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가 주최한 ‘치과의사전문의제도 및 법령 개정을 위한 공청회(제2차)’가 지난달 28일 치과의사회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지난 7월 개최된 1차 공청회가 다수개방안을 주제로 한 일방적인 공청회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추가로 마련된 자리로, 소수전문의를 주장하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김용진 회장의 기조발표로 시작됐다. 그러나 소수전문의 주장을 부각시키고자 했던 공청회는 소수전문의의 실현가능성을 제대로 따져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소수전문의 유지하려면? 단서조항 너무 많다
소수전문의를 지켜가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의료법 77조3항이 위헌판결을 받았지만, 치과계에서는 여전히 소수정예 전문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김용진 회장은 △치과전문의 문제는 (치과)의료전달체계의 문제다 △눈앞의 이익보다 치과계의 미래를 생각하자 △지역치과의사 사회의 협력과 협동을 복원하자 △일반의와 전문의 간의 윈윈하는 전문의제도 등을 기본방향으로 설명했다.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관련해서는 “헌재가 판결한 것은 치과전문의제도를 다수 개방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전문의 수를 소수로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치과는 의과와 달리 일반치과의사가 대다수이므로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의가 자신의 전문영역에 대한 진료를 할 때 최소한 일반의 수가의 50% 이상의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가산하고, 전문영역이 아닌 진료를 할 때는 일반의 수가보다도 50% 낮은 수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전문과목 진료에 전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 및 관련 법률과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달렸다.
전공의 수를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30명씩 8년간 전문과목 전공의 수를 축소해 현행 약 360명에서 120명 수준으로 낮추고, 수련병원 기준에서 ‘필수지정 과 수’ 또는 ‘전속지도 전문의 수’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전문의 자격시험은 전문의가 되기 위한 최소 자격시험으로 성격을 수정해 자격시험 통과 후 일정기간의 진료 경험을 쌓은 뒤 사례발표와 구두면접 등을 통해 전문의 자격을 부여하고, 자격갱신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 범위 내에서 의과·한의과와 별도로 치과전문의에만 국한되는 의료전달체계, 자격갱신제 등의 제도가 마련돼야 하며, 무엇보다 관련 법 개정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 필요한 건? 실현가능한 타협안 vs 중장기적 원칙론
본격적인 제도검증에 들어간 패널토의에서는 뜨거운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대한치의학회 추천 패널인 나선 윤현중 교수(가톨릭대 치과학교실)는 “전문의 수가를 개선해 50%를 인정해준다는 안이 실제로 가능하냐”고 반문하면서 “지금까지도 의지가 없는 복지부의 뜻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의 수를 줄여가면서 불거질 학생들의 저항, 의과에는 없는 자격갱신제 도입 등에 대해 실현가능성을 따져 물었다. 윤 교수는 “지금도 겨우 수익을 창출하는 상황에서 의과처럼 90% 이상 수련시킬 수 없는 것이 치과계 상황이다. 과감하게 전문의를 뽑을 수 있는 병원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치과교정학회 전문의대책위원회 이재용 부위원장은 “건강보험이 최대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치과에 돌아온 건 1.9% 수가 인상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가개선이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이미 98년도 헌소를 통해 기수련자에 대한 경과조치는 인정된 바 있다”면서 “2014년 대의원총회 때 77조3항을 사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치협 김철환 학술이사는 “N-1 또는 N-2로 수련기관을 줄이면 수련기관은 11개 치과대학밖에 안 남는다. 치과계 내에서는 의과대학 치과는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이에 김용진 회장은 “의과대학의 치과가 수련기관으로 남는게 맞는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의과의 경우도 수련의가 아닌 내과전임의 등으로 병원 운용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혀 일부 패널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플로어에서 질의한 허성주 교수(서울치대)는 “기조발표 내용 중 미국의 경우 29.9%가 전문의 수련을 받지만 전체 졸업생의 6.5%만이 ADA 인정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의 경우 수련받은 29%는 전문의 자격을 표방할 수도 있고 광고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에 비춰볼 때 미국의 전문의는 29.9%냐 6.9%냐”고 꼬집었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에서 중요한 것은 리퍼인데, 리퍼를 하지 않았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소수전문의를 찬성하는 측 입장으로 패널에 나선 경기지부 전성원 정책연구이사는 “11번째 전문과목을 신설하는 것은 기존 치의들이 전문의 자격을 나눠 갖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현재 수준으로 매년 신규 치과의사가 740명 증가하고 전문의가 280명씩 배출된다고 가정해보면 10년 후에는 전문의가 전체 치과의사의 13.5%, 15년 후에는 15.7%, 30년 후엔 20.5%를 차지하게 된다. 소수 전문의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포기하고 급박한 결정을 할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한치과의원협회 현종오 공보이사는 “8%는 이미 깨졌다고 하지만, 소수는 적은 수를 말하는 것이다. 현행대로 가도 소수정예는 결코 깨지지 않는다”면서 “소수정예는 지금도 의지만 있다면 서로 양보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법리해석-소수기준, 객관적 사실부터 재정리 필요
이날 공청회에서 치협 전문의제도운영위원회 장영준 위원장은 “공청회는 외부의 힘에 끌려가기보다 우리가 준비해 끌고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마련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요청이 있다면 지방에서도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거듭된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일부 헌소 결정내용이나 한의사전문의제도 등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부분이 있고, ‘소수’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논의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발견됐다. “8%만 소수냐, 50% 미만이면 소수인 것 아니냐”는 의견부터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놓고 5년 뒤, 10년 뒤가 된다면 기수련자 경과규정 가능할 것”이라는 내용도 나온 만큼 어느 정도의 수준을 놓고 논의할 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