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2014.04.07 14:15:30 제585호

백수도로 가는 길

3년 전 TV에서 우연히 알게 된 백수도로! 주로 동해 삼척 울진 등 동해안 인근 도로 몇 곳만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줄 알고 있었다. 서해안은 동해처럼 푸른 바다가 아니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TV에 나온 백수도로를 보는 순간 서해안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천혜의 해안 절벽도로가 있는가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남 영광에 위치한 백수도로는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10선 중 하나다. 특히 부근에 불교의 최초 도래지인 마라난타사와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가 있다는 것도 자전거 투어를 하는 필자의 마음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2011년 5월 9일 새벽 5시! 자전거팀 소속 7명은 밴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전남 영광으로 향했다. TV에서 본 백수도로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선한데, 고속도로에는 가랑비가 내렸다. 라이딩할 때 비가 올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영광원자력발전소 근처 가마미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하늘의 은혜인지, 푸른 하늘에 햇볕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마미 해수욕장 언덕에서부터 신나는 다운힐이 시작됐다. 칠곡리로 들어가는 길은 업다운의 연속. 길가의 꽃들은 우리를 반기고 계마항의 고즈넉한 어촌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상큼한 바다 내음은 피로감을 날려 보낸다. 향월 오르막을 오르자 멀리 백제의 불교 도래지 마라난타사가 가물거린다. 칠곡 방조제를 지나자 산자락 끝에 마라난타사가 빠끔히 얼굴을 내민다. 산자락을 돌아 마주친 불교도래지! 와탄천 하구와 서해가 만나는 법성포 초입에 자리 잡은 불교 도래지는 산꼭대기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법성포는 인도 간다라 출신의 고승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고자 침류왕 때(서기384년) 바다를 통해 입성한 최초의 불교 도래지다. 아미타불을 상징하는 아무포로도 불렸으나 고려 말부터 법성포로 불렸다. 법성포(法聖浦)란, 성인이 불법을 전래한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마라난타 존자는 법성포에 도착한 후 인근 모악산(불갑산:516m)에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사원을 창건하고, 으뜸 불법사원이란 뜻으로 불갑사(佛甲寺)라고 명명했다. 법성포는 한국불교문화사에 매우 뜻 깊은 곳이다.

넓은 만다라 광장에 들어서니 산꼭대기에 사면대불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그 밑에 부용루가 사면대불을 받치고 있다. 사면대불은 정면에 아미타불, 좌에 관음보살, 우에 대세지보살, 후면에 마라난타 존자가 부처를 받들고 있는 모습이다. 법성만 입구에 자리 잡은 마라난타사에는 발에 닿을 듯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는데, 그 옛날 마라난타 존자가 상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다라 광장을 둘러본 우리는 굴비가 즐비해 있는 수협 위판장으로 향했다. 위판장에는 조기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고, 굴비상점도 길가를 따라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굴비의 유혹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

 

인근의 ‘풍성한 집’이라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풍성할까! 호기심이 식욕을 자극한다. 이내 들어오는 점심상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상다리가 휠 정도로 푸짐하다는 전라도의 식문화는 거짓이 아니었다. 꽃게장, 생선회, 굴비구이, 조개포 조림, 조기 매운탕 등 15가지 이상의 반찬이 상에 가득했다. 우리는 유명한 법성포 굴비구이와 함께 정신없이 밥 두 그릇을 뚝딱 비웠다. 살아오면서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은 것 같았다. 법성포 굴비 맛은 영원히 뇌리에 각인됐다. 그 맛에 반해 가까운 상점에서 굴비 두릅을 사가기로 했다.

 

굴비 맛의 기쁨을 안고 우리는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백수도로로 향했다. 배를 채우면 즐겁다했던가, 영광골프장 언덕을 오르는 고통의 업힐라이딩에도 모두들 즐겁기만 했다. 대덕산과 와탄천을 끼고 수차례의 업다운 힐을 지나온 일행은 마라난타사의 하얀 사면석불이 보이는 언덕에서 소낙비를 맞았다. 피할 곳을 찾던 우리는 시골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들었다. 마치 소년이 된 듯 빗속에서 한참을 웃었다.

 

백수도로는 원불교 성지가 있는 영광 길용리에서 대신리를 거처 백수읍 백암리까지 이어지는 약 17km의 해안 절벽도로를 말한다. 바다와 절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길에는 해당화가 피어 시심을 자극하고, 365계단의 목책산책로(3km)와 황혼의 노을을 볼 수 있는 노을전망대가 있어 아름답기가 그만이다. 그 길을 핑크색의 자전거 대열이 달리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그림 같다. 절벽을 따라 나있는 해안도로는 안개가 자욱해 신비함을 더하는데, 파도치는 해안과 구불거리는 해안도로의 조화는 선계(仙界)의 몽환적 환상마저 느끼게 한다.

 

해안도로의 진수는 10%이상의 업힐과 다운힐이다. 체력소모가 상당하지만, 경치가 좋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마미 해수욕장이 멀리 보이는 언덕에서 부는 살바람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주고 노을전망대로 내려가는 365계단의 목책로가 해안까지 뻗어있다. 해안에 조성된 청보리밭의 푸른색과 유채의 노란색, 그리고 파도치는 바다의 조화가 황홀하다.

 

노을전시관 근처 온천랜드에서 한숨을 돌린다. 백암전망대에 오르자 영화 마파도 촬영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고개인 허우재를 넘으니 물안개가 가득한 흥곡 저수지가 나타났다. 저수지에는 물안개가 피어, 달리는 우리를 신비의 세계로 몰아가는 듯 했다. 이후 당도한 반암해변에서 우리는 바다와 이별하고, 다시 내륙으로 페달을 밟았다. 한참을 달려 도달한 지망리. 우리는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내뿜고 있는 작은 송편집에서 페달을 멈췄다.

 

평상에 모시송편, 쑥인절미, 족발로 때 이른 저녁식사를 먹었다. 곁들인 막걸리 한잔은 환상의 백수도로를 달려온 우리에게 추억의 기억을 각인시키고 있었다. 올 때 보지 못한, 백수도로의 저녁노을을 보기위해 밴에 자전거를 싣고, 온 길을 다시 돌아, 노을전망대에 올랐다.

 

붉은 바다로 살며시 내려앉은 태양은 우리의 마음까지도 물들게 만들었다. 백수도로에서 우리는 꿈같은 자연의 연출에 혼이 나가고 있었다.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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