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가 주목한 한국

2014.04.07 14:26:57 제585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84)

알자지라는 카타르의 수도이자 도하에 생긴 방송국이다. 1996년에 생긴이름도 없는 아주 작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한 지역 케이블 방송국 정도였다. 그랬던 방송국이 지금은 중동의 CNN이라고 불린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주며 비행기의 테러로 무너졌다. 그리고 미국은 배후로 알카에다를 주목하고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라크전쟁을 시작하였으나 중동에서의 취재가 쉽지 않았다. 그런 시점에서 오사마빈 라덴이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는 인터뷰를 알자지라 방송에서 하면서 세계적인 방송으로 떠올랐다. 이라크전쟁 당시 미국방송을 포함한 전세계의 모든 방송들은 알자지라 방송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발표할 뿐이었다. 중동 뉴스의 모든 통로로 자리를 잡았고 특히 반미적 특성으로 대다수 중동 국가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런 알자지라 방송에서 한국의 자살을 다루었다. 알자지라 더 스트림은 한국과 미국 등의 전문가를 연결하여 40여분 정도 집중적인 기획보도를 진행,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높은 자살률에 대한 원인과 대안 등을 모색하였다. 알자지라는 3가지 정도를 핵심 사항으로 분석하였다. 첫째는 한국의 젊은이들 중 절반이 자살을 생각해 볼 만큼 젊은 층의 가장 높은 사망원인이 되었는데 자살률이 교통사고 사망보다 많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으로는 젊은 층의 과도한 학업, 성공에 대한 중압감, 외모 지상주의 등을 꼽았다. 두 번째는 가장 큰 문제로 젊은이들보다 더 높은 노년층의 자살률을 꼽았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의 문화적 가치의 변화와 더불어 노년층의 경제적 상황에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셋째는 과거에 터부시 하던 자살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고귀하거나 명예롭다고 여겨진다는 풍토가 만연해졌다고 지적하였다.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을 접하며 대중들은 무감각해졌고 삶이 약간 힘들어졌을 때 실현 가능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한 네티즌의 이야기도 다루었다.


이에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 네트워크’의 외신 전문사이트 뉴스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심각한 자살 문제는 이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도 설명하였다. 알자지라가 한국의 자살을 주목한 것은 한국의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파악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좋든 싫든 미래 예측의 인디케이터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네덜란드의 교과서에는 선진국으로 실리고, 반면에 알자지라는 미래 세계의 문제점을 한국의 자살률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또 OECD 국가 중 청소년의 문제해결능력에서 한국이 1위를 하였다. 얼핏 들으면 기쁜 소식인 듯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 청소년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다. 그렇듯이 정작 한국 안에 살고 있는 서민들은 생활은 팍팍하다. 물론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가치관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괴리감이 사회와의 단절과 고독으로 현대인을 내모는 경우가 많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좋았는데 우물이 없어지거나 변해버린 것이다. 현대 철학에서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스스로 우물 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결코 우물 밖에 나오는 것까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우물 밖의 세상에서는 개구리가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는 개구리가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우물이 메워지거나 없어지고 혹은 커지고 작아지고 한다.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우물 밖으로 튕겨 나간 개구리는 생존하지 못하게 된다. 사회에서 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 이는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다. 그래서 잠실 세 모녀 자살 사건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한국의 자살은 이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인류 생존의 위기적 문제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그리운 이유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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