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행복이란 무엇일까?

2013.06.04 10:31:41 제545호

박창진 논설위원

최근 후배와의 대화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교육문제로 아내와 다툼이 있었다는 고민을 듣게 되었다. 학원 숙제에 짓눌려버린 아이는 어떻게든 그 순간만 모면하려는 표정이 역력하였고 그 얼굴을 보는 후배는 순간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짐작하건대 아이는 그 문제로 엄마와의 관계도 원만하지만은 않은 듯 보였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빠의 무관심이 아이 교육에 중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정말 그런 것이냐며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후배. 사실 이러한 상황은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라면 흔하게 벌어지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주 만나 또 다른 후배의 이야기가 떠올라 마음이 복잡해지고 말았다. 올해로 개원 4년차인 그 친구는 벌써 치과가 지겹다고 토로하였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되묻던 그 후배는, 출근하고 진료하고 또 퇴근하는 그런 일상이 지겹다고 또, 진료하며 느끼는 재미도 보람도 크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모든 치과의사들의 입버릇처럼 55세에 은퇴를 하고 싶다는 말로 이 쓸쓸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아이는 지금 학교생활이 즐겁지가 않다. 또 엄마가 정해준 학원을 마지못해 이끌려 다니는 중일 테니 학원에서 내준 숙제도 재미있을 수가 없다. 엄마에게 혼나기는 싫고 친구들도 학원에나 가야 볼 수 있으니 정작 자신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는 잔소리처럼 흘려들으며 학원과 숙제에 치여 허덕이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빠는 치과의사다. 주변 치과의 덤핑수가와 대형화 등을 지켜보며 위기감과 박탈감을 차례차례 겪는 중이다. 그들과 비슷하게나마 따라가려 하나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월말 결제는 아이의 숙제와 같으며 미래에 대한 생각까지 미칠 여유조차 없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그저 주어진 환자를 보고 있을 뿐이다. 치과에서의 생활은 즐겁지 않다. 학교와 학원에서 벗어나 친구와 놀러 가고 게임을 하며 잠시 행복하지 못한 일상에서 탈출해보지만 돌아와 기다리는 건 엄마의 야단뿐이다. 아빠는 퇴근 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거나 골프를 치러나가며 행복하지 못한 진료실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역시 기다리는 건 아내의 잔소리뿐이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우리 아이의 행복한 삶은 지금 어디에서 표류하고 있을까? 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10대와 20대를 달려온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이란 실체 없는 금송아지처럼 보인다. 그렇게 치과의사가 되고 개원을 해 빚을 갚으며 달려온 치과의사들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갈 방법에서 앞에서 미아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어린 나이부터 학원을 전전하는 우리 아이들의 불안한 미래를 담보 삼아 교육자로서 함량미달인 사람들이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불경기와 중대형 치과들 틈 사이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치과의사들의 불안을 선동하여 경영세미나들이 활황을 이루고 있다. 살아남으려면 눈 앞의 이익을 좇아 소탐(小貪)하며 의료인이 지녀야 할 품위와 윤리를 대실(大失)하라고 부추기는 세태 속에서 천직에 대한 자긍심을 지키려는 마음은 동료에 대한 실망감과 직업적인 열패감으로 변질되어 간다. 의료경영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윤리이다. 윤리를 바탕으로 신뢰를 만들며 궁극적으로 좋은 평판을 이루는 것이 윤리경영의 표본일 것이다.

 

평판(Reputation)은 그 사업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한다. 지금 치과계에서 비윤리적인 행태들을 밀어내는 일은 동료간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환자들의 존경을 되찾는 첫 걸음일 것이다. 그 시작은 상업적인 목적이 분명한 비의료인들에 대한 자정능력을 키우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직원 그리고 환자들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 치과의사들의 행복한 삶이 사회 속에서 굳건하게 실현되길 기대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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