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음주문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부어라 마셔라 하던 집단적 음주행태는 사라지고 대신 자기만의 시공간을 누리며 분위기와 인간미를 음미할 수 있는 음주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술하기 좋은 조용한 시크릿 바(bar) 또는 여럿이 분위기 있게 즐길 수 있는 오픈 바 등이 인기다.
이런 문화를 즐겁고 자신 있게 이용할 수 있는 팁을 소개하기 위해 특별한 사람을 초청했다. 최근 여러 국제 바텐더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을 빛내고 있는 차세대 루키 바텐더 Demie(본명 김도형)다. Demie는 2016 디아지오 월드클래스(디아지오 월드클래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텐더 대회다. 국가별 예선전에는 60여개국, 1만여 명이 넘는 바텐더들이 참가한다) 최연소 1위, 2018년 라메종 코인트로(세계적 칵테일 브랜드 레미 코인트로(Rémy Cointreau)가 개최하는 세계적 바텐더 대회 라메종 코인트) 글로벌 1위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고 있으며, 현재는 청담동 Alice bar에서 근무 중이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Demie의 BAR GUIDE & HOME BAR를 위한 제안
홀로 바에 앉아 위스키나 칵테일을 마시는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은 참 근사해 보인다. 그런데 막상 혼자서 술을 마시려면 멋쩍기 그지없어 머뭇머뭇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요즘 한국의 트렌드가 바로 접두어 ‘혼’ 아닌가? 혼밥, 혼영, 혼행 등 밥, 영화, 여행도 혼자 하는 게 멋져 보이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음주문화도 이제는 혼술이다. 때론 혼자서 바를 찾아 분위기를 즐겨 보고, 때론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어 혼술을 해보자. 소주에 순대를 안주로 하는 단촐함 대신,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듯 멋짐이란 게 폭발할 테니.
Bar guide
혼자 바(bar)를 찾는 게 처음인 손님들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저처럼 혼자 오는 사람이 있나요? 좀 이상해 보이지 않나요?” 아니다. 이상하지 않다. 혼자 바에 들려 간단하게 한두 잔 마시며, 바텐더와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우를 꽤 본다. 단지 첫 단추를 채우는 게 어색할 뿐이다. 생각해보면 사실 그 어떤 장소보다 혼술하기 좋은 곳이 바로 바 아닌가! 왁자지껄한 호프집에서 혼자 테이블 잡고 마시는 건 이상해 보이지만, 바에서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드는 걸 보며 혼자 술을 홀짝이는 건 정말 분위기 있어 보인다. 일반인이라도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우리나라 소주는 너무 싸다. 그래서 다른 술들이 활성화될 기회를 뺏겼다고 생각한다. 각자 계산하기보다는 누군가 한 명이 몰아내는 게 술값이다보니 지갑 열기 만만한 소주만 삼겹살을 안주로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게 한국의 대표적인 술 문화가 됐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 바라는 곳은 비대중적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간접경험만 했거나, 또는 소개팅을 하고 분위기 좋은 곳을 찾는다며 간신히 한두 번 찾아가 본 게 경험의 전부인 사람들이 아직은 많다.
그렇기에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바에 대해 잘 모르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걸 부끄러워하지 말자. 바텐더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본인의 평소 술 취향과 언젠가 여행지에서 마셔봤던 좋았던 칵테일 경험이라도 떠올려 자세히 설명한다면 성공 확률이 높다. 이 세상에는 수 천 가지의 칵테일이 존재하며, 같은 이름의 칵테일이라도 바마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고로 바를 찾을 때마다 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늘 상 마시는, 또는 흔해빠진 이름의 칵테일만 마시지 말고, 늘 새로운 칵테일에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질문 1. 칵테일 주문 시, 바텐더를 난감하게 하는 손님의 요청은? (*실제로 현직 바텐더들에게 요청, 재미난 답변을 추렸다.)
질문 2. 그렇다면 어떻게 요청이 와야 좀 더 손님 취향에 맞는 칵테일을 만들 수 있을까요? |
Home Bar
애주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나래바처럼 멋진 홈바를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집에서 혼술을 하더라도 무드 있게, 또는 연인이나 배우자와 단둘이 로맨틱하게, 아니면 친구들을 초대해 왁자지껄 흥겨운 홈파티를 할 수 있는 홈바가 있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엔돌핀을 돌게 한다. 요즘 TV에 나오는 나래바가 워낙 근사하게 만들어져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는 없지만, 욕심을 좀 내려놓는다면 홈바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홈바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 칵테일을 만들 수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위스키를 제대로 된 도구와 함께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첫째다. 바텐더가 되기 위해서는 조주기능사 자격증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근래 들어 취미로 배워서, 자격증과 상관없이 동료들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만일 당신이 홈바를 근사하게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면 자기만족을 위해 그런 전문 과정을 거치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하지만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는 수준으로 충분하다면, 요리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찾기 쉬운 것처럼 이제 칵테일 레시피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니 인터넷을 활용하자. 뚝딱뚝딱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초보자지만 어설프지 않고 근사하게 보이려면 특히 비주얼이 예쁜 칵테일 레시피를 찾아 따라 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홈바의 두 번째 필수요소는 인테리어다. 방바닥에 앉아 상을 펴놓고 술을 마신다면 아무리 맛있고 멋진 술이라도 기분이 날 리 만무하다. 그래서 거실이나 주방 한 켠에 간접조명이 있는 술장을 만든다던가 천장에 와인렉을 설치해놓는다던가 또는 창문이나 벽에 네온사인을 설치하는 것 같은 인테리어 포인트가 필요하다.
만약 뷰가 좋은 곳에 살고 있다면, 거실 유리창에 카페처럼 좁고 긴 테이블을 붙여 창밖을 보며 술 한 잔을 할 수 있게 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거기에 조명과 음악을 곁들이고, 향초 같은 것으로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도 좋다. 형광등은 결사반대. 적어도 홈바 공간만큼은 노란빛을 내는 전구색 LED 조명이 들어간 스탠드로 아늑하게 분위기를 돋게 할 것! 지하에 있는 바처럼 어둑어둑하게 해놓고 초를 여러 개 켜두는 것도 좋다.
그리고 재즈나 요란하지 않은 라운지 음악을 묵직하게 들을 수 있게 좋은 스피커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 스피커에 투자할 돈을 아끼려면 보스(bose)나 마샬(marshall) 같은 브랜드에서 20만원대의 저렴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도 좋다. 저음을 깊고 그윽하게 소리 내는 스피커는 바의 필수템이니까.
네온사인 설치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인터넷에 ‘네온사인 제작’이라고 검색어를 넣으면 직접 주문제작할 수 있는 네온사인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저렴하게는 10만원대에서 근사하게는 20만원대로 나만의 네온사인을 제작할 수 있다.
물론 나래바에는 안주를 웬만한 술집보다 더 잘 만들어내는 대단한 호스트가 있지만, 모든 홈바 호스트에게 요리 실력이 필요하지는 않다. 바에서는 보통 푸짐하게 안주를 먹는 대신 술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니 기본에 충실하자. 그래서 예쁜 도구들은 필수다. 스낵이나 치즈, 또는 견과류를 내더라도 예쁜 그릇에 담아내면 분위기가 달라지고 맛도 다르게 느껴진다. 위스키도 도구를 갖춰 내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위스키 도구나 칵테일 도구, 그리고 칵테일 블렌딩용 각종 주류는 남대문 시장이나 인터넷몰에서 구입하면 된다. 남대문 시장에서는 안성상회, 형제상회 같은 주류상점을 찾아가면 되고, 인터넷몰에서는 이홈바(ehomebar.kr), 카페에떼르(caffeether) 같은 전문몰을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위스키는 그 어떤 곳보다도 면세점이 가장 저렴하니 해외여행이나 출장 시 1병씩 쟁여놓도록! 한국에서는 블렌디드 위스키인 로얄 살루트, 발렌타인, 조니 워커 같은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지만, 싱글 몰트 위스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에는 글렌모렌지, 글렌피딕, 맥켈란 같은 브랜드도 참고할만 하다.
바든 홈바든, 이제는 소주에 삼겹살만이 아닌, 또는 치킨에 맥주만이 아닌, 좀 더 다양하고 멋스럽게 술을 즐기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어느새 주변에 센스 있고 분위기 있다는 평판이 당신을 쫓아다닐 것이다.
Tip
최고의 레스토랑 추천을 위한 맛집안내서 미쉐린 가이드가 있듯, 바 분야에서는 전 세계 전문가의 투표로 해마다 The World’s 50 Best Bars 또는 Asia’s 50 Best Bars를 선정해 발표한다. 여행이나 출장 시 기분을 내기 위해 어떤 바를 찾아갈 지 헤매지 말자. 그냥 투숙하는 호텔의 바에 가면 된다는 쉬운 생각은 버리자. 순위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지 않은 도시에서 근사한 바를 찾을 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Home Cocktail
간단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바 못지않은 홈칵테일
샹그리아(Sangria)
술이 약한 사람들도 쉽게 마실 수 있고 달콤한 과일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와인 베이스의 저알콜 칵테일. 저가 와인만 있어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으며, 와인의 특성상 오픈 후에 빠른 시일 내에 다 마셔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분들이라면 남아있는 와인을 사용해도 된다.
종류에 상관없이 레드, 화이트 와인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시중에 판매하는 과일 주스와 탄산음료, 여기에 오렌지, 레몬, 사과 등 다양한 과일로 장식해 마무리한다. 큰 피쳐(Pitcher)에 과일을 잘라 넣고 음료에 하루정도 숙성해서 마시면 더욱 깊은 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홈파티에 유용하다. 만들고 남아있는 샹그리아는 과일을 걸러내고 냉장고에 얼려 셔벳 형태로 먹는 방법도 있다.
레시피 : 레드와인 150ml, 오렌지 쥬스 100ml, 스프라이트
진앤토닉(Gin & Tonic)
진과 토닉워터를 사용해 만드는 가장 간단한 칵테일이지만, 본인 취향에 맞게 아주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만들 수 있다. 진과 토닉워터의 비율은 1:3이 적당하며 개인 기호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가니쉬는 기본적으로 라임, 레몬과 같은 시트러스 과일을 많이 사용하지만 오이, 민트, 로즈마리, 생강, 시나몬 등 마트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과일, 향신료, 허브를 활용해 멋스러운 본인만의 진앤토닉을 만들 수 있다.
레시피 : 진 45ml(소주잔 한잔분량), 토닉워터, 취향에 맞는 가니쉬
올드 패션드(Old fashioned)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들이 마시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듯,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클래식 칵테일 중 하나다. 미국 버번위스키, 앙고스투라 비터, 각설탕, 오렌지 껍질만 있으면 누구나 고풍스러운 올드 패션드 한잔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칵테일 클래스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다들 바텐더 못지않은 올드 패션드를 맛 볼 수 있을 만큼 아주 간단한 레시피다.
레시피 : 버번위스키 45ml, 앙고스투라 비터스 3dash, 각설탕 1개, 오렌지 껍질