하였다. 또한 대리석으로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을 이어지게 될 공공건물을 건축하였다.

 

판테온의 설계는 가히 현대 기하학과 과학기술을 뺨 칠 정도의 것이었다. 건물전체가 하나의 원을 그리면서 속구조가 설계되었고, 자연광이 들어와 건물 안을 밝혔다. 또 천정에 9미터의 구멍이 나 있어 빗물이 쏟아 들어오지만, 이것을 바닥에 배수구멍을 만들어서 자연배수가 되도록 하였다. 여기에 포용의 의미를 담아 모든 종교들을 다 수용하는 신전이라고 한다.

 

로마가 대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관용과 포용의 정신이 한 몫 하였다. 로마가 제공하는 안전과 질서를 받아들여서 공적 기반을 수용하면, 속주와 식민지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를 인정해 주었다. 심지어 원로원의 의원자리까지도 속주와 식민지의 사람들을 받아들여서 열린 로마제국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제국으로서의 공동체를 형성하였던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금도 2,000년전의 선조들이 만들어 놓았던 문명과 유적들의 혜택을 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양문명의 뿌리를 살펴보기 위하여 로마를 방문하고 있고, 나폴리, 폼페이, 쏘렌토, 카프리섬을 방문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너무나 가난했던 1950~60년대를 거쳐 오며 경제적인 것만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건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문제를 온 국민이 인식하게 되었다. 마음 아프지만, 우리 각자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이제 우리도 안전을 생각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후손에게 물려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위해 ‘나’만이 아닌 ‘우리’에 대한 공동체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치협도 공동체이다. 치협이 어떤 결정을 하는가에 따라서 소속한 회원들의 직업적 삶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의 결정이 미래의 후배들의 직업적 삶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임플란트가 보험으로 도입된, 대단한 의료체계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가히 획기적인 일이다. 하지만 마냥 정책이 주어지는 대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전문가인 치과의사들이 국민들을 생각하며 올바른 정책이 수립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로 치과의사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우리 안에 생명을 책임지는 치과의사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되는 계기로 삼자. 인체를 치료하는 의사가 사용하기에 부적절한 ‘덤핑’이나 ‘과잉’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게 치료하면 좋겠다. 지나치게 기업적 탐욕에 빠져드는 경제논리가 아니라, 행복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생각하는 생명논리를 가지는 의사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치과계의 역사를 쓰는 심정으로,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줄 멋진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생명논리를 가지고 현장에서 자긍심을 가지며 치료하는 ‘멋진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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