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인 원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2015.08.24 14:56:53 제648호

구름 위의 땅(안반데기)

올해의 더위는 유난히도 혹독하다. 체온에 가까운 열기가 도시를 달군다. 연일 불폭탄이 우리의 삶을 찜통 속에 찌고 있다. 사람들은 에어컨이란 인공의 냉방기로 연일 불타는 더위를 식히고 있다. 필자는 이 찜통의 고문 속에서 벗어나야 했다.


2015 광복절, 자연이 주는 무공해 에어컨을 찾으려 강원도로 떠나기로 계획했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고랭지 채소밭이다. 이곳은 안반덕이라하고 강원도 사투리로 안반데기라고 한다. 해발 1,100m의 고산지대, 떡메로 떡살을 치는 안반처럼 우묵하면서도 널찍한 지형이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안반데기로 알려져 있다. 삽과 괭이로 나무며 돌멩이를 캐내고 추스려, 배추 한포기, 감자 한 톨을 자연 그대로 정성스레 가꾸며 살아가는 마을, 고난의 세월 끝에 이제는 전국최고의 고랭지 채소 단지로 변모를 거듭한 안반데기! 해발 1,100m 이상의 천상 초록 대지가 구름위에 떠있는 마을, 구름이 노나는 마을이라 해서 운유촌이라 부르기로 하는 환상의 안반데기!


바이콜릭스 대원 3명은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새벽4시, 밴을 이용해 안반데기로 향한다. 전날은 임시공휴일이라 차들이 모두 시외로 빠져 나가, 당일 고속도로의 자동차 체증은 없었다. 횡성휴게소에서 소고기국밥으로 배를 채우고 강원도 횡계로 향한다. 횡계에서 우리는 자전거를 내리고 태극기를 자전거에 단다. 구름 속에 가려진 대관령(832m). 우리는 구름 속을 뚫고 7km의 대관령을 올랐다.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대관령 정상비 앞에 선다. 오늘 안반데기 대장정의 꿈을 꾸며 무사 라이딩을 빌어본다. 이제부터 4개의 백두대간 능선을 넘을 것이다. 코스를 입속으로 되뇌인다.


오전 9시. 구름위의 세계를 향해 우리 자전거의 두 바퀴는 쉴 새 없이 굴러갔다. 피덕령(1,100m), 닭목령(700m) ,비오치재(850m), 삽당령(680m)등 백두대간을 넘는다는 자부심과 그 험한 고개를 아무탈없이 넘을까 하는 우려심이 교차 하였다. 송천을 따라 마치 원시림과 같은 청신한 숲속으로 들어간다. 도암호의 아랫동네인 수하리를 지나는데 길의 경사는 점점 각을 높여 해발고도 800m를 넘긴다. 송천과 헤어져 수하로를 따라 피골에 접어드니 피덕령이 처음부터 우리의 힘을 빼놓을 작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서있었다. 피덕령은 안반데기의 입구이자 또한 서쪽 평창에서 안반데기로 진입하는 관문이다.


필자는 지구의 중력과 피눈물나는 사투를 하고 있었다. 앞서가는 대원을 사진 찍어주랴  또 뒤따라가랴, 바쁘고, 힘들다. 그러나 정상 안반데기에서의 보람은 이것보다 수 십 배 더 큰 기쁨을 줄 것이다. 한구비 돌아 각이 낮아지는가 하더니 다시 헤어핀에서 각을 높인다.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비 오듯이 쏟아지는 땀을 닦기 위해 잠시 페달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두발을 땅에 내려놓는다. 예리한 각도의 헤어핀 업힐이 나타났다. 미루어 짐작건데 마지막 업힐인 것 같다. 17%이상은 돼 보인다. 지그재그로 각을 줄이며 사력을 다해 올라간다. 마치 피니시 테잎을 끊는 선수의 기분으로 안반데기 입구를 통과했다. 평창에서 강릉으로 넘어왔다. 여기가 군계였다. 사람들이 박수로 맞이한다. 꼭 무슨 우승자 같았다. 안반데기 구름 위의 땅이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실 같은 길을 따라 멀리 서있는 풍차! 그곳이 옥녀봉이다. 가까이 있는 것 같으나 무려 1,146m! 그러나 내가 서있는 지점이 1,100m이니 그럴 수밖에. 46m 높이의 동산에 불과했다. 주민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갑자기 구름이 나타나서 이곳을 감싸고 노는 것 같다고 해서 운유마을이라 부른다고 한다고. 구름자락이 스멀스멀 이곳을 덮으면 한치 앞도 안보이고 또 구름사이로 햇살이 비치면 산위 풍차는 붉게 물드는데 삽시간에 걷히면, 이곳은 산자락과 더불어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


파란하늘, 흰구름, 초록의 배추밭이 펼치는 색의 향연은 환상의 선경이라고 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고산 꼭대기 배추밭을 일구기까지 이곳 마을사람의 피눈물 나는 애환이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은 국내 최고의 감자와 배추를 생산하는 곳이 되었다. 차 한 잔을 마시고, 멍에 전망대로 향했다. 경사가 만만치 않았지만 심기일전의 각오로 올랐다.


정자각이 있는 멍에 전망대는 돌로 쌓아놓아 성루 같았다. 남쪽으로 옥녀봉, 북쪽으로 철탑이 두개 보이는 고루포기산(1,238m)이 이곳을 감싸 안고 있었다. 오메기떡으로 점심을 때우고 다운힐! 신나게 내려오는 길은 숲속길이다. 숲을 벗어나자 또 다시 채소밭이 양쪽이 펼쳐져 있었다.


안반데기길을 벗어나 왕산로로 좌회전, 북쪽으로 조금 오르니 닭목령이다. 해발 700m의 닭목령은 북쪽의 대관령(832m)과 남쪽의 삽당령(680m)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이곳의 산세는 천상의 금계가 알을 품고 있는 현상이고, 이령은 그목에 해당한다고 닭목령이라 불렸다 한다. 이곳에는 음식점이 없어, 삶은 계란으로 요기하고 다시 남으로, 대기 보건진료소에서 좌회전 410번 도로로 나선다. 이제는 대기천을 따라 간다.


갑자기 미끄럼 방지 표시가 길에 나타났다. 급경사란 의미이다. 10%의 업힐, 비오치재(850m)이다. 뜻밖의 거대한 고개에 당황하였다. 4km의 오르는 고개는 우리의 남아있는 체력까지 고갈시켰다. 우리는 정상에서 널브러져 버렸다.


초콜렛 카보로딩으로 정신을 차린 우리는 다시 다운힐 라이딩! 고단 보건진료소를 지나 고단삼거리에서 좌회전 36번 도로를 탄다. 서서히 오름이 시작된다. 2~5%의 업힐, 송현천을 따라 오른다. 7km의 업힐 라이딩 끝에 에코브리지가 보인다. 5%의 오르막, 브리지를 통과하니 삽당령 이정표가 보인다. 해발 680m의 삽당령, 석병산과 대화실산 사이에 위치하고 그곳에 당집이 있다고 해서 삽당령이라 부른다고 한다. 삽당령 도착으로 오늘의 5개령을 모두 오르게 되었다. 삽당령 정상의 허름한 카페에서 자연산 고산 고사리를 샀다. 향기가 대단하다. 차 한 잔으로 피로를 날리고 오늘의 70km. 6시간의 장정을 마감한다. 오후 4시가 가까워온다. 묵묵히 필자를 태우고 오늘의 라이딩을 완수한 나의 애마(자전거) 라이트 스피드를 안아 밴에 싣는다.


풀숲에서 다람쥐 한마리가 우리 쪽을 빤히 보고 있었다.
우리를 축하하듯···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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