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신랑감 국민 할아버지 송해

2016.03.02 10:04:28 제672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71)

오늘 아침 뉴스 기사는 국회 필리버스터로 시작한다. 아침드라마는 이복 자매간의 반목으로 같이 죽자며 휘발유에 불을 붙이려는 장면이다. 아침부터 정신 사나운 내용의 정보들이 넘친다. 필리버스터는 얼마 전에 방영한 ‘어셈블리’라는 국회드라마를 통해 보았던 내용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보게 되니 드라마나 현실이나 별반 차이 없는가 싶다. 드라마 같은 현실과 막장드라마를 보다보면 현실이 막장으로 흐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SNS에 떠도는 글 하나가 생각이 난다. 교회 앞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불법주차로 길이 막혀서 차를 빼 달라고 전화를 하니 “기도중이라서 못나가니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화가 난 운전자가 교회 문을 열고 큰 소리로 차 주인을 찾으니 누군가 다가와서 “당신 이러시면 지옥에 갑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운전자가 “내가 그 지옥에서 온 사람이다”라고 더 화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인지 콩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요즘 같으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다. 남에 대한 배려 없이 주차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자신의 기도를 위하여 차를 빼주지 않는 이기심은 얼마 전 종교 시설에 다녀오느라 출산을 지연시킨 어떤 산부인과 여의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신 지옥 가’라는 겁박은 무구한 역사를 통하여 종교가 사용해온 방법이고 최근엔 무속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내용의 백미는 ‘내가 지옥에서 왔다’이다. 일체의 말, 내용, 행동을 일축한다. 요즘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한 번에 이해시킨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고, 연인끼리 시해하고, 층간 소음으로 살인하고, 보복운전, 막장드라마 등등 이해 못할 것이 없다. 모두 지옥에서 온 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주해 온 자들이 많아졌으니 세상 뉴스가 온통 퍼렇게 멍이 드는 것 또한 당연하다.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부 100명을 상대로 최고의 신랑감을 조사하였다. 거기서 송해가 3등을 하였다. 송해의 고향은 이북 황해도 재령이고 한국전쟁 때 월남하여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한다는 기사가 자주 보인다. 이제 90세이신 송해가 최고의 신랑감이 된 이유가 재미있다. 첫 번째는 90세 나이까지 현역 활동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방 출장이 많아서 집을 자주 비운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방에서 방송하고 선물로 특산물을 받아와서 먹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넷째는 차 없이 걸어 다니며 건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젊은 김수현을 제치고 3위에 등극하였다. 필자 생각에는 방송되지 못한 이유가 더 있을 법하다. 시부모가 없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결코 웃어넘기기 어려운 현실이다. 시집의 ‘시’자도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또 하나는 전혀 지옥에서 온 자로 보이지 않는다. 평생을 코미디언로 살아온 내력이 있어서인지 늘 편안해 보인다. 생활도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등 연예인 특유의 비밀주의를 버리고 평범한 일반인 속으로 들어왔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그냥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할 수 있게 행동하였다.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인자하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있으니 국민할아버지라고 불리는 데 전혀 손색이 없다. 확실하게 지옥에서 이주해온 사람이 아니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일등 신랑감으로 충분하다. 요즘 결혼을 생각하는 젊은이들 사이에는 맞벌이가 기본이다. 혼자 벌어서는 생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녀 서로가 직장을 가질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90년대 일본의 젊은이들이 결혼식비용과 생활비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독신으로 살던 것과 유사하다.


혼란스럽고 어수선하고 불안정한 현실에서 국민할아버지인 송해의 이미지는 안정감이다. 그의 얼굴은 세월의 깊이와 안정을 주며 더구나 큰 바위 얼굴처럼 위압과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그의 작은 키는 상대적인 열등감을 없애준다. 송해는 이 시대에 충분한 일등 신랑감이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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